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이란 노력해도 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일 경우 노력을 포기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로 손절매에서 유래했다. 손절매는 앞으로 주가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단기간에 가격 상승이 보이지 않는 경우,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을 뜻한다.
'손절했어'라고 할 때 그 손절의 대상은 손절이 경제용어에서 가져왔음에도 물건이나 어떤 가치보다는 사람일 때가 많다. '손절했어'는 '그 사람을 손절했어'라는 뜻이며 아무리 노력해도 그와의 관계가 좋아지거나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관계를 끊어버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에게 손절당한 사람이 3명이 있다. 친구와 연인은 손절 대상이 아니다. 친구와 연인은 인연이 계속 닿지 못했을 뿐 누가 누구를 손절하고 손절당하는 관계가 아니다. 여기서 내가 말한 사람은 직장에서, 일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다.
A와는 몇 년 전에 A1프로젝트를 함께 한 사이다. 나는 A1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했고 A는 A1프로젝트가 필요했다. 그렇게 뜻이 맞아 A1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다. 나는 A에게 A1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요소에 대해 설명했다. A는 충분히 알겠다고 했고 내가 얘기한 성과에 몇 배 이상은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나는 그의 약속을 믿었다. A와 A1프로젝트 발전에 대해 여러차례 회의도 했다. 하지만 A는 A1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 오로지 A1프로젝트를 통해 이익만 얻어갈 뿐이었다. 그 사이 A1프로젝트의 존폐위기가 있었고 A와 함께 하는 것도 중단했다. 지금 난 A1프로젝트를 억지로 끌고 일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얼마전 A는 A1프로젝트를 다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나는 한번에 거절했다. 함께 일한다는 건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도움되는 일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방적인 거래와 협업은 없다. 나를 바보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냥 받아줄 뿐이라는 걸 왜 모를까? 자기 이익만 생각해서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은 손절대상 1호다.
몇 년 전의 일이다. B1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나는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마침 소개받은 B에게 B1 프로젝트를 맡기게 됐다. 하지만 그는 거의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기의 상황이 지금 너무 좋지 않다는 것을 나에게 설명했다. 한마디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는 것이다. 나는 진심을 다해 위로해줬다. 그리고 기다렸다. 기한이 임박하면서 나도 다급해졌다, 그에게 과업 지시를 내렸지만 그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긁어와 제출하는 수준에서 일을 했다. 그런 와중에 그는 자기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 비용을 빨리 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해왔다. 아무 일도 안 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게 말이 되지 않았고 이렇게 책임감이 없을 수 있을까 싶었다. 우선은 일이 급했다. 난 며칠밤을 새워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어야했다. 그 사이 그가 뭐라도 해가지고 올 것을 기대한 건 내가 지나치게 순진한 탓이다. 그는 오로지 돈이 급하다며 언제까지 꼭 돈이 필요하니 비용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람이 나쁜건지, 나쁜 상황이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상황이 최악인 사람, 그리고 무책임한 사람하고는 다시는 엮이면 안 되겠다 생각해 그의 요구 사항을 들어줬다. 그래야만 그와의 관계가 끊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는 돈을 받자마자 다시는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손절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손절대상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C는 거의 나만 쫓아다니던 후배다. 내가 C1사에 입사할 때 사장은 나에게 새로운 부서를 만들어줬고 부서원으로 C를 줬다. 사실 C는 일을 너무 못해 옆 부서에서 쫓겨난 친구다. C는 이후 나에게 거의 충성하다시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사를 한다고 하길래 나는 말렸다. C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 밑에서 나가면 견디기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C는 바로 이직을 했다. 그리고 내 말은 바로 현실이 됐다. 이직을 하자마자 C는 나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지 거의 매일 연락을 해왔다. 받아주기는 힘들었다. 아무리 정이라는 게 있어도 회사는 회사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갔고 그는 이직을 몇 번을 거듭한 끝에 D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즈음 나는 이직을 결심했다. 업종 최고의 회사에 가기로 확정됐고 나는 그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다 마침 C가 나의 이직 사실을 알고서는 다른 회사 가지 말고 D사에서 함께 일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업종 최고도 좋지만 신생 회사를 키우는 것도 좋고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 D사를 선택했다. 그것은 내 인생 최악의 선택이됐다. D사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완전 난장판이었고 더 큰 문제는 C는 사장의 측근이 되어 나의 동선을 매일 같이 사장에게 보고했다. 전형적인 간신배가 된 것이다. 능력이 없을 경우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내 밑에 소속된 팀장임에도 불구하고 C는 내 말을 듣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아예 대놓고 나와 함께 야근하는 걸 뻔히 알면서 자기 팀 저녁만 주문하는 등의 추악한 짓을 했다. 소위 말해 왕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사장의 측근이며 D사의 2인자임을 나에게 어필 내지는 압박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1년을 채우고 미련없이 D사를 나왔다. 아예 그 업계를 떠나버렸다. C는 그 이후로 다시는 나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간신배는 빨리 손절해야 한다. C가 간신배라는 걸 다른 후배가 여러차례 나에게 말해줬는데도 나는 그럴 일없다며 계속해서 C를 케어했던게 후회됐다. 하지만 이런 경우 누가 손해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나는 그가 없어 손해 본게 전혀 없지만 C는 내가 없어 손해 본 게 적지 않다.
내가 손절했지만 따지고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당한 경우다. 앞으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만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