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 어딘가

Across The Universe

by 조작가

어렸을 적 동네 앞에 흐르는 실개천을 보고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이 물은 흘러서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이런 철학적인 질문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 아마 그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나를 비롯해 존재하는 사물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가 궁금했다. 그때 내 질문에 어머니는 뭐라고 대답했을까?


조금 더 커서 그 실개천의 시작과 끝을 어림짐작할 수 있게 됐다. 그래 봐야 눈앞에 보이는 산까지였지만. 그땐 눈앞에 보이는 산이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더 나이가 들고 세상이 눈앞에 보이는 산보다 더 크다는 걸 알게 돼서는 아예 그런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한참 나중에 내 질문의 힌트를 비틀즈의 Across The Universe에서 얻을 수 있었다. Across The Universe는 인도 여행 후 만든 곡으로 힌두교에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 가사에 등장하는 '구루 데브'는 힌두교의 영적 스승을 가리키며, 'Om'은 우주와 공명하는 자연적인 음의 떨림을 나타내는 말이다.


부서진 불빛들이 / 수많은 시선들처럼 춤을 추며 / 우주를 가로질러 / 계속 나를 불러요
Images of broken light / Which dance before me like a million eyes / They call me on and on across the universe


비틀즈는 빛이 우주를 가로질러 존재하고 있다고 믿었다. 빛이 우주를 가로질러 존재한다면 물도 우주를 가로질러 존재할 것이다. 어릴 때 봤던 실개천의 물은 우주에서 와서 우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종이컵 속으로 끝없이 쏟아지는 비처럼 / 단어들이 흘러넘쳐요 / 스르르 미끄러지며 / 우주를 가로질러 사라져 버리네요
Words are flowing out / Like endless rain into a paper cup / They slither while they pass / They slip away across the universe
슬픔의 웅덩이, 기쁨의 물결은 / 내 마음속을 떠다니며 / 나를 사로잡고, 또 어루만져요
Pools of sorrow waves of joy / Are drifting through my open mind / Possessing and caressing me
생각들은 우체통 안의 / 들떠있는 바람처럼 굽이치고 / 우주를 가로질러 갈 것처럼 / 무턱대고 휘청거려요
Thoughts meander like a restless wind / Inside a letter box / They tumble blindly as they make their way / Across the universe
수많은 태양처럼 / 내 곁을 맴도는 끝없는 사랑이 / 우주를 가로질러 / 계속 나를 불러요
Limitless undying love / Which shines around me like a million suns / It calls me on and on /across the universe


빛과 물만 우주를 가로질러 존재하는 걸까? 비틀즈는 어떤 사물에게 부여된 단어도 '종이컵 속으로 끝없이 쏟아지는 비처럼 흘러넘치고 미끄러져 우주를 가로질러 간다'라고 생각했다. 슬픔이나 기쁨이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생각도 사랑도 우주를 가로질러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언어, 감정, 생각, 사랑은 우주 어딘가에서 와서 우리 곁에 머무르다 우주 어딘가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우주 어딘가에서 와서 우주 어딘가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그렇게까지 기쁘거나 슬픈 일도 아닐 것이다. 모든 존재는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쓸모없는 존재도 아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우주의 한쪽 끝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혹시 그때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었을 어머니는 나에게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이 실개천의 물은 흘러 강으로 가고 강으로 간 물은 바다에 모이고 바다에 모인 물은 우주 어딘가로 가. 그리곤 다시 이 실개천으로 돌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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