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낭독하기

신생아가 되다

by 조작가

본격적이 발음 연습에 들어갔다.

'ㅑ'

'ㅕ'

'ㅛ'

'ㅠ'


이중모음은 말 그대로 모음이 두 개다. '야'는 '이아'를 '여'는 '이어'를, '요'는 '이오'를, '유'는 '이우' 발음을 빨리 하면 된다.


이중모음을 발음할 때 아래턱을 내리고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이중모음 발음이 힘드니 또렷이 발음하기 위해 과도하게 입 모양을 움직였던 것이다. 이중모음이라고 해도 결국 두 개의 모음을 연속해서 하기만 하면 정확한 발음이 난다. 입안에 충분한 공간을 만들고 혀와 치아 등을 이용해서 발음하면 이중모음도 쉽게 발음할 수 있다. 왜 나는 아나운서들이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연습을 하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제 이해가 됐다. 과도한 아래턱 움직임을 막기 위해 결국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아래턱을 손으로 잡고 이중모음을 연습했더니 조금 낫다.


이번엔 자음을 붙여 연습했다.

'ㄱ'부터 시작해서 'ㅎ'까지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


완전 신생아가 된 기분이다.

'ㄴ', 'ㄷ' 까지는 겨우 하겠는데 'ㄹ' 에서 막힌다.

'라랴러려로료루류르리


'ㄹ'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그동안 내가 한국말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고 살았구나 싶다. 주로 입술과 턱을 움직여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발성기관을 다 써서 발음해야 했는데, 그동안 나는 겨우 입과 입술, 아래턱만 움직여서 발음해 왔던 것이다.


새삼 세종대왕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발성기관을 연구해서 글자를 만들었느니 말이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우리나라 글자는 발성기관을 토대로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발성기관을 충분히 활용하면 모든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인 내가 한국 사람의 발성 기관을 연구해서 만든 한글을 발음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만약 그렇다면 세종대왕에게 "왜 발음할 수 없는 글자를 만들었습니까"하고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어려운 'ㄹ'은 넘어가고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를 연습했다.

도대체 신생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호흡은 조금씩 되는 거 같다. 코로 숨을 들이쉬고 단전까지 숨을 들여 쉰다. 그리고 잠시 숨을 멈추고 숨을 내쉰다. 숨을 내쉴 때 중요한 것은 그냥 숨을 내쉬는 게 아니라 숨을 아래로 내리면서 내쉬어야 한다. 그냥 내쉬는 건 기껏 어렵게 잡은 숨을 그냥 바람 빠지는 듯 내보내는 것과 같다. 숨을 밑으로 힘차게 밀면서 숨을 내쉬어야 한다. 마치 숨이 내 몸을 관통해서 길게 숨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내쉬어야 한다. 처음엔 숨을 내쉬는데 밑으로 숨을 민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했다. '숨의 피스톤'이 있다고 생각하고 숨을 위로 뻗으면서 아래로 내리면 된다. 조금 되는 것도 같다.


문제는 어깨와 가슴이다. 단전에만 힘을 주어야 하는데 단전에 힘을 주면 나도 모르게 자꾸 어깨 쪽도 힘을 주게 된다. 아래는 힘을 주고 위는 힘을 빼라니 어렵다. 노트북 작업을 오래 한 탓에 상체 근육이 긴장되어 있고 굳어 있다. 상체 근육을 풀어줘야 그만큼 숨이 들어갈 공간이 생긴다. 숨을 쉰다는 건 내 몸 전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겨우 폐와 기관지 일부만 사용해 왔었다. 그러니 힘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호흡이 조금 되니 발성도 조금 나아졌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이이이아아아아아'를 발성했다. 성대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그리고 광대뼈를 들고 입안의 공간을 만들어 풍부한 소리가 나도록 했다. 반음씩 올리고 내리면서 '이이이이아아아아아'를 반복 연습했다. 지난주에 비해 더 위로, 더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다. 물론 한 옥타브까지 오르락내리락하려면 한참 멀었지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음 자동 튜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