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함이 밀려왔다. H 부장이 나에게 "피곤해 보이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나는 "직책이 높다 보니 그만큼 책임이 많아서 그래 보일 뿐이에요"라고 답했다.
집에 일찍 들어갔다. 책을 보다가 잠깐 눕는다는 게 그만 다음날 아침이 되어 버렸다. 지각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늦은 시간에 일어났다. 서둘러 출근하려고 하는데 둘째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현관문 앞에서 예쁜 카드를 건네줬다. 난 짐짓 모른 채 하면서 "아 참 오늘이 어버이날이지"하면서 딸이 준 카드를 받아 들었다.
출근길 차 안에서 딸이 준 카드를 펼쳐 읽었다. 엄마에 대한 글이 먼저 있다.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어머니 ....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다음엔 나에게 보낸 글이다. 카드엔 이렇게 적혀 있다. "아빠 힘내세요, 사랑해요"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아빠는 힘을 내는 존재여야 한다. 회사에서 힘을 내지 못하면 회사가 힘들어지고 집에서 힘을 내지 못하면 집이 힘들어진다. '아빠 힘내세요'라는 동요는 힘을 주기보다는 힘을 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빠 좀 쉬세요'라고 말해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