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3일 연속이다. 10 켤레쯤 있는 양말에서 3일 연속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다.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확률이다. 10 켤레에서 5 켤레가 구멍이 났다면 3일 연속 구멍 난 양말을 신을 확률은 8.3%(5/10*4/9*3/8=8.3%)다. 구멍 난 양말만 골라 신는 건지, 양말이 모두 구멍이 났는지 전수 조사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다. 친구는 나의 구멍 난 양말이 재밌다며 사진까지 찍어 댄다.
그동안 구멍 난 양말을 신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나면 하나씩 버리곤 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구멍 난 양말만 신는다. 아마도 구멍 난 양말을 버렸는데 아줌마가 계속 다시 주워 담던가 아니면 내 양말이 모두 구멍이 났던가 둘 중 하나다. 오늘도 어쨌든 양쪽 모두 구멍 난 양말을 신고 있다.
다행히 특별히 불편한 건 없다. 신발을 벗고 밥을 먹지만 않으면 들킨 염려는 없다. 그래도 신발을 벗고 밥을 먹을 때면 제일 신경 쓰이는 게 구멍 난 양말이다. 상대는 '뭐 그럴 수도 있죠'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칠칠맞다고 욕할 수도 있다.
한결같이 오른쪽 엄지발가락 부근에 구멍이 나 있다. 추측건대 범인은 엄지발가락 발톱인듯싶다. 엄지발가락 발톱을 손으로 만져보니 꽤 딱딱하다. 구멍 난 부분이 걸리적거려 양말을 잡아 늘려 빼기를 반복해보지만 엄지발가락은 계속해서 구멍을 비집고 나온다. 매일 뛰어다니는 영업 사원도 아닌데 왜 이렇게 구멍 난 양말이 많을까? 발을 쓰는 운동이래 봐야 드럼 연주밖에 없다. 하지만 드럼 연주할 때 쓰는 양말은 따로 있다(드럼 연주할 때 두꺼운 등산 양말을 신는다).
구멍 난 양말에 대한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잔소리가 구멍 난 양말에 대한 것이다. 그때 난 하루를 못 견디고 양말을 구멍냈었다. 어머니는 내 발이 이상하다면 내 발을 연방 들여다봤고 나도 내 발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봐도 내 발은 괜찮은데 도대체 이 이상한 일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궁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는 있었던듯하다. 실내화를 신지 않고 맨발로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니 양말이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아이들 괴롭히고는 맨발로 운동장으로 내달렸던 적도 많다.
그런데 신발을 벗고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도, 여자아이들을 괴롭히고 운동장으로 달려갈 일이 없는 지금은 왜 양말에 구멍이 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