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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

by 조작가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일로 낭독 봉사를 생각했고, 낭독 봉사를 조금 더 잘하고 싶어서 호흡발성 레슨을 받고 있다. 낭독봉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혹시 내가 목소리가 꽤 좋아진다면 뭘 해볼 수 있을까 상상해보곤 한다. 생각해 보면 목소리로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다. 아직은 '신생아' 수준이지만 조금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호흡발성 레슨을 받을 때부터 노래는 안 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직장인밴드에서도 여간해서는 노래를 부를 일 없는 드럼을 맡고 있기도 하지만 원래부터 노래 욕심은 없는 편이다. 그래서 얼마 전에 만난 지인이 3시간 동안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게 취미라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라기도 했다.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더 잘 부르고 싶어서 호흡발성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듣고서는 더욱 놀랬었다. 왜 굳이 혼자 노래하는데 더 잘하고 싶은 걸까? 너무 궁금했다.


스피치도 별 욕심이 없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교단에 서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면서 마치 무성 시대의 변사처럼 '이 연사 이렇게 외칩니다'하면 멋있어 보이기보다는 왜 저렇게 사서 고생하나 싶었다. 발표를 상당히 잘하는 편은 아니어도 못한다는 소리는 듣지 않기도 해서 스피치에는 별 욕심이 없다. 그리고 스피치로 뭘 보여주기에는 나이도 적지 않다.


그런데 두 가지는 조금 욕심이 난다. 첫 번째는 강의다. 강의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다. 6년 간 강의를 해왔는데 내 목을 바쳐서 강의를 해왔다. 완전 생목을 써서 강의를 하면 떡실신되기 일쑤다. 만약 지금 배운 호흡과 발성으로 강의를 한다면 전달도 더 잘됐을 것이고 체력도 고갈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나간 오프라인 강의는 그렇다 치고 앞으로 오프라인 강의를 한다면 단전에 힘을 주고 숨을 단전까지 쉬고 성대를 활짝 열고, 그리고 표정도 웃으면서 최대한 배운대로 강의를 해볼 요량이다.


오프라인 강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문제는 온라인 강의다. 온라인 강의는 한번 촬영하면 계속 남기 때문에 정확해야 한다. 또한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의하기 때문에 전달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발음이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강의할 기회가 생겼지만 아직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어쩜 호흡과 발성을 배운 덕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또 하나는 라디오 DJ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대학교 때 신문사도 기웃거렸지만 방송국도 기웃거리곤 했었다. 운동장에서 아나운서로 보이는 선배들이 발성연습을 하는 걸 보고 방송국은 노크도 하지 못했다(오직 펜으로만 일하는 신문사는 시험까지는 봤었다). 아르바이트로 주점에서 DJ도 해보려고 했었다. 그 시대의 DJ는 모두 외자 이름만 썼었는데 난 '현이'라는 이름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가게 앞을 서성거리기만 하고 되돌아가고 말았었다. 인터넷 초기 시절에 인터넷방송국이 여러 생겼었고 그중 한 인터넷방송국에서 일 년 여 동안 음악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음악만 방송하고 목소리는 내보내지 않았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DJ로 데뷔했다고 말할 수 없다.


난 아직도 라디오가 좋다. 버스나 작은 가게에서 라디오 소리가 나오면 집중해서 듣는다. 그건 마치 버스와 작은 가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테리어처럼 느껴졌다. 만약 버스와 작은 가게에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버스나 작은 가게일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 호흡발성 레슨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라디오 DJ를 꿈꿔보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세상 어딘가에 닿을 수 있다면 버스를 버스답게, 작은 가게를 작은 가게 답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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