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손 쓰기

by 조작가

나는 오른손잡이다. 왼손잡이가 왼손잡이라고 선언하는 경우는 있어도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잡이라고 선언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내가 굳이 오른손잡이라고 선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끔 왼손을 쓰기 때문이다. 왼손을 딱 세 가지에만 쓰기 때문에 양손잡이라고도 할 수 없다.


나는 세 가지 경우에만 왼손을 쓴다.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을 오른손으로 처리한다. 공부할 때나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 갈 때나 오른손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오른손을 다치면 공부도 못하고 밥도 못 먹고 화장실에서 일 처리도 못 간다. 내가 왼손을 쓰는 경우는 연필 깎을 때, 카드 섞을 때, 양식 먹을 때 딱 세 가지에만 쓴다.


나는 연필을 깎을 때 오른손에 연필을 쥐고 칼을 왼손에 들어 연필에 댄 다음에, 연필을 쥐고 있는 손을 밀어 연필을 후진시키면서 연필을 깎는다. 이 모습을 본 친구들은 깜짝 놀라며, '너 왼손잡이야?'라고 묻는다. 무척 신기한 모양이다. 처음엔 난 이게 정상인 줄 알았다. 처음부터 이게 편했으니까. 오른손잡이처럼 연필을 왼손에 쥐고 칼을 오른손으로 대고는 연필을 깍지 못한다. 카드 섞을 때도 왼손을 쓴다. 오른 손바닥 위에 카드를 올려놓고 왼손으로 카드 몇 장을 집어 섞기를 반복한다. 이 장면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역시 깜짝 놀란다. '왼손 잡이세요?' 하면서. 그리고 스테이크나 돈가스 같은 양식을 먹을 때 접시 위에 올려진 고기를 오른손으로 포크를 쥐고 왼손에 칼을 쥐고 고기를 썰어 먹는다. 역시나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다. '왼손 잡이세요?'


다행인 것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일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연필을 깎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카드놀이를 할 것이며(난 카드놀이를 거의 즐기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양식을 먹을 것인가? 그러니 난 설명할 여지도 없이 '오른손잡이'다. 내가 왼손을 연필 깎기와 카드 치기와 양식 먹기만이 아니라 운동 경기나 악기 연주에 썼다면 난 왼손잡이로 불렸을 것이다. 하지만 난 운동 경기나 악기 연주에 왼손을 사용하지 못한다. 만약 그랬다면 엄청난 이익이나 손해를 봤을 것이고, 그랬다면 난 '왼손잡이'라고 불릴만하다.


스포츠 분야는 왼손이 우대받는다. 야구에서 왼손 투수는 지옥에서도 데려와야 할 정도로 귀하다. 구기 종목에서 왼쪽을 책임지는 선수는 왼발이나 왼손을 잘 써야 한다. 탁구나 배드민턴의 복식경기는 한 명이 왼쪽을 책임져야 한다. 나는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칠 때 왼손으로 치는데 그렇게 해야만 경기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서 그런 것이지 왼손이 편해서 왼손을 쓰는 게 아니다. 스포츠 분야가 왼손을 우대하는 곳이라면 악기 연주는 왼손의 설자리가 거의 없는 분야다. 악기는 거의 오른손잡이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레이션에서도 왼손잡이는 거의 볼 수 없다. 촘촘히 앉아 연주해야 하는데 왼손잡이가 있게 되면 옆 사람과 부딪치기 때문이다. 일부 기타 연주자의 경우 왼손잡이가 없지 않지만 드럼의 경우에는 왼손잡이가 거의 없다. 현악기는 줄을 거꾸로 배치하면 되지만 드럼 세트는 거꾸로 세팅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왼손잡이가 드럼 연주할 때 상당히 힘들어했던 걸 본 적이 있다.


남들은 매우 이상하게 보는 나의 왼손 쓰기는 내 생활에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나를 '왼손잡이'까지 만들지는 않았다. 다만 왜 그 세 가지 분야에서만 왼손을 쓰게 됐는지 나 자신도 의아스럽다. 아무튼 이것도 축복이라면 축복이다. 왼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사람에 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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