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라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젓가락질 잘해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낙지나 오징어처럼 표면이 미끄러운 음식은 젓가락질을 잘해야 먹을 수 있다. 미끄러운 표면 때문에 젓가락으로 집어도 슝슝 빠져나가버린다. 낙지와 오징어가 젓가락을 스스로 감아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건 운이 좋을 때의 얘기다.
미끄러운 것의 백미는 개불이다. 개불을 두 젓가락으로만 잡을 수 있다면 그는 젓가락질 잘하는 민족성 때문에 생명공학도 잘할 수 있다고 말한 어느 생물학자의 말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개불은 한 번도 젓가락으로 잡았던 적이 없는 최강으로 미끄러운 놈이다. 개불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기 위해서는 개불 몸 안으로 젓가락 하나를 집어넣고 들어 올리는 수밖에 없다.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개불만큼 미끄러운 놈이 있다. 매추리알장조림이다. 이 녀석은 동그란데다가 표면이 개불만큼이나 매끄럽다. 계란처럼 크면 찔러서 먹을 수 있지만 매추리알장조림은 젓가락을 찌르기에도 작다. 잘못 건들다가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아예 숟가락을 쓰는 게 안전하다.
윗사람하고 미끄러운 음식은 같이 먹는다는 건 아슬아슬한 축구 경기를 보는 것과 같다. 자칫 잘못했다가 훌러덩하고 음식이 날아 올라가 윗사람의 옷에 덜커덩 앉을 수가 있다. 그럴 땐 잽싸게 밥에 코를 박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해야 한다. 아니면 아예 먹지를 말던가. 미끄러운 음식에 젓가락만 있는 건 학에게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며, 여우에게 긴 병에 음식을 담아주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