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치조지의 검은고양이
빛나는 두 눈이며 새하얗게 세운 수염도
그대는 정말 보드랍군 고양이
창틀 위를 오르내릴 때도 아무런 소릴 내지 않고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누구에게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진 않을 테지
캄캄한 밤중에도 넘어지지 않는
그 보드라운 발 아픔 없는 꼬리 너무너무 좋을 테지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고양이(아아 우우 야옹)
높은 곳에서 춤춰도 어지럽지 않은
그 아픔 없는 눈 슬픔 없는 꼬리 너무너무 좋을 테지
그곳은 한여름 동경 키치죠지의 작은 골목
좁아터진 건물 7층 간판은 민속악기점
코를 찌르는 야릇한 향내와 이름도 모를 악기들로
둘러싸인 그 방 한구석에서 그래 너를 만난 거야
약간 마른 몸매 길게 기른 손톱
어딘가 슬픈 검은 눈동자
이런 나를 할퀴고 갔어
피할 틈도 주지 않고서
그저 손을 내민 것뿐인데
그저 내 맘을 전한 것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