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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과 사람이 남을까 혹은 남겨질까?

by 조작가

책과 사람은 닮은 데가 많다. 나는 책 고르듯이 사람을 만나고 사람 만나듯이 책을 산다.


책과 사람 모두 새로운 것에 끌려 구입하고 만난다. 책이 새로 나왔다는 것은 최근의 관심 사항을 반영하는 것이다. 출판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파악하고 읽고 싶은 책을 낸다. 나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비교적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먼저 보게 되는데 그럼 대부분 좋은 사람, 도움 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두고두고 읽는 책도 있고 만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인연을 지속할 수 없는 책과 사람도 있다.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 구입한 책이 재미도 없고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면 더 이상 읽지 않고 어딘가에 처박아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매력적으로 보인 사람이 조금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저 그런 사람이거나 잘난척하는 사람이거나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그런 사람은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


책 정리와 사람 관계 정리는 자연스럽게 또는 저절로 되는 경우도 있고 의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책 정리가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때는 이사할 때다. 장을 새로 구입할 때나 집안 정리를 할 때도 소규모 정리가 이루어진다. 그럴 때의 책 정리 원칙이 있어야 한다. 막상 버리려고 하면 책마다 사연이 있어 선뜻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원칙은 이렇다. 내가 다시 이 책을 볼 것인가?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가이다. 이런 기준이라면 정리대상 1호는 시류를 따르는 책이다. 대학 때 공부했던 책들도 정리대상에 포함되는데, 이들 책은 시간이 지나 이론이 맞지 않거나 전공 분야라 다시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들이다. 이런 정리 원칙에 따르면 대체로 소설 중에서 고전으로 분류되는 것과 인문사회과학서적에서의 명저가 남게 된다. 그런 책들은 언제든지 나에게 삶의 지혜를 주는 책이다.


사람 관계의 정리는 인생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질 때가 있다. 대체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큰 이벤트가 있을 때 그렇다. 그리고 어쩔수 없이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럴 때의 판단기준은 이 사람을 계속해서 만날 것인가? 누군가에게 소개해 줄 만한가?이다. 그렇게 되면 시류에 편승하는 사람, 진실되지 못한 사람, 올드해져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사람 등이 정리되면서 사람도 책처럼 고전과 명저만이 남게 된다. 그들은 두고두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고 나에게 언제든 영감을 주며 삶의 활력이 되어 주는 사람들이다.


책을 정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것이 낡은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지식이 새로운 것으로 업그레이드된다는 의미이며, 책을 버린다는 것은 한 시대를 마감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그래서 책 정리는 단순한 책장 정리가 아니라 나를 새롭게 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나를 발전시키려는 것이며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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