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누구일까?

고양이, 키치조지의 검은고양이

by 조작가

1. 어둠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높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시인과 촌장의 '고양이'는 80년대 발표한 노래인데 최근 발표한 모던락과 비교했을 때 그 세련미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노래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박학기는 '고양이'를 비틀즈 수준이라고 평했다. 지금 다시 들으니 한 시대, 아니 한 세대를 앞선 곡인 것 같다.


가사는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로 시작한다. 그다음 가사에 다음과 같이 고양이를 묘사하고 있다.


빛나는 두 눈이며 새하얗게 세운 수염도
그대는 정말 보드랍군 고양이
창틀 위를 오르내릴 때도 아무런 소릴 내지 않고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아름답고 빛나는 눈동자, 귀여운 발톱에 새하얀 수염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에 관한 노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우연히 본 '불후의 명곡 하덕규 특집 편'에서 하덕규는 "'고양이'는 고양이에 관한 노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덕규는 당시 엄중한 사회에서 모든 곡을 은유로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 무엇을 은유했을까? 아무리 자료를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고양이'를 고양이 노래로 알고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에 대한 얘기를 곁들어 이 곡을 소개했다.


그다음 가사에서 고양이에 대해 부끄럽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높은 곳에서 춤을 춰도 어지럽지 않은, 그 아픔 없는 눈 슬픔 없는 꼬리라고 묘사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진 않을 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보드라운 발 아픔 없는 꼬리 너무너무 좋을 테지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고양이(아아 우우 야옹)
높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그 아픔 없는 눈 슬픔 없는 꼬리 너무너무 좋을 테지


당시 엄중한 시대를 생각해본다면 '고양이'는 어떤 의연한 사람 또는 시대를 상징하는듯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부끄럽지 않고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던 사람, 아무리 힘들고 어두운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성공했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는 사람, 내면의 아픔과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 겉모습은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곁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생각해 봤다.


2. 시크하고 도도하면서 외로운


델리스파이스의 '키치조지의 검은 고양이'는 꽤나 서사적인 음악이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와 넘쳐흐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기존 가요와는 대비된다. '키치죠지의 검은 고양이'를 들으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마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키치죠지는 도쿄도 무사시노시의 키치죠지역 주변 지역을 일컫는 말로 도심과도 가깝고, 아기자기한 상점가가 밀집되어 있어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지브리 미술관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이노카시라 공원 등이 있다. 키치죠지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은 한여름 동경 키치죠지의 작은 골목
좁아터진 건물 7층 간판은 민속악기점
코를 찌르는 야릇한 향내와 이름도 모를 악기들로
둘러싸인 그 방 한구석에서 그래 너를 만난 거야


'키치죠지의 검은 고양이'를 만난 곳은 민속악기점이다. 인도산 인센스, 칭칭 휘감기는 시타 연주가 나오는 거 보니 민속악기점은 인도 악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으로 보인다. 가사에서 서술한대로 좁아터진 건물 7층 간판, 코를 찌르는 야릇한 향내, 이름 모를 악기가 있는 곳을 찾으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약간 마른 몸매 길게 기른 손톱
어딘가 슬픈 검은 눈동자
이런 나를 할퀴고 갔어
피할 틈도 주지 않고서
그저 손을 내민 것뿐인데
그저 내 맘을 전한 것뿐인데


일본에 고양이가 워낙 많아서 노래 속 검은 고양이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약간 마른 몸매, 길게 기른 손톱, 슬픈 검은 눈동자의 고양이는 있을 법하다. 약간 마른 몸매, 길게 기른 손톱, 슬픈 검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라도 대신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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