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학원 앞에 자그마한 커피숍이 하나 있다. 손님이 한 팀만 와도 부쩍거릴만큼 작다. 드럼 연습 전에 밥을 소화하기 위해서, 드럼 연습 후 땀을 식히기 위해서, 그리고 그냥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작은 커피숍엘 간다. 커피값이 다른 곳에 비해 무척 착한 것도 자주 가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작은 커피숍은 젊은 남자와 여자가 운영한다. 부부라고 하기엔 너무 젊고, 그렇다고 연인이라고 하기엔 친구처럼 친해 보인다. 어쩜 가난한 대학생 커플일지도 모르겠다. 돈이 없어 집 하나를 같이 쓰게 됐었고 돈을 벌기 위해 동업하기로 했지만 동거는 아닌 사이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선후배나 남매인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 이곳 카페를 이용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몇 주는 됐을 것 같다. 얼마간 커피숍을 이용하다 쿠폰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하나 챙겨달라고 하니 사장은 도장 네 개 꽝 찍어준다. 사장은 내가 다녀간 횟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네 번 이상 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장이 확신에 찬 태도로 도장 네 개를 찍어주니 나도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도장 네 개가 찍힌 쿠폰을 잃어버렸다. 어차피 커피값이 너무 싸 쿠폰 받는 것도 미안하던 차였다. 다음날 커피숍에 갔는데 사장은 내가 쿠폰을 잃어버린 걸 알고 새로운 쿠폰에 도장 다섯 개를 찍어줬다. 그리고는 카페 보드에 쿠폰을 보관해줬다. 내가 자주 잃어버릴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다음날 또 카페를 찾았다. 수 백 장이 넘는 쿠폰 중에 내 쿠폰을 한 번에 찾더니 여섯 번째 도장을 찍어줬다.
"참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M사 다니시죠?"
"헉 그걸 어떻게 아세요?"
"지난번 회사 출입증 보고 알았습니다"
"와"
어떻게 기억했는지 내가 항상 스틱을 꽃아 커피를 마시는 걸 알고 커피에 스틱을 꽃아줬다. 카페 앞 학원에 다니는 것, 내가 드럼을 배운다는 거, 이번에 곧 공연할 거라는 것 등을 얘기하고 드럼 학원으로 향했다.
사람은 자기를 기억해 주는 사람에게 호의를 갖는다. 어차피 커피맛은 똑같고 분위기도 비슷비슷하다. 학생 때 선생님이 내 이름 한 번 불러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때 모두 번호로 친구를 불렀었다.
"야 30번"
난 28번도 되었다가 30번도 되었다가 31번도 됐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손님을 일일이 기억해주는 것이 요즘 강조하는 소통이고 경쟁력이다. 나도 다음엔 카페의 두 젊은 남녀 사장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둘이 무슨 사이이고 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