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을 땐 생각을 덜어내는 게 좋다. 때론 멍 때리기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방법과 그 반대로 게임과 같이 뭔가에 몰두하는 방법이 생각을 덜어내는데 좋다.
사람들이 하도 복잡하게 살고 생각이 많고 무언가를 열심히 하니 어떤 단체에서 멍 때리기 대회를 열었었다. 멍 때리기에선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말도 하지 말아야 하고 뭔가를 봐서도 안되며 표정에도 변화가 없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또 이것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반대로 뭔가에 몰입하는 방법도 생각 안 하기에 도움이 된다. 아들이 쓰는 방법이 이 방법이다. 늘 생각이 많은 아들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행동과 말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고민하면서 자신을 괴롭힌다. 생각을 덜어내는 게 자신이 가진 병을 덜 수 있다고 판단한 아들은 게임에 몰입해보겠다고 선언했다. 대체로 각 가정마다 게임 과몰입으로 걱정하는데 우리 집은 반대로 게임이 치료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게임을 하기 위한 핑계일 수도 있지만 생각만 덜어낼 수 있다면 게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각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생각하기의 정확한 표현은 생각 정리일 것이다. 걷는다거나 차를 마시거나 연필을 깎는 사소한 행위를 할 때 생각이 정리된다. 사실 일부로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생각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정리가 되는 것뿐이다.
걷기가 생각하기 또는 생각 정리하기에 가장 좋다는 것을 군대 있을 때 알았다. 무작정 어딘지를 모를 그곳을 향해 말없이 밤새도록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걷기에는 생각을 유발하는 어떤 기제가 숨어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수 십 년째 전국을 매일 걷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 그가 걸어온 거리만 2만 킬로가 넘는다고 한다. 그는 왜 그렇게 걷는 것일까? 그 사람의 속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체력을 위해 걷는 건 아닐 테다. 아마도 말 못 할 어떤 복잡한 생각들을 그 스스로의 방법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최근에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거창한 다도(茶道)까지는 아니지만 차를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생각을 유발하는 어떤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물을 받고 물을 끓이고 뜨거운 차가 식기를 기다리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된다.
나는 가끔 다 닳지 않는 연필을 깎는다. 연필을 깎을 때 그 짧은 시간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고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게 좋아서다.
생각 안 하기가 필요할 때가 있고 생각하기 또는 생각 정리하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자신만의 생각 안 하기 방법과 생각하기 방법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