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castaway)의 톰 행크스가 4년 동안 무인도 생활을 하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윌슨 덕분이다. 무인도이니 당연히 월슨은 사람이 아니다. 윌슨은 한가운데에 윌슨이라는 회사 로고가 들어가 있는 배구공이다. 톰 행크스는 윌슨에 사람 얼굴을 그려넣었고 머리도 만들어줬다. 그리고 윌슨과 함께 4년간 동안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했다. 만약 톰 행크스에게 윌슨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2018년 영국은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직을 신설했다. 체육 및 시민사회장관이 겸직하는 자리다. 2017년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이들이 영국에서만 900만 명에 달하고, 7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상당수가 심하면 일주일까지 사회적으로 아무런 교류 없이 지낸다고 한다. 이러고보니 외로움을 전문적으로 달래줄 장관이 필요한 상황이 이해가 된다. 영국 정부는 외로움 담당 장관을 통해 이들에게 '윌슨'을 하나씩 나눠줄 모양인가 보다.
우리나라도 외로움이라면 뒤지지 않는다. 2015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다. 네 집 중 한 집은 혼자 산다는 얘기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왔다. 외로움이 만연한 시대에 그 외로움을 함께하고 나 혼자만이 외롭게 사는 게 아님을 통해 외로움을 덜자는 게 방송의 취지인 듯 보인다. 혼자 산다고 외롭고, 같이 산다고 덜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가 있고 모임이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다.
최근 고독사(孤獨死)가 많다. 죽은 지 한참 된 시체가 발견됐다는 뉴스는 이제는 뉴스거리도 아니다. 고독사는 홀로 살다가 홀로 쓸쓸하게 맞이하는 죽음을 말한다. 과거 고독사가 독거노인에게 집중되었지만 최근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유명인의 고독사는 놀랍다. 한 평생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산 그들의 삶과 고독사는 어울리지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죽음을 보고 죽음조차도 혼자 한 망자에 대해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렇게 죽었겠느냐는 동정 여론이 일지만 잠시뿐이다. 그들의 죽음은 금방 잊힌다.
고독사가 사회문제화되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지자체가 있다.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나 고독사 보안관을 둬서 1인 가구에 대해 안부 확인 전화, 방문, 우울증 검사, 자살 예방 상담, 친구 만들어주기 모임, 지역보호체계 강화, 고독사 고위험 가구 맞춤형 방문 복지 서비스 제공 등의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한 해에 1000여 명 정도되는 고독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 흡연하는 수준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한다. 외롭지 않은 것, 그게 바로 건강하게 사는 비결이다. 건강하게 살려면 국가가 '윌슨'을 나눠주기 전에 스스로 '윌슨'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 친한 친구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도 좋고 새로운 모임에 기웃거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돈만 있으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쉽게 만날수 있다. 그것도 여의치않다면 캐스트어웨이의 톰 행크스가 썼던 방법도 마지막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