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정신없고 빠르고 바쁘게 흘러간다

굿모닝 샌드위치 맨, Fast, 불면증의 버스

by 조작가

1. 세상은 정신없다


출근 버스는 늘 아우성이다. 많은 사람들을 태우는 버스는 한마디로 성난 사람과도 같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사람이 많았다. 버스 기사가 화난 말투로 다른 버스 기사에게 전화를 해서 욕을 한다.


'왜 빈 버스로 혼자 가냐? 회사 놀러 다니는 거냐? 그럴 거면 회사 다니지 말아라'.


앞 버스가 간격을 맞추지 못해 빨리 가는 바람에 내가 탄 버스에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버스 기사의 흥분은 직장 생활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그의 감정의 격량에 따라 버스도 파도를 탔다. 이상하게도 사물들은 인간의 감정을 전달한다. 내가 화나 있으면 그 화가 내 마음에서 하나의 물결을 만들고, 내 몸 밖으로 나가면서 더 큰 물결을 만들어 사물에 닿을 때는 격량이 된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게 그렇게 힘이 있다.


버스에 오른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직장인이다. 그래서 버스 기사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의 격량은 버스 안에 있는 사람에게로 옮아가, 오늘 하루 직장에서 버틸 에너지의 일부를 빼앗아간다.


러시아워의 서울 스트리트
다음 역은 역삼 스테이션 유후
아침마다 샌드위치 맨
- 굿모닝 샌드위치 맨 중


지하철이다. 전쟁터가 버스에서 지하철로 바뀌었다. 버텨야 한다. 버티지 못하면 뭉개지고 터져나간다.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 그건 곧 지각이고 지각은 죽음이다. 지하철에선 버스에서와 다르게 책을 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러시아워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간이 거의 없어 책을 꺼내기도 힘들다. 그럴 땐 생각이라는 걸 해본다. 군대 시절 100킬로 행군 때도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상하게 걸을 땐 많은 생각이 난다. 러시아워에서의 지하철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숨 쉴 공간조차 없어도 생각엔 공간 제한이 없다.


와-인드업 너를 향해 얼음 같은 너의 마음 한복판까지
와-일드 피치 흔들리는 운명 느낄 수 있을 테니까
투 쓰리 풀카운트 타임아웃
터질 듯한 스타디움의 야유
깊은숨을 들이켜
숨겨왔던 나의 비밀 마구
이제 사라진다 뿅
- 굿모닝 샌드위치 맨 중


9회 말 투아웃 풀카운트에서 던진 나의 마구에 모든 이가 숨 죽여 지켜보고 있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날아간다. 달려오는 외야수가 잡아 경기를 끝내고 우리는 우승을 차지한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이 이어진다. 나에겐 필살기 드럼 연주가 있다. 필살기 드럼 연주를 들려주면 관객들은 까무러친다. 우리가 만든 음 하나하나에 세상 사람들이 흥분한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들. 나에겐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내가 쓴 글을 읽고 사람들은 울고 웃는다.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 상상의 나래를 달아준다.


눈을 뜨니 다시 지하철이다.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만두처럼 터져버린다.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 차리고 뭐라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굿모닝 샌드위치 맨


2. 세상은 빠르다


빠르게만 달리는 세상
절대로 뒤처지면 안 돼
- Fast 중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하루만 뉴스를 못 봐도 세상 돌아가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머뭇하는 순간 뒤쳐지고 만다. 잠깐 뉴스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달린다. 기술 발전은 더욱 빨라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면 어느새 바보가 된다. 사람들도 빠른 걸 찾는다. 오후에 주문한 것은 다음날 눈 뜨기 전에 와 있어야 한다. 배달 음식업체는 스피드 전쟁 중이다. 조금 느려도 되지 않냐고 물으면 낙오자 취급당하기 쉽다.


'라떼' 얘기지만 여자 친구와 약속을 해서 만나기 위해 손편지를 썼었던 시절이 있었다. 연락할 방법이 편지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집 전화는 엄두도 못 냈었다. 손편지를 주고받고 보려면 최소 1주일, 2주일 걸린다. 지금은 그렇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보고 싶으면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단 몇 초 밖에 걸리지 않는 시간이다.


어디를 향한 건지
끊임없이 달리는 기찻길 소리
내 자신이 알던 내가
조금씩 멀어져 가 조금씩 바래져 가
......
잊지는 마
사람들 속에 가장 빛나던 너
네가 아니면 안 되잖아
- Fast 중


속도가 빠르면 사물과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2배속, 4배속, 16배속으로 플레이해서 보면 속도가 빠를수록 영상에 담긴 사람과 사물이 잘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빠른 속도 안에서도 내가 잘 보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단단히 붙들어 매어야만 한다.


Fast


3. 세상은 바쁘다


야근하고 버스를 타면 조심해야 한다. 특히 마지막 버스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종점까지 갈 수 있다. 일을 마치고 버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넣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졸음이 찾아온다. 졸음을 쫓기 위해 바깥 풍경을 바라다본다. 페퍼톤스의 '불면증 버스'처럼 '풍경이 하나씩 다가와 멀어지곤 한다'. 열심히 일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또 내일 일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잘 될까? 그런 생각에 두 눈을 감아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고 나면 문제의 반은 해결되어 있다는 경험을 믿어 보기로 하고 하루의 마지막을 보낸다.


Good night Good bye
내일 아침이면 다 괜찮아질 거야
Good night Good bye
거짓말처럼 모두 잊혀져 갈 거야
Good night Good bye
이 밤이 지나가면 다 우스워질 거야
-불면증의 버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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