어릴 때 자기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나도 내 이름이 싫었다. 특히 이름 중간에 들어가는 '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이중모음을 발음하기 힘들어해서다. 관공서, 학원, 병원 같은 곳에서 이름을 물으면 "O광O입니다"고 하면 꼭 "O강O이요?"라고 되물었다. 아뇨 "O광O입니다"고 하면 다시 한번 묻는다. "O강O이요?". 그럼 나는 "아뇨 빛광자의 광이예요, 고스톱에서 광 팔 때 광이고요"라고 광을 확실히 인지시켜줬다.
외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이중모음으로 발음해야 하는 글자로 이름을 지어주셨을까?, '수' 같이 예쁘고 발음하기도 편한 글자가 많은데 왜 발음도 어렵고 투박한 '광'으로 이름을 지어주셨을까 하고 외할아버지를 조금 원망했다. 그래도 첫 아이가 태어날 때 제일 먼저 외할아버지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역시나 투박한 이중모음으로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것도 받침까지 넣어서 말이다. 정말 발음하기 힘들었다. 이중모음에 받침까지 있는 이름은 본인도 힘들겠지만 이름을 불러야 하는 나도 힘들다. 돌림자를 뺀 나머지 한 글자는 받침이 없는 단모음이 들어간 글자로 내가 이름을 지었다.
이중모음 단어가 너무 많다. '의뢰'나 '의원'같은 단어는 일상에서 쓸일이 많지않을뿐더라 사용할 일이 있다해도 대체할 단어를 찾아 쓰면 된다. 하지만 '과자', '과일', '사과', '튀김'과 같은 단어는 일상에서 많이 쓸뿐만 아니라 대체할 단어도 마땅히 없다. 최대한 피하는 수밖에... 이중모음에 대해 자꾸 지적을 받자 나는 우리 선조 중에 일본인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일본에서 살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선 이중모음을 피할 순 없다.
성인이 되면서 더 이상 이중모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업무보고나 발표를 할 때 이중모음이 들어간 단어를 빼고 단어를 배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연습했다. 이중모음을 발음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혀의 위치나 입술의 모양이 도중에 바꾸는 것이다(이중모음이란 서로 다른 두 개의 모음이 결합한 형태로, 소리를 낼 때 혀의 위치나 입술의 모양이 도중에 변하는 모음이다. 한국어에서는 표준어 규정에 따라 「ㅑ, 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ㅢ」 등 총 11개의 모음을 이중 모음으로 규정한다). 신경 써서 발음하니까 다시는 내 이름을 확인하는 사람도 없었고 사과를 '사가'라고 하지도 않게 됐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나의 발음 체계에 문제를 낳고 말았다. 역시 과한 게 문제다. 발음을 잘하기 위해 과도하게 발음하다 보니, 특정 단어, 특히 이중모음이 있는 곳에서 영어처럼 악센트가 들어가는 나쁜 '쪼'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쪼'는 이중모음이 들어가 있지 않는 단어에서도 나타났다. 주로 첫음절에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영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
다시 제대로 발음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호흡발성 수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 내가 참 바보 같다는 것이다. 왜 이게 안되지 싶다. 당연하다. 우린 한 번도 우리나라 말의 발음을 제대로 공부하고 연습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 클래스에서 나는 우리나라 글도 외국어처럼 글쓰기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외국어 공부할 때 중문이나 복문을 단문으로 전환하는 연습을 하는데, 우리나라 글에 대해서도 그렇게 연습을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게 나의 주장이다. 발음도 마찬가지다. 외국어 공부하듯이 우리나라 말의 발음도 연습해야 잘할 수 있다.
이번엔 이중모음 발음 연습이다.
'갸냐댜랴먀뱌샤야쟈챠캬탸퍄햐'
아 이중모음은 여전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