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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07. 2020

어떻게 작가가 될 것인가?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작가가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난 작가가 된 것일까? 도대체 어떤 계기가 있었기에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는가? 


 어렸을 적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 봤다. 어머니가 큰 외숙모의 부탁으로 위인전집을 구매했다. 그리고 곧 위인전을 모두 읽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올백’(만점)을 맞았다고 부모님이 백과사전을 사주셨다. 그 후로 올백을 받은 기억은 없지만 컬러 사진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설명이 가득한 백과사전이 너무 좋았다. 종이의 질과 냄새도 향기로웠다. 그때 주로 내가 관심 있던 분야는 ‘성씨’였다. 어느 성씨가 1위이고, 우리 성씨와 조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것이 궁금했다. 중학생 때는 동네에 책을 빌려주는 봉고차가 있어서 김용의 《영웅문》을 읽고, 본격적으로 무협지에 입문했다. 고등학생 때는 아버지가 갖고 있던 한국 단편소설집을 전부 읽었다. 이후 순수문학과 역사소설, 일본 소설을 두루 섭렵했다. 


 10대에서 20대까지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었다면, 30대에는 자기 계발 서적을 주로 많이 읽었다. 습관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자서전을 즐겨 읽었다. 


 그러다가 나의 버킷 리스트를 찾아보니 2014년에 자기 계발서를 쓰겠다는 목표가 생겼고, 2018년에 첫 책이 출간되었다. 결국 마흔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든 것이다. 


 물론 이보다 훨씬 더 일찍 작가가 된 분들도 많다. 청소년 작가도 있고, 20대, 30대 작가 

분들도 많이 있다. 사실 나에게 책은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는데, 결정적으로 내게는 작가가 되기 위한 강력한 계기가 없었다. 


 강력한 계기를‘유발점’, 영어로는 트리거 포인트(Trigger Point)라고 하자. 트리거(Trigger)는 계기라는 의미이지만, (총의) 방아쇠를 뜻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총의 방아쇠를 당길(책 쓰기)만 한 포인트, 즉 강력한 동기가 부족했다. 

 마침내 개인적으로 너무나 힘든 날들을 보내면서,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졌다. 그리고 결국 그 방아쇠가 내 머리를 향해서 당겨졌다. 


 “탕, 탕, 탕” 


 그때부터 책을 쓰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느꼈고, 미친 듯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책과 생각들이 모두 하나의 깔때기로 모이면서 단어, 문장, 글이 구성되기 시작했다. 이미 내 몸 안에 새겨져 있던 단어들이 몸 밖으로 나온 것이다. 


 작가들은 이러한 트리거 포인트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피터 캣’이라는 재즈 카페를 개업했다. 그러다가 4년 후 진구 구장에서 야쿠르트 대 히로시마 야구 시합을 외야석에서 관람하다가 갑자기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한 마디로 그에게도 누군가 “탕, 탕, 탕”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이후 가게가 끝난 후 매일 한 시간씩 사 개월 동안 집필한 책이 바로《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부모님은 국어 교사였고, 그에게 수많은 일본 문학 작품을 암송시켜서, 그는 오히려 외국 문학 책을 탐독하게 되었다. 마침내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 연극과에 진학했다. 그는 이렇게 책을 쓸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수많은 독서, 대학교의 전공 공부로 이미 글을 쓸 수 있는 작가로서 준비가 되었지만 대학 졸업 후 오히려 재즈 카페를 열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재즈 음악을 듣고, 독서를 했다. 그 기간이 무려 4년이다. 


 중요한 점은 그에게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았다면, 그는 계속 재즈 카페를 운영했거나, 번역 업무를 하면서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트리거 포인트를 갖게 되자, 그동안 몸 안에 스며들었던 문학적 지식, 그리고 그동안의 사고와 생각들을 모두 종합해서 미친 듯이 글을 쓰게 되었다.  


 결국 작가가 되려면, 경험과 생각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 마지막으로 ‘유발점’, 즉 트리거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것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어린 나이에 올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찾아올 수도 있다. 


 유명한 시집《약해지지 마》의 작가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1911년 생으로 거의 100세의 나이로 첫 시집을 냈고, 이 책이 무려 150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녀는 두 번째 시집을 내고, 곧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나이 103세였다. 


 비록 그녀의 트리거 포인트는 조금 늦게 작동했지만, 아주 세게 세상을 강타했다. 그녀의 시로 위로받은 사람들이 수백 만 명 있었고, 그들은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를 되새기면서 힘을 얻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그녀의 취미 중에서 ‘독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미 그녀도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몸 안에 시가 될 수 있는 언어들을 새기고 있었다. 


 사실 트리거 포인트는 외부의 환경, 또는 개인의 의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종의 ‘운명’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은 누구나 갖고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운명이 있다. 하지만 그 운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러려면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사람들이 환경에 의하여, 또는 자기 의지에 의하여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믿었지만). 작가의 자질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자질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더욱 갈고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중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부 이상의 소설책을 판매한 작가 스티븐 킹은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꼭 환경이나 자기의 의지에 의해서 작가가 되는 것이라 아니라고 말했다. 그 말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처럼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더라도 작가가 되기 위한 때가 있다는 말이고, 또한 내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작가가 되기 힘들다는 말이다. 만약 환경이 작가를 만든다고 하면, 국문학과를 나온 사람들은 모두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트리거링 포인트를 기다리면서 준비해야 한다. 매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스티븐 킹 작가도 매일 적어도 4시간에서 6시간을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할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정도의 투자가 없다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다음과 같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을 등식으로 표현해 봤다. 



 작가 = (경험,생각 + 독서,글쓰기) * (작가가 되기 위한) 트리거닝 포인트(‘0’ 또는 ‘1’) 


 트리거링 포인트가 ‘1’이 되어야 작가가 되기 위한 집필로 연결되고, 이 중에서 독서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독서를 통해서 나의 몸에 단어를 새기고, 이를 풀어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에게 ‘작가의 신’이 강림했을 때, 본격적으로 집필을 하고, 책을 낼 수 있다. 

 지금 나의 앞에 있거나 손에 들고 있는 무엇인가? 책인가? 노트북인가? 아니면 스마트폰인가? 나는 하루에 얼마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내가 작가가 되기에 무리라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공대를 졸업하고, IT 회사를 다니던 사람도 결국 책을 냈다. 그리고 여전히 책을 쓰고 있다. 그것은 그동안 독서와 일기를 쓰던 습관, 그리고 강력한 트리거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여러분의 귓가에 “탕, 탕, 탕” 총성이 울릴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준비가 된 사람과 아닌 사람은 출발점이 다르다. 

 이제 한 손에 책을 들거나, 노트와 연필, 아니면 노트북을 켜고, 독서를 하고, 글을 쓰도록 하자. 4시간, 6시간은 아니더라도 하루 1시간 꾸준히 독서하고, 글을 쓰는 습관은 작가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여러분도 눈을 뜬 어느 순간 이미 작가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것도 얼마든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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