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너무 궁금했다. 왜 '내가'와 '네가'의 발음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한지. 국어시간에 책 읽기를 시키면 '내가'도 '내가'(혹은 '네가'), '네가'도 '내가'(혹은 '네가')로 읽었다. 어차피 듣는 사람도 구분 못했다. 더구나 '내가'와 '네가'의 발음을 구분해서 하라고 말한 국어 선생님도 한 분도 안 계셨다.
하지만 '내가'와 '네가'는 단어의 뜻이 너무 다르다. 발음이 비슷해 오해가 생기기 쉽다. '네가 해'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자기 보고 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화자가 자기가 직접 하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네가'와 '내가'는 헷갈린다.
발음 공부를 하면서 이번에 '네가'와 '내가'를 정확히 발음해보고 싶어졌다. 정확한 발음법을 위해 훈민정음 창제 원리도 찾아보고 발음 좀 한다는 유튜버의 발음 레슨 동영상도 봤다.
1. '네가'와 '내가'
'네가'와 '내가'의 차이는 모음의 차이다. 다시 말해 'ㅔ'와 'ㅐ'의 차이다. 그렇다면 'ㅔ'와 'ㅐ'는 뭐가 다를까?
모음은 목청을 통과한 공기가 입안에서 장애를 받지 않은 채 공명을 일으켜 만들어지는데, 혀의 위치, 혀의 높이, 입술 모양에 따라 소리가 난다.
'에'는 입을 조금 벌려주며, 혀는 중간에 위치하며('이'보다 조금 더 뒤)하며 높이는 중간에 있다.
'애'는 '에'보다 더 입을 벌려주며, '에'보다 조금 더 뒤에 혀가 있으며 높이도 낮다.
일단 둘의 차이는 알겠다. 위의 설명대로라면 '내가'는 '네가'보다 입을 조금 더 벌리고 혀를 더 뒤에, 그리고 낮게 하면 된다. 반대로 '네가'는 '내가'보다 입을 조금 다물고 혀를 조금 더 앞에, 그리고 높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하지 말았어야 했어, 네가 했어야 했어'라는 문장이 있다면, '내가'와 '네가'가 한 문장 안에 있기 때문에 발음을 신경 써서 똑바로 하면 구분해서 발음할 수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 중에 이걸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문제는 '내가'와 '네가'를 단독으로 쓸 때다. 위의 문장에서 '내가 하지 말았어야 했어'나 '네가 하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말할 때 과연 구분해서 발음할 수 있을까?
세종대왕이 충분히 구분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ㅔ'와 'ㅐ'라는 글자를 만들었으니 발음에도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연습하는 수밖에 없을 거 같다.
2. 그 외 모음
'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입을 둥그렇게 하며, 혀는 약간 뒤로 낮게 위치해야 한다다.
'어'는 입을 다물고 아래턱만 밑으로 툭 떨어뜨리면서 발음한다. 혀는 뒤에 있으며 중간 정도 위치다. '아'보다 조금 더 혀가 뒤에 있고, 조금 더 위에 있다.
'오'는 입 근육에 힘을 주고 동그랗게 힘을 줘서 발음한다. 혀는 '어'보다 더 뒤에 있으며 조금 더 위에 있다.
'우'는 '오'에서 입을 작게 하고 더 입을 내민다. 혀는 뒤에 있고 높게 있다. '어'에 비해 더 뒤에 있으며 조금 더 위에 있다.
'으'는 입을 옆으로 당겨서 발음한다. 혀의 위치는 뒤에 있는데, '아'와 같은 위치고 '어', '오' '우'보다 앞이다. 혀는 높이 있으며, '우'와 같은 높이다.
'이'는 치아 사이의 공간을 좁게 하고 입술을 옆으로 당긴다. 혀는 '으'와 '우'처럼 높이 있으며 앞에 있다
'위'와 '외'는 단모음이지만 이중모음처럼 발음한다. 이중모음은 입술모양이 변한다. 다시 말해 '위'는 '우'에서 '이'로 빠르게 발음하면 '위'가 되고 '외'는 '오'에서 '이'로 빠르게 발음하면 '외'가 된다. '위'는 '이'와 같은 혀의 위치와 높이를 가지고 있으며, '외'는 '에'와 같은 혀의 위치와 높이를 가지고 있다.
입을 크게 벌려서 발음할수록 혀의 위치가 낮아지고 입을 작게 벌려서 발음할수록 혀의 위치가 높아진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혀의 위치에 따라 전설 모음과 후설 모음으로 나뉜다. 입천장의 중간점을 기준으로 혀의 최고점이 앞에 있으면 전설 모음, 뒤에 있으면 후설 모음이 된다.
전설 모음 'ㅣ', 'ㅔ', 'ㅐ', 'ㅟ', 'ㅚ'
후설 모음 'ㅡ', 'ㅓ', 'ㅏ', 'ㅜ', 'ㅗ'
혀의 높이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혀의 최고점이 높은 것을 고모음, 낮은 것을 저모음, 중간인 것을 중모음이다.
고모음 'ㅣ', 'ㅟ', 'ㅡ', 'ㅜ'
중모음 'ㅔ', 'ㅚ', 'ㅓ', 'ㅗ'
저모음 'ㅐ', 'ㅏ'
이를 삼각도형으로 표시할 수 있다.
ㅣ(ㅟ) ㅡ ㅜ 고
ㅔ(ㅚ) ㅗ (혀의 높이)
ㅐ ㅓ
ㅏ 저
전설 (혀의 위치) 후설
여기에 입술에 약간 힘을 가하여 둥글게 만들어 발음하는 것은 원순 모음, 그렇지 않은 것을 평순 모음이라고 한다.
평순 모음 'ㅣ', 'ㅔ', 'ㅐ', 'ㅡ', 'ㅓ', 'ㅏ'
원순 모음 'ㅟ', ㅚ', 'ㅜ', 'ㅗ'
단모음은 발음하는 동안 혀의 위치와 높이, 입술모양이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 이중 모음은 단모음 앞뒤에 반모음(모음과 유사하지만 홀로 소리가 날 수 없는 모음)이 결합되어 혀의 위치와 높이, 입술 모양이 발음하는 과정에서 바뀐다. 이중모음은 11개가 있다.
'야'(이+아), '여'(이+어), '요'(이+오), '유'(이+우), '얘'(이+애), '예'(이+에), '의'(으+이), '워'(우+어), '와(오+아), '왜'(오+애), '웨'(우+에)
3. 자음 발음
자음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에 따라 나뉜다. 조음 위치는 두 입술, 윗잇몸, 센입천장, 여린입천장, 목청 5가지가 있다. 각각 양순음, 치조음, 경구개음, 연구개음, 후음으로 불린다. 조음 방법은 공기의 흐름을 잠깐 막았다가 터뜨리는 방법, 공기의 통로를 좁혀 좁은 틈으로 공기를 마찰하여 내보내는 방법, 공기의 흐름을 일단 막았다가 서서히 터뜨려 마찰을 일으키는 방법 3가지가 있다. 각각 파열음, 마찰음, 파찰음으로 불린다. 여기에 파열음, 파찰음은 소리의 세기에 따라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로 나누며, 마찰음은 예사소리와 된소리로 나눈다.
'ㅂ', 'ㅃ', 'ㅍ'는 입술이 붙었다가(양순음) 파하고 열리면서(파찰음) 소리를 낸다.
'ㅁ' 도 입술을 붙였다가(양순음) 열면서 소리를 내는데 이때 콧소리(비음)를 섞어 낸다.
'ㄷ', 'ㄸ', 'ㅌ'는 윗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지점(치조)에 혀를 닿았다가 떨어뜨리면서 소리를 낸다.
'ㄴ', 'ㄹ'은 'ㄷ'과 마찬가지로 치조음인데, 'ㄴ'은 비음(비음)을 넣고 'ㄹ'은 발음을 굴리면서 소리를 낸다(유음)
'ㅅ', 'ㅆ'는 치조 바로 뒤쪽에 혀를 닿을 듯 말 듯 하면서 마찰을 일으키면서(마찰음)으로 발음한다.
'ㅈ', 'ㅉ', 'ㅊ'는 경구개음에 혀를 닿고 입술을 붙였다 열리는 파찰음으로 소리를 낸다.
'ㄱ', 'ㄲ', 'ㅋ'는 연구개음에 혀를 닿고 입술을 붙였다 파열하면서 소리를 낸다.
'o'는 'ㄱ'과 같이 경구개음이면서 비음이 있다.
ㅎ는 후음이다.
4. 모음과 자음 발음 연습
모음과 자음의 정확한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았다면, 모음과 자음을 붙여서 발음 연습을 해볼 수 있다. 자음 'ㄱ'부터 시작해서 'ㅎ'까지 모음 'ㅏ'부터 'ㅣ'까지 붙여서 하면 다음과 같다.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그 기
나 냐 너 녀 노 뇨 누 뉴 느 니
다 댜 더 뎌 도 됴 두 듀 드 디
라 랴 러 려 로 료 루 류 르 리
마 먀 머 며 모 묘 무 뮤 므 미
바 뱌 버 벼 보 뵤 부 뷰 브 비
사 샤 서 셔 소 쇼 수 슈 스 시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
자 쟈 저 져 조 죠 주 쥬 즈 지
차 챠 처 쳐 초 쵸 추 츄 츠 치
카 캬 커 켜 코 쿄 쿠 큐 크 키
타 탸 터 텨 토 툐 투 튜 트 티
파 퍄 퍼 펴 포 표 푸 퓨 프 피
하 햐 허 혀 호 효 후 휴 흐 히
연습 방법 1
한 번은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로 연습하면 자음은 같고 모음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음을 연습할 수 있다.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로 연습하면 모음은 같고 자음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음을 연습할 수 있다.
한 번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하게 연습하고, 그러고 나서 '가'부터 '기'까지, 또는 '가'부터 '하'까지 한숨에 쭉 연습해 보면 좋다.
연습 방법 2
입술을 많이 쓰는 양순음 계열인 'ㅁ', 'ㅂ', 'ㅍ'
치아와 잇몸 사이인 치조에 혀를 대는 치조음 계열인 'ㄴ', 'ㄷ', 'ㅌ', 'ㅅ'
경구개 계열인 'ㅈ', 'ㅊ'
연구개 계열인 'ㄱ', 'ㅋ'
목을 쓰는 후음 계열인 'ㅎ'
별로 연습하면 조음 위치에 따라 연습이 된다.
여기에 된소리인 ㅃ ㄸ ㄲ ㅉ ㅆ를 추가로 넣어 연습한다.
새삼 세종대왕의 놀라운 관찰력에 놀란다. 어떻게 발성기관을 다 이해했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글자를 만들었을까? 이 말은 반대로 한글이 가지고 있는 모양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누구나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쉽게 정확하게 발음하는 게 가능한데, 실제로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름조차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