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금요일을 금요일이라고 하지 않고 '불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금요일은 직장인에게는 해방의 날이기 때문에 불같이 화끈하게 놀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이 붙어졌다. 5일제 근무가 시작되면서 '불금'이 시작됐다. '불금'은 일주일의 마지막, 그리고 이틀간의 달콤한 휴식, 그 사이인 금요일 밤은 말 그대로 축복이다. 일주일을 열심히 보낸 직장인에게는 최고의 보상이다.
나 역시 한때 뜨거운 금요일을 보냈었다. 라이브바에서 밴드 공연을 보면서 마시는 맥주는 최고였다. 라이브바 대신 뮤직바도 괜찮다. 음악과 술과 친구만 있으면 '불금'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요즘 난 '불금' 대신 '쉼금'을 보낸다. '쉼금'은 내가 만든 용어다. '불금'과 반대되는 의미로 금요일을 푹 쉬면서 보낸다는 의미고, 그것을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연장한다는 의미다. '쉼금'은 그냥 할 일 없이 낮잠만 자고 그저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하면서 제대로 쉬는 걸 말한다.
처음 '쉼금'을 보낼 땐 두려웠다. 금요일에 그냥 집에 있는 게 두려워 뭐라도 하려고 홍대 주변을 어슬렁거린 적도 있다. 이제는 금요일에 약속이 없으면 없는 대로 그걸 즐길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요즘은 오히려 '불금'이 귀찮게 느껴진다. '쉼금'에 할 일이 많고 그걸 하면서 보낼 생각에 즐겁기 때문이다.
'쉼금'이 '불금'보다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불금'을 보내게 되면 거의 토요일 오전은 없다고 봐야 한다. 토요일 오후 늦게 일어나 뭔가를 하려고 하면 금방 저녁이 되고 저녁이 되어서야 내일 하루 남은 휴일을 어떻게 쓸지 몰라 우왕좌왕하면서 결국 일요일도 그동안 밀린 잠이나 자자 하면서 시체놀이로 보내게 된다. 하지만 '쉼금'을 보내게 되면 토요일과 일요일을 온전하게 보낼 수 있다. 금요일 저녁에 계획을 세우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계획에 따라 여행을 가거나 취미활동을 한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 해도 좋다. 평일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나도 넉넉한 오전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가 있는데 이럴 경우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 생각보다 꽤 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온전하게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밴드 합주를 하고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본다. 이것들을 다 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사실 '불금'이라는 말은 5일 노동에 대한 보상의 측면이 강한 용어다. 5일을 개 같이 일했으니 제대로 한 판 벌려보자는 보상 심리가 반영된 용어다. 노동과 여가가 밸런스가 맞다면 굳이 금요일을 불태울 필요가 있을까? 금요일은 노동과 여가 시간의 완충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