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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l 17. 2020

나의 ‘능력’보다는 ‘확신’이 더 중요하다.

류승완 감독, 봉준호 감독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늘 걱정을 한다. 나의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 두려움에 무릎을 꿇게 된다. 반면 어떤 사람은 ‘돈 키오테’처럼 달려 나간다. 물론 돈 키오테는 살짝 정신 착란을 보인 기사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그만큼 자신에 대한 확신은 중요하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었다. 어떤 미국의 대학 강의실에서 한 교수가 아시아인과 미국인의 성격 차이를 분석해서 강의했다. 그 교수는 실제로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두 명의 학생을 불렀다. 한 명의 미국 여학생, 그리고 한국 여학생이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굉장히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때로는 그것이 자신의 능력보다 오버할 때도 있다. 반면 아시아 사람들은 겸손한 편이다. 자신의 능력보다 더 작게 이야기한다. 


 2명의 여학생은 둘 다 2학년이었다. 미국 여학생은 자신감이 강한 편이었는데, 교수가 다음과 같이 물었다. 


 “학점이 어떻게 되나요?” 

 

 물론 학생들이 많은 강의실에서 자신의 학점을 공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인 여학생은 4.0만 점에 3.0을 넘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이었다. 반면 한국 학생은 무려 3.6이었고, 2년 조기 졸업을 한다고 수줍게 이야기했다. 그 학생은 너무나 창피해서 교수의 귀에 대고 속삭일 정도였다. 

 이 동영상을 보고,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긍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한국 학생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더군다나 겸손하네.’ 자식을 둔 부모라면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반면 그 미국 여학생에 대해서는 ‘역시 미국인들은 허풍이 심해. 잘난 척하고.’ 


 그런데, 나는 이 영상을 보고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 여학생이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맞지만, 과연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연구실이나 상아탑에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능력보다 과하게 드러내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나에 대한 확신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가끔은 큰 소리도 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이 두 여학생이 미국의 일반 회사에서 면접을 봤다면 면접관들은 누구를 뽑았을까(둘 다 영어 실력이 같고, 인종차별이 없다는 가정 하에)?


 그렇다고 한국 학생의 능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 학생은 학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밤을 새워가면서 공부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학점에 드러났다. 다만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강의실에서 “나는 3.6 학점을 받은 사람이에요”라고 자랑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자리에서는 그녀의 능력과 자신감이 시너지가 되었으면 했다.


 단순히 회사 생활뿐만 아니라 살면서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은 필요하다. 스스로 조용히 믿음을 가져도 좋지만 그것을 바깥으로 표출해 내야 할 때가 있다. 물론 그것이 너무 심한 사람은 “빈 수레가 요란한 격”이 된다. 


 하지만 때로는 내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데뷔의 순간》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단하다는 의미는 정말로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데뷔작을 낸 감독들에 대한 찬사다. 김경형 감독은 10년의 무명을 견뎌내고 마흔이 넘어서 데뷔작으로〈동갑내기 과외하기〉를 감독했고, 김대승 감독도 임권택 사단이라는 화려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느껴서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번지 점프를 하다〉라는 불멸의 명작을 남겼다. 


 류승완 감독은 누구보다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서 영화인을 만나기만 하면, 영화 일을 하고 싶다고 매달렸다. 그는 단편영화〈패싸움〉을 만들었지만 1년 동안 모든 영화제에서 탈락했다. 결국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지하철 공사, 중장비 기사 자격증 등을 공부하려고 했다. 심지어 봉준호 감독도 같이 처지를 한탄하면서 제과제빵 기술도 좋다고 의기투합을 했을 정도다. 다음은 류승완 감독의 말이다.


 “충무로 호프집 ‘베어 가든’에서 나눴던 박찬욱 감독님의 얘기가 큰 힘이 됐다. 사실 그도 〈3인조〉를 끝내고〈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하기 전이니까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때였다. 내가 영화를 그만두려 한다니까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내가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재능이 있고 없고 가 중요한 게 아니고 스스로 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 《데뷔의 순간》중에서 


 마침내〈패싸움〉이 단편 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고, 그는〈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장편을 완성했다. 이후〈부당거래〉,〈베를린〉,〈베테랑〉등의 히트 작품을 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능력’이 출중해서 그와 같은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능력이 뛰어났지만 기회를 못 만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능력이 모자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 확신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노력할 수 있었다. 


 나에 대한 ‘믿음’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믿음은 과신이 될 때 문제가 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노력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중요한 것은 믿음을 갖고, 그 믿음을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했냐 이다. 노력을 100%, 200% 기울여도 안 풀린다면 그것은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점은 나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쉽게 포기하는 경우다. 그럴 때는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각오를 다지고 다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결실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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