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06. 2020

독자는 결국 작가가 되어야 한다

 문명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하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 여행 및 숙소 예약, 음식 주문, 쇼핑, 드라마나 영화 시청 등 언제, 어디서나 터치 몇 개로 다 이룰 수 있다. 정말 램프의 요정, 지니가 따로 없다. 


 하지만 몸은 편한데, 마음은 왜 불편한 걸까? 다양한 미디어나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보면서, 이러한 불편함을 메꾸려 하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다.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은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스마트폰 세상 안의 사람들은 밝고, 즐거운 데, 나의 마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SNS의 발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에 노출되어 있다. 유튜브 방송은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수많은 청소년들이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 이에 반해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 1년에 1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이 겨우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책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서점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북 콘서트, 독서모임에서 삶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독자의 수는 늘지 않지만, 오히려 그 진지함은 더해가고 있다. 인문학이 각광을 받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역사, 철학, 종교, 문학, 언어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미디어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을 많이 다루고 있고, 작가들은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메시지와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 소크라테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강조한 바와 같이 독서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깨달음을 얻기 위한 최고의 수단으로써 여전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존의 책뿐만 아니라, 오디오북, e-book을 통해서도 책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듯이 독서법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었다.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그 방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서법은 목적에 따라서 크게 3가지 정도로 분류가 된다. 


 첫째는 자아와 꿈을 찾기 위한 독서, 둘째는 아이들 교육을 위한 독서, 셋째는 지식과 경험을 채우기 위한 독서다. 독서의 방법에 관련해서는 《1만 권 독서법》, 《1천 권 독서법》, 《1시간에 1권 퀀텀 독서법》 등 구체적인 독서 방법을 소개하는 책도 있다. 


 그렇다면, 책을 1천 권, 1만 권을 읽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바뀔 것인가? 

 물론 바뀐다. 생각의 폭이 깊고, 넓어진다. 인생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금 내 책장에 수백 권, 수천 권의 책이 꽂혀있다면 행복하겠지만, 이를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책을 읽고 나서, 내가 느낀 점을 정리하고, 서평을 쓰는 것이다. 책 한 권 당 하나의 메시지를 정리하라는 조언도 있다. 

 그렇다면 독서한 내용을 잘 정리해 놓으면 그것으로 끝일까? 사실 그것도 아니다. 이제는 나의 생각을 나만의 글로 표현한다. 책을 통해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이를 나의 것으로 소화해서 배출해야 한다. 그래야 책들의 에너지와 기운, 지식이 나의 것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그래서 독자는 결국 작가가 되어야 한다. 수많은 작가들의 공통점은 다독가이다. 사람들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자 다산 정약용(1762년 ~ 1836년)을 언급할 때, 그의 다독 사실에 주로 주목한다. 그는 자신의 큰 아들 학연에게 머릿속에 5,000권 이상의 책이 들어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보고 지혜롭게 판단한다고 말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저술이다. 그는 《목민심서》, 《흠흠신서》등 무려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해서, 실학사상을 집대성하고, 후세에 남겼다. 그가 5,000권 이상의 책을 머릿속에만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는 단지 다독한 유학자로만 알려졌을 것이다. 아니,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 시대의 수많은 선비들처럼. 


 따라서 다독을 하는데 그치면 안 된다. 글로 남겨야 한다. 독자로만 남지 말고, 작가가 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요새는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잘 되어있다. 나의 생각과 사상을 SNS에 남길 수 있고, 다양한 글쓰기 카페(예를 들어 브런치 등)를 활용해서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다. 

 물론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클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거창하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먼저, 일기를 꾸준히 쓴다. 하루에 5분 내지 10분 정도 나의 생각과 느낌을 노트북에 남기는 습관을 들인다. SNS에 짧게 글을 써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다. 이 단계가 익숙해지면, 책의 좋은 구절을 찾아서 인용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필사를 하게 된다. 직접 손으로 적어도 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도 된다. 다음 단계는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아서 쓰고, 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남기면 된다. 굳이 많은 분량일 필요는 없다. A4 용지로 반 페이지나 한 페이지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익숙해지는 기간은 적어도 한 달, 또는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다.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다 보면 점차 나의 생각이 뚜렷해지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명확해질 것이다. 

 나는 3권의 책을 냈고(한 권의 공저와 두 권의 개인 저서) 다음 책을 준비하면서, 여전히 이러한 프로세스를 반복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기록하면서, 다음 책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재료로 삼는다. 이와 같이 독서와 서평, 저술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된다. 


  독서 ⇌ 서평 ⇌ 저술 


 결론적으로 독자는 독자로 끝나면 안 된다. 책을 좋아한다면 작가가 되어야 한다. 독자는 작가고, 작가는 독자다. 이 둘은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다. 4차 산업 혁명이 오면서, 인간이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아야 할지, 로봇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책을 읽고, 또한 글을 써야 한다. 인풋(독서)에서만 끝나면 안 되고, 아웃풋(작가)이 나와야 한다. 최고의 독자가 되면, 최고의 작가가 자연스럽게 된다. 


 지금 당장 노트북을 열거나, 노트를 펼치고, 글을 써보자. 주제는 아무것이나 상관없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중에서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것을 뽑아서 구절을 하나 찾아보자. 그 구절을 그대로 옮겨 적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한 줄이나 두 줄로 써보자. 그렇게 힘든 작업은 아닐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명언이 있듯이 작가의 날카로운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무기를 갈고, 다듬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다. 작가는 이러한 지극히 사소한 작업을 통해서 완성된다. 글쓰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독서를 통해서 인풋이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아웃풋은 나오게 마련이다.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이제 내 마음에 묻혀있는 보물을 찾아낼 때다. 그것은 내일이나 모레가 아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