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 기획서'
얼마면 돼?
부잣집 아들 원빈이 〈가을동화〉라는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 송혜교에게 외친 유명한 대사다. 유비라면 어땠을까? 그는 아마도 ‘1000억 원’, ‘1조 원’ 이상을 불렀을 것이다. 유비는 스케일이 달랐다. 돗자리와 신발을 팔면서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지만, 집 앞의 뽕나무 밑에서 자신의 꿈을 믿었다. 아이들과 함께 놀 때도 벼슬아치들의 수레를 보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나는 꼭 이렇게 깃털로 장식된 덮개가 있는 수레에 탈 거야.
관우와 장비도 이렇게 포부가 우주만큼 큰 형님을 존경하고 모셨다. 그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 사람은 다름 아닌 최대 강적인 조조였다.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고 했을까? 조조는 진작부터 유비가 무서운 존재가 될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당시 많은 인재가 필요한 시기였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리는 유비를 당장 죽이지는 못했다. 단지 그의 휘하에 표류 고객으로 두고 감시하고 있었다.
나중에 적벽대전에서 유비가 승리한 후 손권의 신하인 화흠(華歆)이 유비를 형주목으로 삼아달라는 표문을 올리자 조조는 깜짝 놀라며 붓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런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한 정욱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승상께서는 수많은 군사 틈에서 돌과 화살이 비 오듯 할 때도 그리 놀라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비가 형주를 얻었다는 소리를 듣고는 무슨 까닭으로 이토록 놀라십니까?
이에 대해 조조는 탄식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유비는 사람 가운데 끼어든 용 같은 인물로 아직껏 그 놀 물을 얻지 못했을 뿐이오. 그런데 이제 형주를 얻었다 하니 이는 고단한 용이 큰 바다로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소이다. 내가 어찌 놀라지 않겠소!
그가 말한 바와 같이 유비는 경쟁사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하게 다졌다. 조조와 손권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자신들을 ‘정의의 군대’로 포지셔닝했다. 이제 그들은 기반을 잡았기 때문에 더욱더 ‘가치(Value)’를 늘리고자 했다. 가치라는 것은 풍부한 농작물, 병사, 튼튼한 성, 훌륭한 신하, 민심 등이었다.
회사가 아무리 시장의 수요, 공급을 잘 센싱하고, 자신의 위치를 유리하게 포지셔닝했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 확보(Value Capture)다. 회사는 무료로 봉사하는 집단이 아니다. 아무리 사회에 기부하거나 가치를 환원하려고 해도 그만큼의 수입이 있어야 한다. 가치 증대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나만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통한 적정 가격을 받는 것이다.
유비에게는 자신이 황제의 숙부뻘인 황숙이라는 ‘가치(Value)’가 있었다. 더군다나 유비의 세력은 이제 막 뻗어 나가는 중소기업이었다. 위험 부담은 있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았고, 개국공신으로서 잘 활약한다면 나중에 큰 몫이 떨어질 수 있었다. 한마디로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종목이었다. 반면, 조조는 이미 너무 많은 신하가 모여 들어서 먹을 것이 별로 많지 않았고, 명분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유비와 같이 회사의 가치를 100배 이상 늘려야 사업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다. 그러려면 회사의 가치가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 그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확장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제 유비의 세력은 관우와 장비, 조자룡의 용맹함을 믿고 전쟁을 벌이던 집단이 아니었다. 제갈량은 유비와 그의 형제들을 한나라의 마지막 충신들로 잘 포장했고, 이제는 버젓한 근거지도 있기에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기업에서 대표적인 예가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애플이다. 애플은 매년 고가의 휴대폰을 출시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대가를 지불하고 매년 2억 대 내외로 구매한다. 그것은 애플이 그에 맞는 ‘가치 제안’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애플은 오프라인 매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스티브 잡스가 2001년에 애플 매장을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이가 비판했다. 이미 시장은 온라인 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니, 시대에 역행한 발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애플 매장에서만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매점이 되었다. 이전까지 소매점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쌓아서 파는 곳이었지만 애플은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매장을 ‘경험의 공간’으로 제공했다. 당시만 해도 흔하지 않은 서비스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치를 발견하고 늘릴 수 있을까?
먼저, 내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을 정의(Define)해야 한다. 다음에 그 시장을 타게팅(Targeting)하고, 어떻게 하면 포지셔닝(Positioning)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나만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통해 제대로 된 가격(Value Pricing)을 받고, 차별화해야 한다.
이제는 성능 좋은 제품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인 ‘스타 마케팅’의 효과도 이전과 같지 않다. 더욱 장기적인 계획으로 회사의 가치를 올리고, 그에 걸맞은 제안을 해야 한다. 그것도 소비자가 충분히 납득하고 감동할 수 있는 ‘가치 제안’이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충성 고객’의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나의 가치를 100배 올리려면 남들과 같아서는 안 된다. 제갈량이 유비의 가치를 발견한 것처럼 회사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마케팅 전략도 결국 좋은 가치(Value)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