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했던 1만 시간의 법칙(The 10,000 Hours Rule)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이 1993년 그의 논문을 통해 처음 개념화시켰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간 실력 차이는 대부분 연주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수한 집단은 연습 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는 주장이다.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전문가에 대해 우리는 그의 타고난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타고난 것이 부족해서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방편이 되기도 했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투자할 경우 10년이 걸리며, 하루 10시간을 투자하면 3년, 하루 1시간씩 투자할 경우에는 30년이 걸린다. 생애에 걸쳐 어떤 분야에 1만 시간 이상 투자한 분야는 직업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뿐이다. 직업이라면 하루 평균 8시간 근무하고 휴일에 쉰다고 하면 5년 정도 걸리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취미라면 하루 1시간씩 투자할 경우 10년이다. 5년 이상의 커리어와 10년 이상 투자한 취미가 있다면 이 분야의 전문가 소리를 들을만하다. 1만 시간은 고사하고 1천 시간도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을 미디어에서 많이 본다. 그들은 전문가라서 미디어에 등장하는 게 아니라 미디어에 등장하는걸 전문가로 가는 과정으로 이용하는 것뿐이다.
나는 1만 시간의 법칙보다 1천 시간의 법칙을 주장하고 싶다. 1만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분야는 자신의 직업과 가장 좋아하는 취미 한 가지 정도다. 그렇다면 최소한 입문 정도로 해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일까? 이를테면 악기 하나를 연주할 수 있고, 생활 회화가 가능할 정도의 외국어를 할 수 있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몇 시간일까? 나는 그 시간을 1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1천 시간은 매일 1시간씩 투자할 경우 3년이 걸린다. 일단 매일 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띄엄띄엄해서는 절대 입문에 다다를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1천 시간을 투자하기 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고 없고는 1천 시간을 투자했는지 안 했는지에 달려있다. 예전에 색소폰을 배운 적이 있다. 학원을 1주일에 한 번씩 가서 레슨을 1년 동안 받았다. 색소폰 동호회에 가입해서 활동했고, 퇴근길에 변두리에 차를 세워두고 차 안에서 색소폰을 연습하곤 했다. 비싼 교재도 샀다. 하지만 지금 난 색소폰을 불지 못한다. 이유는 1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럼은 어느 정도 연주할 수 있다. 드럼 연주가 가능한 것은 드럼 연주에 1천 시간 이상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어학을 잘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창 시절까지 따지면 1천 시간 이상을 투자했지만 띄엄띄엄한 게 문제다. 어느 수준까지 하고는 포기하고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골프는 1년 하고 그만뒀다. 잘 할리 없다. 바둑은 2년 배웠다. 1년을 더 해야 최소한의 입문자는 된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최소한 매일 1시간씩 3년을 투자해야 한다.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