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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ul 21. 2019

경쟁사를 파악하기 전에 선뜻 걸음을 나서지 말라

 한漢나라 말기, 황제의 외척과 환관의 전횡으로 나라는 부패하고, 많은 백성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유랑민으로 떠돌고 있었다. 결국 백성들의 불만이 터져서 황건적의 난(184년)이 발발했고, 고조 유방(劉邦)이 세운 나라는 4백여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석양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반면, 동탁(董卓), 이각(李傕), 곽사(郭汜), 원소(袁紹), 조조(曹操), 손견(孫堅) 등 수많은 군웅들은 각 지방에서 제각기 할거하고 천하의 주인이 되기 위한 야심을 품었다. 이러한 혼탁한 시대에 동탁은 황제를 끼고 권력을 휘두르다가 자신의 양자인 여포(呂布)에 의해서 배반당하고 허무하게 몰락했다. 


 조조(曹操)는 불리한 전력 차이를 극복하고 최고의 군벌인 원소(袁紹)를 관도대전(200년)(官渡大戰)에서 크게 무찔렀다. 적벽대전(赤壁大戰), 이릉대전(夷陵大戰)과 더불어 3대 대전으로 불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조조는 실질적인 중원(中原)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제 천하통일을 위해서 마지막 퍼즐을 맞출 곳은 유표(劉表)가 다스리는 형주(荊州)와 손권(孫權)의 강동(江東) 뿐이었다. 이 곳을 정복한다면 익주(益州)의 유장(劉璋)과 한중(漢中)의 장로(張魯)는 자연스럽게 항복할 것이었다. 


 중원의 상황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한나라의 먼 종친인 유비(劉備)는 형주 자사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고 신야(新野)라는 고을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때를 기다렸다. 어느 덧 그의 나이는 마흔 중반을 넘기고 곧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인 50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전에 유비의 세력은 임협(任俠)(약자를 돕고 강자를 물리치는 정의감이 있음)의 무리였다. 마치《수호지水滸誌》라는 무협 소설에 등장하는 양산박의 무리와 같이 힘과 의리로 똘똘 뭉쳤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의 브레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사가 없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유비가 제갈량을 모셔온 후에 둘의 관계는 단순한 주종 관계를 넘어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수어지교’(水魚之交)와 다름없었다. 어느 따뜻한 오후 유비는 한가롭게 자리에 앉아서 예전 돗자리 만들던 실력으로 모자를 만들고 있었다. 마침 그를 지켜본 공명이 다소 못 마땅해 하며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헤아리기에 명공께서는 조조에 대해 어떻다 보십니까?”

 “실은 내가 걱정하고 있던 게 바로 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계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유비도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조조의 세력이 곧 대대적으로 남쪽 정벌에 나설 것으로 보였지만 딱히 대책이 없었다. 신야라는 고을은 조조의 군대와 제일 먼저 만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제갈량은 경쟁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조조의 진영에 세작(細作)들을 보냈다. 조조는 남쪽을 정벌하기 위해서 장강(長江)을 건너야 했고, 북쪽의 군사들은 수상전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유비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조조는 기주(冀州)에다 현무지(玄武池)란 못을 만들어 수군을 조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조조가 남쪽을 정벌할 뜻을 가졌다는 표시가 되니 그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합니다. 먼저 사람을 강동으로 보내 그 허실을 알아보도록 하시지요. 그런 다음에라야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에 강동에도 세작을 보내서 손권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손권이 조조와 맞서 싸울지, 아니면 항복을 준비할지 알기 위함이었다. 이와 같이 경쟁사뿐만 아니라 시장 환경을 파악하는 마켓 센싱(Market Sensing)은 마케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항목이다. (마켓 센싱 :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시장의 환경, 경쟁사, 고객의 변화를 감지하여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는 일련의 활동을 일컬음) 


 마케팅의 기본 요소는 3C다. 회사(Company), 고객(Customer), 경쟁사(Competitor)가 그것이다. 회사는 고객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한다. 이는 1:1의 독점적인 사업 관계가 아니고, 경쟁사의 숫자에 따라서 2:1, 3:1, 또는 N:1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정된 고객을 상대로, 남이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제로섬(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하여 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 《국어사전》) 게임을 해야 한다.경쟁사를 파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시장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그래서 화투를 칠 때 농담 삼아서 ‘남의 패를 먼저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손자병법》에서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손자가 ‘적敵’을 문장의 제일 첫머리에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만큼 경쟁사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애플(Apple)이 그 좋은 예다. 1976년 설립된 애플은 매킨토시(Macintosh)라는 PC로 히트를 치면서 승승장구 했으나, 후속 모델의 판매 부진에 따른 경영 악화 및 내부 분쟁으로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회사를 떠나야했다. 이후 잘못된 사업 전략으로 1995년에 8,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곧 회사가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이미 여러 업체들이 애플을 인수할 후보군으로 떠올랐고 그 누구도 이 회사가 스스로 회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때 스티브 잡스가 소생할 수 없는 회사에 마지막으로 AED(자동 심장 충격기) 역할을 자청했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애플의 가장 큰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Bill Gates)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악의 축으로 비난했기 때문에, 둘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이 망할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회사가 OS(Operating System, 운영체계)의 독점으로 반독점 이슈에 시달릴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협력을 제안했고, 마침내 1억 5천만불의 투자금을 극적으로 유치했다. 애플은 다시 살아났고,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스티브 잡스는 경쟁사의 상황을 철저히 센싱하고 때를 기다렸기 때문에 회사를 되살렸다. 먼저 경쟁사 현황을 파악하고,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남의 상황을 잘 모른다면, 앞으로 함부로 나서면 안 된다. 적벽대전에서의 승리도 철저한 경쟁사 센싱이 뒷받침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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