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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08. 2020

작가의 독서는 무엇이 다른가?

 “부, 인문, 교양, 2020년, 콘텐츠, 밀레니얼, 빅데이터 등”  


 요새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나의 책에 대한 반응도 살필 겸 주요 인터넷 서점과 포털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그러면서 신간들의 제목과 인기도를 확인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그 시대의 상황과 독자들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인데, 내가 꼭 이런 책을 쓰지 않더라도 평소에 확인을 해두면 좋은 점이 많다. 


 밀레니얼 시대를 맞이해서 많은 기업들의 화두는 ‘고객’이다. 예전에는 회사가 성능과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이를 열심히 마케팅하고 홍보해서 판매로 연결했다면, 이제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사전에 미리 센싱(파악)해서 제품 전략에 반영한다. 물론 작가로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사람들의 고민과 관심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  


 자기계발서인《공부의 품격》이 출간되었을 때도 당시 공부에 대한 것, 그리고 40대의 삶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졌다. 이제는 ‘입시’나 ‘입사’를 위한 공부보다는 나 자신이 즐기는 ‘자기계발’ 공부가 중요해졌고, 많은 미디어에서 이를 다루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부 마니아층 외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낚시가 각광을 받았고, <도시어부>라는 방송도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자신이 즐기는 취미를 좀 더 높은 수준, 즉 전문가 수준으로 높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독서를 통해서 바라본 현시대의 화두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부’, 둘째는 ‘인문’, 셋째는 ‘힐링’이다. 


 우리나라만큼 부동산과 재테크 열기가 뜨거운 곳도 흔하지 않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부동산 덕분에 재산을 불리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물론 부동산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얘기하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부동산과 재테크에 대한 강연이 열기를 뿜고 있다.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는 시대는 갔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책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부’는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부자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지 공부하는 ‘부의 학문’은 반드시 필요하다. 오히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돈의 개념을 가르치는 유대인들을 보더라도 우리는 ‘부’를 좀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단지 그것이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큰 의미에서 부자가 무엇인지, 부자가 되기 위한 삶의 자세, 투자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배워야 한다. 


 둘째는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붐을 일으킨 책 중에는 2014년에 출간된 강신주 작가의 《감정수업》,  2015년에 출간된 채사장의《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이 있다. 특히 일명 ‘지대넓얕’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등 인문학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예전에 사람들은 인문학이 어려운 분야라서 감히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고, 이는 전공자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서 이러한 높은 장벽을 낮추고, 좀 더 편하게 인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통해서 역사의 재미와 즐거움을 안겨준 설민석 작가도 그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후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인문학은 빼놓을 수 없을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힐링이다. 

 이미 2011년에 김난도 교수의《아프니까 청춘이다》와 2012년에 혜민 스님의《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후 2015년에《미움받을 용기》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2017년 이기주 작가의《언어의 온도》가 출판계에 따뜻한 바람을 몰고 왔다. 보노보노, 곰돌이 푸가 우리에게 힐링을 안겨주고, 많은 에세이들이 출간되어 사랑을 받았다. 

 특히 2016년 이후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 에세이, 역사, 힐링에 대한 책이 베스트셀러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고, 나의 존재와 정체성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오히려 세상의 인프라는 발전하고, 외적인 성장은 눈부신데 사람들은 어디에다가 자신의 마음을 둬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우리의 독서 성향은 시대가 변할수록 바뀌고 있는다. 


 그렇다면 독자로서가 아니라, 작가로서 독서는 어떻게 다를까? 


 작가가 되기 전에 독자로서 책을 읽을 때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읽는 베스트셀러나 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책장에 꽂아두고 잊었다. 어떻게 보면 책은 당시 나의 지식 충족이나 감정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고, 그 이후에는 기억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아마 여러분의 책장에도 먼지 쌓인 책들이 몇 권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이삿짐을 싸거나, 방 정리를 할 때 예전에 읽었던 책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나서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새로 출간되고 각광받는 책을 관심 있게 보았고, 책들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거나, 책에 밑줄을 치거나 내가 깨달은 내용을 깨알같이 기록했다. 그리고 책장에도 주제별로 책들을 재배치해서, 명상과 힐링, 자기계발서, 역사, 경제와 경영, 에세이 등 주제에 따라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사실 독자로서 책을 읽는 첫 번째 단계가 그때 감정에 따라서 소비하는 소비성 독서라면, 두 번째는 책을 읽고 나의 느낌과 생각을 기록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독서를 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토의를 하면서, 나의 것으로 소화시킨다. 이미 주변에 독서 모임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을 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작가가 되었을 때다. 이 때는 책이 나의 글쓰기 재료나 영감을 주기 위한 수단이 된다. 물론 모든 독서가 그렇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독서에 방향성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나는 글을 쓰다가 막히면, 책장에 있는 책들의 제목을 쭉 훑어보거나, 아니면 아무 책이나 뽑아서 읽어본다. 이렇게 하다 보면, 뜻밖의 수확을 얻을 수 있다. 작가의 독서는 분명히 다르다. 이것은 작가의 독서법이 독자의 그것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고,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의 독서 ≠ 독자의 독서


 작가는 한자로 作家(창작하다+집)다. 그대로 풀어쓰면 집을 짓는 일인데, 결국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사람’이다. 반면 독자(讀者)는 말 그래도 ‘읽는 사람’이다. 읽는 사람과 창작하는 사람은 당연히 독서의 목적과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작가는 항상 ‘창작’을 염두에 두고, 독서를 해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면, 눈에 불을 켜고 독서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읽는 책들은 책을 쓰는데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심지어 전혀 연관이 없는 분야의 책을 읽더라도 그것은 나의 마음을 리프레시해주면서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준다.

 만약에 내가 요리사라면 어떨까? 요리사가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게 되면, 그 맛을 나도 모르게 평가하는 버릇이 생길 것이다. 음식이 맛있다면, 재료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아무리 머리가 아프더라도 그런 습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일반 고객과 요리사의 차이점이다. 


 작가와 독자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자신만의 독서법을 갖게 되고, 책을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요리사가 요리를 음미하는 것처럼 하나의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음미한다. ‘이 책은 디자인이 참 좋네, 이 책은 목차 구성이 독특한데? 저자의 글이 참으로 명료하고 날카롭다, 이 책에는 왜 이렇게 오타가 많을까? 등등’ 


 책은 작가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고 가르쳐준다. 마치 음식처럼 말이다. 독서의 목적이 다른 만큼, 책을 대하고, 읽는 방법도 달라진다. 이것이 바로 작가의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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