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호흡, 발성에 관심을 갖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도 이에 맞는 콘텐츠를 알아서 찾아준다. 내가 사용하는 그 말이 사투리였다고? 얼마전 아나운서가 운영하는 스피치 관련 영상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사투리 사용자들이 첫 음의 'ㅇ'을 세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마트'라는 단어에서 '이'를 길게 그리고 높게 발음하면 경상도 사투리가 된다. '이', '마', '트' 모두 동일한 길이와 높이를 가져 발음해야 표준어다. 예사소리 'ㄱ', 'ㄷ', 'ㅂ'이 'ㅎ'을 만나면 거센소리'ㅋ', 'ㅌ', 'ㅊ'으로 소리가 난다. '도착해서', '약하다', '곱하기', '노력해서'를 발음할 때, '도착캐서', '약카다', ' 곱파기', '노력캐서' 이렇게 거센소리로 발음해야 하는데 전라도 방언에서는 그냥 '도착해서', '약하다', '곱하기', '노력해서'로 발음한다. 그런데 나의 경우 위의 두 가지 사례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게 사투리였다는 것도 놀랍지만, 우리 부모님의 경우 한 지방 출신인데 왜 난 두 지방의 방언을 쓰고 있는 건지도 놀랍다.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왜냐면 나는 '완전' 서울 태생이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가 이를 증명한다. 주민등록번호의 뒷자리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가 출생신고의 지역이다. 이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자리가 광역시도지역을 나타내는데 서울은 00부터 08까지 쓴다. 나는 01로 분명 서울 태생이다. 그리고 난 한 번도 시골에서 자란 적도 없고 길게 생활해 본 적도 없는 말 그대로 완전한 서울 사람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니 놀랍다.
첫 번째로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그 유력한 사례도 있다. 어렸을 때 두 살 터울 여동생과 눈 위에서 놀면서 '이렇게 맹그는 거야'라고 했더니 여동생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서 '만드는 거야'가 맞다고 가르쳐줬다. 그때의 충격이란... 도대체 '맹그는 거야'라는 말은 내가 어디서 배웠고 여동생은 어떻게 '만드는 거야'라는 말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맹그는 거야'는 당연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결혼해서 갓 서울에 올라온 부모님은 여전히 사투리를 쓰셨을 것이고 그 말에 나는 영향을 받았지만 두 살 아래인 여동생은 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오부지게'라는 말을 썼는데 친구들이 못 알아들었다. 나는 이 말을 왜 못 알아듣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국어사전까지 펼쳤는데 사전에도 없는 말이었다. 알고 보니 사투리였다.
어릴 때만 해도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 말속에 사투리가 조금 섞여 나왔던 모양이다. 성인이 되고서는 내게 고향을 묻는 사람은 없다. 사투리의 흔적을 완전히 지웠기 때문이다. 아니 완전히 지웠다고 생각했다.
글자마다 정확한 높낮이와 길이와 강약을 가지고 있다. 그대로 발음하면 표준어가 되는데, 정해진 높낮이, 길이, 강약 대신 다르게 높낮이, 길이, 강약을 주게 되면 방언이 된다. 말은 음악과 같다. 음악처럼 글자마다 높낮이가 있고 길이가 있고 강약도 있다. 다른 나라 말을 들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외국어가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다.
말이 음악이라는 정의를 하고 보니 내가 잘하는 거다. 직장인밴드의 드러머로서 박자, 리듬은 확실히 알고 있고 일반인에 비해 음의 높낮이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말도 음악처럼 정확한 리듬과 멜로디를 지켜서 발음한다면 나도 모르게 생존해 있던 사투리 발음을 완전히 지워 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