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에 관한 음악, 영화, 르포

Red Hill Mining Town

by 조작가

1984년 국립석탄국(National Coal Board, NCB)은 마가렛 대처 수상의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낮은 탄광을 폐광하는 조처를 취한다. 이에 전국광부조합(Nation Union Minewokers, NUM)는 파업에 들어간다. 1984-5 파업 이후 영국 탄광 대부분은 잇따라 폐광되고 1946년 석탄산업국영화법에 설립된 NCB는 1987년 British Coal Corporation으로 민영화되고 1981년에 17만 명에 달하던 NUM 회원은 2015년 100여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1. U2, '붉은 언덕의 탄광촌'


U2의 'Red Hill Mining Town'은 탄광 노동자 가정이 몰락해 가는 모습을 노래로 담고 있다. 보노는 Tony Parker의 책 <레드 힐: 탄광촌 Red Hill : A Mining Community>를 읽고 이에 영감을 받아 이 곡을 만들었다.


광부들은 얼굴은 얼어붙고, 옷깃은 헤지고 석탄투성이로 얼굴은 갈라져있다. 손은 강철처럼 단단하고 폐는 굳어져있다.


바람을 맞아 얼어붙은 얼굴들을 보세요 see faces frozen still against the wind
옷깃은 헤지고 석탄투성이 얼굴은 갈라졌지 The seam is split, the coal face cracked
줄은 길게 늘어서 있고 돌아갈 방법은 없어 The lines are long, there's no going back.
강철처럼 단단한 손과 돌과 같이 무거운 심장 Through hands of steel and a heart of stone


하지만 탄광이 폐쇄되면서 탄광 노동자 아버지는 탄광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삶의 희망인 아버지를 붉은 언덕 마을에서 기다리는 심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날 붉은 언덕 마을에 두고 당신은 떠나갔지. 불빛은 사라져. Yeah you leave me holding on / In Red Hill Town / See the lights go down
버티네. Hanging on
당신은 내게 남겨진 붙잡을 유일한 것. You're all that's left to hold on to
나는 여전히 기다리지. I'm still waiting
나는 버티네, I'm hanging on
당신이 내게 남은 쥘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You're all that's left to hold on to.


하지만 삶은 점점 피폐해지고 두려움과 의심은 점차 커지면서 자신감을 잃는다.

유리가 부서지고 병은 말라버리고 The glass is cut, the bottle run dry
우리의 사랑은 밤의 갱도 속에서 차갑게 식어가네 Our love runs cold in the caverns of the night
우리는 공포에 상처입고 의심으로 다치지. We're wounded by fear, injured in doubt
난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I can lose myself


그리고 결국엔 '유대는 사라지고 사슬은 풀어지고'(A link is lost / The chain undone) 노래의 마지막 가사처럼 '붉은 언덕 위의 불빛들이 사라지'(The lights go down on Red Hill)고 만다.


음악에서 묘사하는 탄광촌과 광부의 모습은 80년대 영국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2. 브레스트 오프, 풀 몬티, 빌리 엘리엇


참혹한 삶의 터전이라도 있다는 게 다행일까?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은 영화 <풀 몬티>에서처럼 스트립댄서로 새로운 희망을 찾기도 했고 영화 <브레스트 오프>에서처럼 음악을 통해 희망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광부들의 삶은 그러지 못했다. 임금을 받지 못한 파업 광부들의 생활은 점차 어려워졌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아버지는 죽은 아내가 아끼던 피아노를 부숴 땔감으로 쓸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내몰리게 된다.


80년대의 영국의 석탄 산업의 모습은 그 후 몇 년 뒤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재현됐다. 강원도의 몇몇 도시는 광산업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도 없다. 삼척의 석탄박물관을 통해 그 영욕의 역사를 대충 짐작할 뿐이다.


광부의 삶은 그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3. 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은 1936년 탄광 지대의 실업문제에 대한 르포를 청탁받고서 위건 부두로 향했다. 조지 오웰은 부루커 부부가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생활하는데, 하숙집은 한 마디로 '지독히도 불결한' 곳이었다. 모피처럼 두툼하게 쌓여있는 먼지, 오래된 구정 물통, 앉는 자리가 터진 의자, 심한 악취, 고물들 사이에 침대 네 개를 수셔넣은 방이 있었으며, 침대는 다리를 접고 자야만 했다. 조지 오웰은 그런 곳에서 두 달을 생활하면서 집집마다 방문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막장까지 들어가 광부의 삶을 가까이서 봤다. 조지 오웰이 묘사한 막장은 이렇다.


"거기엔 보통 사람이 지옥에 있으리라 상상할 만한 게 대부분 있다. 더위, 소음, 혼란, 암흑, 탁한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참을 수없이 갑갑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러한 막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세계는 지상에 있는 우리의 시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머지 반쪽이다. 아마도 우리가 하는 모든 것, 말하자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부터 대서양을 건너는 것까지, 빵을 굽는 것부터 소설을 쓰는 것까지, 모든 게 직간접적으로 석탄을 쓰는 것과 상관이 있다. 평화를 위한 모든 수단에 석탄이 필요하며, 전쟁이 터지면 석탄은 더욱 필요해진다. 혁명기에도 광부는 계속 일하러 가야 한다. 아니면 혁명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혁명도 반동도 석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건, 석탄을 파고 퍼담는 작업은 쉬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


석탄을 생산하는 노동자에 대한 경의도 잊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지금 누리고 있는 비교적 고상한 생활은 실로 땅속에서 미천한 고역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빚지고 얻은 것이다. 눈까지 시커메지고 목구멍에 석탄가루가 꽉 찬 상태에서 강철같은 팔과 복근으로 삽질을 해대는 그들 말이다."


1930년대의 영국의 탄광촌이 얼마나 열악했던 곳인지가 잘 드러나 있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그들에 대해 조지 오웰은 마음 아파했고 그 실상을 르포 문학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렸다. 1930년대의 광부의 삶에 대해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가졌다면 1980년대의 광산 폐업에 따른 광부의 피폐한 삶을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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