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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04. 2020

책은 최고의 인풋(Input)이다.

 “Garbage In, Garbage Out” - 《옥스포드 영한사전》

 (컴퓨터에) 무가치한 데이터를 넣으면 무가치한 결과가 나온다. 


 컴퓨터 업계에서 처음 생겨난 이 말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결국 좋은 데이터를 구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서 시장의 고객 수요 조사를 수행할 때, 잘못된 기준과 측정 결과를 갖게 된다면 기업은 오판을 하게 되고, 엉뚱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게 되어서 소비자가 전혀 원하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그만큼 컴퓨터 프로그램을 할 때나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는 좋은 인풋(Input)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작가의 세계는 어떠한가? 

 작가는 다양한 인풋을 넣어서 그것을 아웃풋, 즉 책을 생산해낸다. 인풋은 아주 다양하다. 작가의 경험, 또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신문, 잡지, 인터넷의 가십거리,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검증되지 않은 사연이나 루머 등도 있다. 이러한 인풋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그 글이 모이면 책이 된다. 하지만 자칫하면 잘못된 인풋을 넣어서, 가비지(쓰레기)가 나올 수 있는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검증받고, 작가가 고심해서 쓴 ‘책’이 좋은 인풋이 된다. 여기에는 수백 년, 수천 년의 지혜뿐만 아니라, 근래 사람들의 사상과 생각들도 녹여져있다. 물론 책의 내용도 가끔 잘못된 정보를 싣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루머나 독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선정성 보도 보다는 보다 검증된 자료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좋은 작가들은 책을 많이 읽고, 이를 활용해서 자신의 책에 그것을 인용하거나 각색(재생산)한다. 그리고 보통 작가들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40~50권의 책을 읽는다. 그만큼 많은 인풋을 소화해서, 자신만의 아웃풋을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이 책은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해서 아주 좋은 인풋이 되는 동시에 한 권의 책은 작가의 인생을 바꾸고, 훌륭한 교과서나 지침서가 된다.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종의 기원》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정유정 작가도 그랬다. 그녀는 처음 야심차게 소설을 쓰고, 다수의 공모전에 응모했으나, 매번 미끄러졌다. 본인이 말한 것처럼 ‘공모전 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즉, 공모전 결과가 발표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못하고, 좀비처럼 지낸다는 말이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심사위원에게 심한 혹평을 듣고, 며칠 동안 집에 쓰러져 누워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한 스티븐 킹의《스탠 바이 미》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발견한 계기도 재미있다. 그녀가 좀비처럼 방에서 쓰러져 있다가 밤늦게 남편에게 용돈 만 원을 받아서 소주 1병을 사러갔다가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그녀의 운명을 바꾼 책을 만난 것이었다. 그녀는 이 책을 밤새워서 읽고, 너무나 큰 감명을 받았다. 자신에게 악평을 날린 심사위원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로 그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책을 읽고, 분석하고, 필사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 스티븐 킹의 작품들을 모조리 구해서 책이 걸레가 될 때까지 분석하고, 또 읽었다.


 “특히 본인에게 재미있거나 인상 깊었던 소설이라면 책장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공부하길 권한다(내 경우, 스티븐 킹의 《미저리》와 《사계》가 그랬다).” -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중에서


 이렇게 작가가 책을 쓰기 위해서는 ‘인풋’이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책’을 만났을 때, 나의 ‘인생 책’을 만났을 때, 작가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인풋을 찾을 수 있을까? 주변의 지인들, 서점, 작가, 독서 동호회, 북튜브 등 소스는 아주 다양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읽어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잡식’을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정유정 작가와 같이 자신의 분야와 유사한 책은 확실히 흡수 독서(이는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다)를 해야 하지만, 다양한 책을 읽고 소화하면서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조선 시대에 수많은 문인들이 있었고, 뛰어난 학자들도 많았지만 이분은 조선 시대 학자 중 베스트 10위 안에 들 정도로 다독가였다. 그는 바로 그 유명한 황희 정승이다.《조선왕조실록》에도 황희 정승은 끼니를 걱정해야 될 정도로 검소했으나, 독서에 대한 욕심은 대단했다. 


 “그는 늙어서도 손에 서책을 놓지 않았으며, 항시 한 쪽 눈을 번갈아 감아가며 시력을 길러 잔글씨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 《조선왕조실록》중에서 


 지금은 오디오북, 북튜브가 있어서 굳이 책을 안 읽고 대신 들을 수도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당연히 그럴 수 없었다. 책은 귀했고, 또한 어두운 등잔 밑에서 자칫 시력을 잃기 십상이었다. 오죽하면 가난한 사람이 반딧불과 눈雪빛으로 글을 읽으며 공부한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 )이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하지만 황희 정승은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눈을 번갈아 감았다고 한다. 그는 90세까지 장수하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작가에게 중요한 인풋이 되는 책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작가에게 다양한 사례를 제공한다. 이를 인용하거나 각색해서 책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작가에게 힘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글을 쓸 때 힘들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셋째, 영감을 제공한다. 책을 읽다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글을 쓰다가 막혔던 부분이 뻥 뚫리거나, 아니면 새로운 책을 쓸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따라서 작가는 중요한 인풋인 ‘책’을 손에서 놓으면 안 된다. 황희 정승처럼 눈을 번갈아 감을 필요는 없다. 요새는 시력을 보호하는 LED 조명의 스탠드와 각종 시력 보호용 비타민도 있다. 또한 오디오 북도 있으니, 눈이 피로하면 이것으로 대체해도 된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현재의 작가들을 유혹하는 눈요기 거리가 너무 많다. 유튜브에는 항상 즐거운 콘텐츠가 넘친다. 잠깐만 본다고 생각해도 금방 10분, 20분,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야 하고, 독서가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을 다시 한 번 명심하자. 좋은 인풋, 즉 좋은 책은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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