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시절 음악을 '양'으로 깔았었다. 내가 '양'을 받았던 이유는 숫기도 없었고 남자 중고등학교를 다닌 탓에 진지하게 시험에 응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며 상대적으로 '가'로 깔았던 미술 보다 괜찮은 성적이라고 만족했기 때문이다. 박자는 잘 지켜서 그나마 양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음정은 불안했다. 어울한 면도 없지는 않다. 초중고때 노래 시험은 모두 가곡이나 교가뿐. 내가 그나마 잘 부르는 락발라드는 음악 시험으로 선곡된 적이 없다. 락발라드는 나의 높은 음정과 맞다. 면 가곡이나 교가는 중저음 음역대가 많다. 락발라드는 나의 결정적인 단점, 반음 높게 부르기를 해도 전혀 티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좋게 들리는 노래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12년 동안 어느 음악 선생도 나의 반음 높게 튜닝된 음정을 잡아주지 못했다. 하긴 선생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많은 아이들 중 나에게만 관심을 주기도 어려웠지만 반음 높게 튜닝된 내 목소리를 기타처럼 일일히 반음씩 내려줄 수도 없은 노릇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드럼이라는 포지션은 꽤 잘한 선택이다. 그리고 반음 튜닝해야 하는 귀찮은 것도 드럼은 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로 반음을 높이거나 반음을 낮춰서 음악을 연주해야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해야 연주하기 편하고 분위기도 바꿀 수가 있다. 멜로디 파트에게 반음 튜닝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기타의 각 현의 줄을 반음씩 내리거나 올린 다음에 튜닝기로 음이 맞는지 일일히 확인해야 한다. 키보드 역시 이 과정이 귀찮다. 기껏 원음대로 연습해 왔는데 반음이 내리거나 반음을 올려 연주하려면 머리가 복잡하다. 그래도 키보드에는 반음 자동 튜닝 기능이 있어 이 기능을 활용하면 원음대로 연습할 수 있다.
그런데 마치 내 목소리는 키보드에서처럼 반음 높게 자동 튜닝된 것처럼 늘 원곡보다 반음 높게 노래를 부른다. 기타를 배우려다가 포기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반음 높게 튜닝된 목소리 때문이다. 기타와 목소리가 반음씩 차이가 났었다. 노래 부르지 않고 기타만 연주하기에는 기타 연주도 형편없어서 기타 배우는 걸 포기했었다.
왜 난 반음이 자동으로 업 튜닝되어 있을까 생각했었다. 이번에 발성 수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발성할 때 어깨와 가슴 근육이 긴장, 수축이 되어 얇은 호흡에서 발성하기 때문에 반음 높게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확한 음정에서 발성이 되려면 가슴을 열면서 힘을 아래로 내려 보내서 몸안의 공간을 늘려 발성해야 한다. 마스크도 마찬가지로 공간을 열어주고 공명이 일어나게 해야 정확한 음정의 발성이 된다.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몸의 공간이 좁은 상태에서 발성하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으로 반음 업 튜닝된 걸 원래 위치대로 돌리리면 된다. 그러자면 긴장을 풀고 몸을 열어야 한다. 모든 게 결국엔 힘빼기다.
내 오랜 비밀이 이제서야 풀렸다. 바둑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처럼 나의 호흡과 발성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 가고 있다. 결국은 또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