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자유를 준 노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 '저녁의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by 조작가

난 지금도 그 이탈리아 여자들이 뭐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은, 알고 싶지 않다.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은 것도 있다.

난 그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가슴이 아프도록 아름다운 얘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새장에

날아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그리고, 아주 짧은 한 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앤디가 음반을 정리하다 음악을 방송으로 틀어 준 장면에서 나온 내레이션이다. '쇼생크탈출'의 최고의 장면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내레이션에서 말한 것처럼 목소리가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처럼 들렸다. 이 노래는 듀엣곡이니 새 두 마리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아름다운 새 두 마리 같은 목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자유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회색 감옥' 안에 갇혀 지내고 있다. 누구는 직장, 누구는 돈, 누구는 사람, 누구는 조직에 말이다.


그러니 감옥 안에 있는 누구라도 이 노래를 들었다면 자유를 느낄만하다. 그래서 내레이션처럼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노래를 부른 사람은 누구인지, 가사는 뭔지 따지고 싶지도, 따질 여력도 나지 않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궁금해졌다. 정말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새 처럼 소리를 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했다. 에디트 마티스(Edith Mathis)와 군돌라 야노비츠(Gundula Janowitz)다.


어느 음반 소개에서 군돌라 야노비츠를 '극도로 청명한 음색과 섬세한 프레이징으로 전 세계 오페라 극장을 석권했던 소프라노'라고 소개하고 있다. 소프라노 가수이며 나에게 호흡발성발음을 지도하는 나의 '선쌤'(선은 이름이며, 쌤은 선생님의 줄임말이다)은 '발성이 좋고 표현도 좋으며 깊고 안정된 호흡을 가지고 있다. 균질하고 우아하면서도 선명한 빛깔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청명, 그러니까 맑고 선명하다는 건 '클알못'도 느낄 수 있다.


에디트 마티스는 '정확한 딕션, 기품 있는 목소리'라는 평가가 있다. '선쌤'은 밝고 선명한 목소리의 소유자이며 호흡의 결이 고우면서도 풍부한 울림으로 귀티나는 목소리와 유연한 선율을 유지하며 노래한다'고 평가했다. 클알못 입장에서도 유연하고 귀티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건 아쉽다. 에디트 마티스는 올 2월에 별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았다. 쇼생크탈출에서 앤디가 틀었던 음악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 "저녁의 산들바람은 부드럽게"이라는 것을. 군돌라 야노비츠가 백작부인을, 에디트 마티스가 수잔나이다.


가사는 이렇다

수잔나 : 부르세요

백작부인 :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수잔나 : 저녁 바람이

백작부인 : 오늘 밤 불어오네

수잔나 : 오늘 밤 불어오네

백작부인 : 작은 숲의 소나무 아래에서

수잔나 : 소나무 아래

백작부인 : 작은 숲의... 소나무 아래에서

수잔나 : 작은 숲의... 소나무 아래에서

백작부인 : 나머지는 그가 알 거야

수잔나 : 확실히 확실히 그가 알 거예요

백작부인&수잔나 : 확실히 확실히 그가 알 거예요

백작부인 : 소리 맞춰 노래해

수잔나 : 부드러운 저녁 바람이

백작부인 : 오늘 밤불어오네

수잔나 : 작은 숲의...소나무 아래에서

백작부인 : 마머지는 그가 알 거야

수잔나 : 확실히 확실히 그가 알 거예요

백작수인&수잔나 : 나머지는 그가 알 거야 확실히 확실히 그가 알 거예요


언뜻 봐서는 별거 아닌 가사인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분다... 숲 속 소나무 아래에서... 확실히 알겠다' 무슨 암호같다. 이 노래는 백작부인이 수잔나에게 백작에게 보낼 편지를 받아쓰게 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백작에게 오늘 밤 숲 속의 소나무 아래서 만나자고 은밀하게 유혹하는 내용이다. 앞부분에서는 백작 부인이 내용을 불러주면 수잔나가 받아 적는 방식으로 편지를 쓰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편지를 다시 읽는다. 음악은 6/8박자, B♭장조이며, 총 62마디 길이의 알레그레토 템포다.


둘의 목소리는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선쌤'은 '백작부인의 우아하고 진중한 성품의 느낌의 목소리와 노래 테크닉을 군돌라가 가지고 있다면, 마티스는 군돌라 목소리에 얹혀져서 바람결처럼 노니는 느낌의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며 수잔나의 통통튀며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마치 한 명이 노래하는 것처럼 잘 어울린다.


백작부인과 수잔나는 왜 이런 편지를 썼을까? 편지는 백작의 불륜을 폭로하기 위한 계략의 일환으로, 백작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피가로는 백작 부부의 인연을 이어준 공로로 이발사에서 백작 가의 하인이 되는데, 백작 부인의 하녀인 수잔나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백작이 수잔나에게 은근한 관심을 보이며 초야권을 행사하려고 하자 이 계획을 눈치챈 피가로와 수잔나가 백작 부인과 협력하여 백작을 골탕 먹이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편지는 오늘 저녁에 숲 속 작은 소나무 아래에서 보자고 수잔나가 백작을 유혹하는 내용이다. 백작은 편지를 받고 약속 장소에 나가지만 수잔나와 옷을 바꿔 입은 백작부인에게 걸리고 만다. 그리고 백작부인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백작은 교도소장이고, 영리한 계략을 만든 피가로, 영리하고 위기를 극복하며 행복을 챙취하면서도 백작부인에 대한 의리를 잃지 않고 사랑하는 피가로 대신 백작에게 순결을 바쳐야 할 위기에서 자신의 사랑을 선택할 자유가 필요했던 수잔나, 봉건주의 남성우월주의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백작부인 모두 '앤디'다. 그들 모두 봉건제라는 회색감옥 안에 갇힌 죄수로서 자유를 그리워하고 있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최대한 앤디처럼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들으려고 한다. 적들이 음악을 끄라고 아우성을 칠라치면 그대로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상상을 한다. 아니 적어도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나의 감옥에서 벗어나 있다. 눈을 뜨면 다시 현실이긴 하지만...


PS. 모차르트는 '피가로의 결혼'이 귀족이 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귀족들에게 반감을 샀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중학교 음악 시험에도 피가로의 결혼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음악인데 이제서야 무슨 내용인지 알게됐다. 우린 음악조차 암기과목으로 가르친 음악 교육의 피해자다. 한번이라도 음악을 들려주고 내용을 알려줬다면 그때부터 이 음악을 좋아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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