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 고향생각

Subterranean Homesick Blues / Alien

by 조작가

지하라는 공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생충>의 기택네 가족은 반 지하에서 백수로 살아간다. 기택네는 반지하에서 온 가족이 박스 포장 알바로 겨우 겨우 먹고 살아가며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집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반지하에서 바라보는 지상 세계라고는 소변보는 사람뿐. 비가 오면 물이 차는 곳이고 그곳은 어둡고 빈곤의 냄새가 나는 곳이다. 어두운 지하는 상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잘 느낄 수가 없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도 그런 삶을 살았다. 그는 지하에 틀어박혀 20년이나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를 모욕한 사람들을 복수할 궁리만 하며 혐오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밥 딜런의 'Subterranean Homesick Blues'에 등장하는 자니(Johnny) 역시 지하 세상에서 살고 있다. <기생충>의 기택네처럼 가난에 찌들어 보이지도 않고 <지하 생활자의 수기>의 주인공처럼 복수심이 넘쳐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그가 지하에서 하는 일은 약을 섞는 일이다. 무슨 약인지 모르겠지만 노래의 화자가 되는 친구가 망을 보는 것으로 봐선 마약류인 것으로 보인다.


조니는 지하실에서 / 약을 섞어 만들고 있고 Johnny's in the basement / Mixing up the medicine
난 보도 위에서 정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I'm on the pavement / Thinking about the government


밥 딜런은 지하 생활자인 자니에게 소방호스를 들고 다니는 자들을 피하라고 말한다.

소방호스 들고 다니는 자들과는 Better stay away from those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야 That carry around a fire hose


소방호스를 든 자는 누구일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소방호스로 물을 뿌려 시위대를 진압하려는 공권력과 세상에 불이 났는데 소방호스 든 사람들은 무슨 불을 끄러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는 해석. 두 가지 모두 정부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밥 딜런은 불가능한 것만 요구하는 정부 지도자를 비난하고 있다. 지불 능력이 없는 시민에게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방 안에 있는 아메리카 너구리 털가죽 모자 쓴 그 남자는 A man in the coonskin cap, in the pig pen
11달러 지폐를 원해. 넌 10달러뿐인데 Wants eleven dollar bills, you only got ten


정부는 전문가를 동원해 어떻게든 시민을 압박한다.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알기 위해 You don't need a weather man
웨더맨까지 있을 필요는 없어 To know which way the wind blows

우리 사회에 전문가가 너무 많다. 그들은 누구나 아는 얘기들을 뻔뻔스럽게 한다. 청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그럴싸하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매스미디어가 선호한다. 언론과 정부는 시민이 알아듣기 힘들게 말하는 전문가를 등장시켜놓고 통계와 전문성으로 시민을 압박케 한다. "바람이 어디로 부는지 알기 위해 웨더맨까지는 필요 없다."라는 말은 법조계에서 흔히 인용되는 말로 여전히 유용하다. 상식적인 수준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지혜를 모아서 하면 된다.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야 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의 권위를 빌려 말하고자 할 때는 대체로 대중을 현혹할 필요가 있을 때 쓴다. 전문가는 이들에게 이용당할 뿐이다.


라디오헤드(Radiohead)는 밥딜런의 'Subterranean Homesick Blues'를 오마주한 'Subterranean Homesick Alien'에서 지구적 스케일로 비판하고 있다. 밥딜런이 60년대 미국 사회를 비판한 것에 비하면 스케일이 크다.


'Subterranean Homesick Alien'은 외계인에게 납치당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 화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지구로 돌아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외계인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화자는 다시 돌아온 지구에서 마주한 현실에서 외계인들의 모습을 그리워하며 외계인과 함께 우주로 나가고 싶어한다. 라디오헤드는 화자를 통해 지구에서의 삶을 삭막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지구라는 곳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서로를 탓하고 서로 잡아먹지 못해 난리치지 않은 곳곳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노래 속 화자에게는 지구가 지하세계이고 우주가 고향인 셈이다.

그들은 날 데려다가 그 아름다운 비행선에 태우고 내 맘에 쏙 드는 세상을 보여줄 거야 Take me on board their beautiful ship Show me the world as I'd love to see it
그럼 난 친구들한테 떠벌리겠지 하지만 그들은 날 믿지 않을 거야 I'd tell all my friends But they'd never believe
내가 드디어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하겠지 They'd think that I'd finally lost it completely
걔네들에게 별들을 보여주고 삶의 의미를 떠들어대 봤자 I'd show them the stars And the meaning of life
그들은 날 어디다가 가둬놓겠지 They'd shut me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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