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책장을 한 번 둘러보자.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가?
나의 조그만 방안의 책장에는 내가 사랑하는 책들이 꽂혀있다. 자기 계발서, 명상과 치유, 자서전, 역사, 경제, 경영, 건강, 여행, 에세이, 소설, 재즈 이론서와 악보 등이다.
이 중에서 책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는 분야는 명상과 치유, 자기 계발, 경제, 경영, 리더십, 재즈 이론서와 악보 그리고 역사에 대한 책이다. 과거를 회상해보면,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장 멋있게 보였던 책은 소설《삼국지》다. 한자가 뒤섞여 있는 책은 그냥 뭔가 있어 보였다.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역사에 심취하게 되었고, 무협소설에도 빠졌다. 이후 이문열, 이외수, 무라카미 하루키 등의 작가가 쓴 소설책을 즐겨 읽으면서, 역사 소설뿐만 아니라 순수 문학에도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기 계발, 명상과 치유, 리더십, 경제, 경영, 역사책 등에 관심이 더 갖게 되었다.
2018년부터 책을 본격적으로 쓰기로 결심한 이후에 그해 126권을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2019년에는 230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는데, 이 중에서 경영, 리더십, 마케팅 분야는 51권으로 전체의 22%, 자기 계발은 35권으로 15%, 역사, 문화, 사회는 12%를 차지했다. 이 3개 분야가 전체 독서량의 49%를 차지했다. 이러한 분석은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게 만든다. 하다못해 지금 나의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만 쭉 둘러봐도 내가 마음으로 공감하고 원하는 분야가 보인다.
2017년, 2018년에 출간된《가장 위대한 메신저》, 《공부의 품격》은 자기 계발서이다. 이는 그동안 자기 계발서에 대한 관심을 쭉 가져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이 책에는 두 가지 사례가 포함되어 있는데, 역사소설인 《삼국지》와 내가 좋아하는 재즈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결국 작가가 마음에서 우러나와 쓰는 책에는 작가의 경험뿐만 아니라 그동안 읽었던 책의 ‘흔적’이 남아있게 마련이다. 웬만해서는 그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도 자신이 좋아하던 재즈 음악, 그리고 미국 소설의 영향을 받았다. 이는 그가 미국 소설책을 번역하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라는 첫 데뷔작을 1979년에 출간한 이래로 자신의 창작 활동과 병행해서 많은 번역 작업을 했다고 한다. 심지어 “번역은 궁극의 숙독”이고, “번역은 취미”라고 말할 정도였다.
“번역을 매개로 한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하루키 문학의 진수이자 매력이 되었다.” - 《하루키의 언어》중에서
마찬가지로 내가 쓴 책에는 재즈와 역사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역사를 통해서 회사와 한 개인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특히 누군가의 자서전이 나올 때마다 그 책을 언젠가는 꼭 구해서 읽어본다. 여전히 나의 책장의 자서전 코너에는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 번역본과 원서로 제일 앞에 꽂혀있다. 그를 이해하지 않고는 애플이라는 회사의 탄생과 발전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경험과 독서를 배경으로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삼국지》와 마케팅 전략을 결합해서 만든 책이었다.
《삼국지》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사랑받는 소설책이고,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을 어릴 적부터 너무나 사랑하고, 책이 닳도록 읽었다. 책에 등장하는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 제갈량에 열광을 하면서, 조조, 손권, 사마의를 마치 진짜 원수처럼 미워했다. 물론 나이가 들고, 정사《삼국지》를 읽고, 수많은 분석서, 강의를 들으면서 나의 생각이 나관중이라는 《삼국지연의》작가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소설《삼국지》는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또한 이 책 안에는 권모술수뿐만 아니라 중요한 마케팅 전략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역사, 그리고 IT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느꼈던 회사들의 성공과 실패, 한 사람의 역사를 알려주는 자서전 등, 이러한 것들이 모두 조합이 되어서 역사와 마케팅 전략을 결합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책을 내고 나서, 어떤 독자 분들은 ‘나단’이라는 작가가 중국 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고, 역사가가 아닌 마케팅 분야에 근무하는 회사원이 삼국지와 관련된 책을 내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러한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이들이 결국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약 마케팅 한 분야에 대한 책만 계속 읽었다면 이러한 퓨전 책을 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 이제 다시 나의 책장으로 돌아오자.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그러려면 어떤 분야의 책을 쓸지 콘셉트를 잡아야 한다.
먼저 책장을 둘러보거나 태블릿에 저장된 e-book을 한 번 살펴보자. 책이 많지 않더라도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기억에 되살려서 그 분야를 적어보자. 자기 계발서가 될 수 있고, 개인의 경험과 느낌을 적은 에세이가 될 수도 있다. 또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면,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관한 책들이 많이 꽂혀있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이종의 분야가 서로 연결된 책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도서 목록들은 나의 관심과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하게 해 준다. 그리고 내가 책의 콘셉트를 잡고, 책을 저술하는 데 있어서 좋은 영양분이 된다. 만약 나의 책장에 여행이나 에세이에 대한 책이 주를 이루는데, 갑자기 요리나 재테크에 대한 책을 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책을 쓰기 전에 먼저 나의 책들을 살펴보자. 나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해답은 내가 읽은 책에 있다. 작가는 책을 쓰기 전에 먼저 좋은 독자여야 한다고 말한《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명언을 다시 한번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