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 기획서' 중에서
유비, 관우, 장비, 삼 형제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 삼 형제의 꿈은 결국 그들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조조도 마찬가지였다. 천하를 호령하던 ‘효웅’이 세상을 떠났다. 후한 말기 황건적의 난을 시작으로 각지에서 큰 뜻을 품고 일어난 군웅들은 이제 세상에 없다. 이러한 원년 멤버들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삼국통일을 위한 2차전이 시작됐다. 2차전의 시작은 위나라와 오나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유비 세력이 이릉대전의 참패로 힘을 잃고 곧 침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위와 오가 한 번만 더 힘을 합쳐서 촉나라를 압박했다면, 촉이라는 대기업은 곧 쓰러졌을 것이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제갈량은 잘 알고 있었다. 군대를 다시 일으키려면 돈이 필요했다. 장수와 병사들에게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돈이나 식량을 지급해야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었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라는 속담이 있다.
언덕이 있어야 소도 가려운 곳을 비빌 수 있듯이 의지할 곳이 있어야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 제갈량이 비빌 언덕은 바로 촉나라의 산업이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촉한의 산업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한 분야는 경제였다. 소설에서 군사 천재로 불리던 제갈량과 ‘돈’은 사실 잘 안 어울릴 수도 있지만, 그는 누구보다 실리주의자였다. 융중에서 학문에 매진할 때도 단순히 경전을 파고드는 대신 그 내용을 어떻게 현실 정치 및 경제에 적용할지 고민했다.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보자.
그는 염전, 직물, 농업, 광물에 집중해 빠르게 경제를 회복시켰다. 그가 214년 익주에 처음 도착한 이후 20년간 세월을 보냈으나, 북벌 정벌 기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성도에서 개혁을 주도한 시간은 13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그는 제도를 정비하고 경제를 부흥시킴으로써 촉나라의 국력을 키우고 이를 토대로 위나라와의 전쟁을 위한 물자를 마련했다.
나중에 제갈량의 사후, 위나라의 등애라는 장수가 촉한을 멸망시켰던 263년에 촉나라의 소금과 철의 생산 종사 인원을 살펴보니, 무려 4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군사적인 능력에 있어서 제갈량에 대한 평가가 다소 인색했던 《삼국지》의 저자 진수도 그를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인 관중, 한나라의 시조인 유방을 보필한 소하에 비교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천시에 유익한 자는 비록 원수라 하더라도 반드시 상을 내린다. 법을 어기고 태만한 자는 비록 부모라 할지라도 반드시 벌한다.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자는 비록 중죄라도 반드시 놓아준다. 말이 많고 교활한 자는 비록 경죄라도 반드시 벌한다. 선은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상을 준다. 악은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묵과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백성은 모두 그를 경외하고 사랑하였다.” - 진수의 《삼국지》 중에서
그는 재원을 마련하고 촉나라의 국력을 키우면서 동시에 엄격한 법을 시행해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았다. 이러한 그의 5개년 경제 계획으로 인해서 이릉대전 후 오나라에 패하여 무참히 쓰러졌던 촉은 다시 일어났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비빌 언덕’인 안정적인 수입처는 꼭 필요하다. 아마존이 다양한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CEO 제프 베조스의 뛰어난 리더십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덕분이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캐시카우가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웹 서비스(AWS)는 아마존의 자회사로 2006년에 설립됐다. 이들은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인프라를 대여해주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실 많은 웹사이트 운영자, 특히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블랙프라이데이 등 큰 이벤트가 있을 때, 사용자들이 그 웹사이트에 폭주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서 자신들이 서버를 사서 거대한 데이터센터의 인프라를 구축한 후에 회사에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AWS에서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클라우드 사업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수익을 바탕으로 아마존고, 무인 택배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머니》의 저자 롭 무어(Rob Moore)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돈은 진보다. 돈을 계속 버는 것이 진보다. 돈은 목표를 달성한다.
그리고 돈은 달성할 목표 자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열정’이라는 말에 종종 현혹된다. 열정을 갖고 일해라. 열정을 갖고 있다면 모든 어려움과 실패를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열정만 갖고 일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회사가 아무런 혜택도 안 주고 단지 열정적으로만 일하라면 과연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먼저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실패를 당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바로 안정적인 수입처다. 즉, 돈이다. 물론 이 말을 듣고 실망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의지가 위대하다는 말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제갈량은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고, 촉나라 경제 부흥을 위해 매진했다. 돈의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촉나라는 패배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마케팅 전략을 수행하는 데 금전적인 파이프라인 구성은 꼭 필요하다. 결국 ‘머니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