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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의 활용

by 조작가


예전에 미디어오늘에 '갓 나온 종이신문, 곧장 계란 판 되다'라는 기사에서 한 번도 읽지 않은 새 종이신문이 종이 계란 판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다뤘다. 새 소식을 전하기 위해 태어났건만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정보를 담은 종이신문이 그래도 어딘가에 쓰인다는 점에서 '웃프고' 싶다. 이 기사는 쇄락한 신문산업을 보여주는 대표 기사가 되어 몇 차례 방송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종이신문(이하 신문)은 계란 판으로의 재활용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활용되고 있다. 노숙인들의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데에는 종이 신문만 한 게 없다. 출근길에 지하도에서 만난 노숙인들 대부분은 종이 신문 몇 장을 마치 보물처럼 덥고 있다. 이보다 가성비 뛰어난 난방 기구는 없을 것이다. 요즘 신문은 사회복지 시스템에도 한몫을 한다. 소득이 없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신문지 수거로 근근이 먹고산다. 이들에게 신문은 주요 소득원이다. 그러니까 신문은 최하층에겐 생존품이다.


예전엔 신문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었다. 신문지를 물로 으깨 바가지에 덕지덕지 붙인 다음에 마르기를 기다려 바가지를 떼내면 탈이 된다. 서예 수업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벼루, 붓, 먹과 그리고 신문이다. 신문이 문방사우(文房四友)에 당당히 한 자리를 꿰고 있는 셈이다.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폐휴지를 가져오라고 숙제를 내주면 우린 다른 고민하지 않고 집에 쌓여 있는 신문지를 가지고 갔다. 신문은 교육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학습 도구이다.


신문은 산업 현장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페인트 작업할 때 바닥에 신문 까는 건 기본이다. 도배할 때도 마찬가지다. 포장이사에서 물건을 포장할 때 신문지는 필수품이다. 물건을 보호하고 깨지거나 다치지 않게 해 주는데 신문만큼 가성비 좋은 재료는 없다. 시장에서 생선을 사면 주인장은 생선을 신문지로 둘둘 말아 준다. 집에서 풀어보면 생선 등에 그날의 기사가 찍어있을 때도 있다. 음식 배달에 덮개용으로 신문은 그만이다. 그리고 음식을 다 먹고 나서 그릇을 밖으로 내놓을 때 신문 한 장으로 가려주는 건 예의로 통한다.


일상생활에서 신문의 활용은 그 예를 모두 들기도 힘들다. 예전엔 신문을 화장지로 사용했었다. 화장실에 들고 간 신문을 읽다 뒤처리를 할 때는 손으로 몇 번 비벼 부드럽게 만들어 마지막을 해결했다. 살갗에 닿을 때 고통스럽긴 해도 그때 당시에는 이만한 대안이 없었다.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들고 있는 신문은 우산이 된다. 손재주가 좋으면 모자로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신문지는 임시 깔개로도 그만이다. 미처 깔판을 준비 못 했다면 신문지 한 장으로 바닥을 덮을 수 있다. 동물 키울 때도 신문지는 절대적이다. 지인 중 한 분은 신문을 못 끊겠다고 했다. 고양이 용변 처리에 신문이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애완용 동물 집을 꾸며줄 때 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길게 쭉쭉 찢어 깔아주면 동물들에게는 훌륭한 이불이자 침대가 된다. 요즘엔 신문지를 찢어 응원하는 프로야구팬들도 있다. 응원도구로서 이보다 값싸면서 효과 확실한 것도 없을 것이다.


신문 산업 종사자로서 신문을 탈바가지를 만들고 고양이 똥을 치우는 데에만 쓰지 말고 공부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렇게라도 써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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