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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13. 2020

두루 사랑해야 한다.

'끼리끼리'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子曰 君子 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자왈 군주 주이불비 소인 비이불주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두루 사랑하고 편당偏黨하지 않으며, 소인은 편당偏黨하고 두루 사랑하지 않는다.” - 《논어》위정 중에서 


 ‘낄끼빠빠’라는 유행어가 있다. 즉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의미다. 결국 눈치를 잘 봐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라는 의미다. 또한 낄 때와 빠질 때를 잘 구분해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주변에 보면 그러한 것을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왠지 모르게 삭막함이 느껴진다. ‘끼리끼리’의 문화가 보인다. 만약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낄끼빠빠’의 눈치를 받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의 벽을 만드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꼰대’라는 말이 나오고, 세대 차이,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끼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예전에 옆 부서에 어떤 차장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번개 하자고 하면 별로 안 좋아해요. 그런데 알고 보면 자기들끼리 번개를 하고 있더군요” 


 물론 자신의 개인 생활이 중요한 사람들에게 번개를 하자고 하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술을 사주면 즐겁게 따라가던 세대가 아니다. 가끔 예외가 있는 후배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더 이상 ‘부어라, 마셔라’의 문화를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파트장일 때는 한 달에 한 번 저녁 회식을 가졌고, 그것도 몇 주 전에 공지했다. 오히려 점심 회식을 좀 더 자주 했다. 하지만 어쨌든 회식은 업무적인 성격을 벗어날 수 없어서 아무리 윗사람들이 편하게 대해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외국 계 회사에 다니는 후배는 1년에 딱 한 번 회식(즉, 송년회)이 있다고 했다. 퇴근하면 늘 집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너무 좋다고 했다. 반면 동일한 외국계 회사를 다니던 외국인은 오히려 한국 회사로 옮겼다. 회사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서로 간에 사적인 대화도 거의 없다고 한다. 

출처 : Pixabay

 사실 회식의 유무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소통’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다. 그리고 ‘포용’이다. 그 사람이 다소 분위기를 못 맞추더라도 이해하고 받아줘야 한다. 물론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사람은 모임에서 퇴출해야 되지만 말이다. 


 같은 부류의 사람과 어울리면 마음이 편하다. 긴장할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마음껏 할 수 있다. 또한 자주 다니는 모임은 어느 정도 ‘정화’가 되었기 때문에 ‘낄끼빠빠’도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런데 사람의 관계는 늘 편한 것만 좋은 것이 아니다. 때로는 불편함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배우는 것이 있다. 


 나는 다양한 모임을 선호한다. 회사 내 모임뿐만 아니라 음악 하는 사람들의 모임,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책을 좋아하는 독서모임, 그냥 술 모임 등 다양하다. 특히 글을 쓰면서 정말로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알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독서 모임도 마찬가지다. 각자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같은 책을 읽고 다른 해석을 한다. 연령과 성별도 각양각색이다. 20,30대부터 50,60대까지 모임에 나온 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직업도 성우, 상담가, 사업가, 선생님, 주부, 학생 등 다양하다. 회사의 모임에만 충실했다면 결코 알 수 없는 분들이다. 그분들의 다양한 경험을 듣고,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한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의 연륜을 배우고, 반대로 젊은 사람들의 열정을 보면서 배우는 면도 많다. 


 회사에서 아무리 잘 나가고 성공한 사람들도 사회에 나오면 외롭다. 같은 회사 출신의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료애가 더 클 것이다. 공통된 취미가 없다면 회사 이야기 외에는 딱히 할 얘기가 없다. 

출처 : Pixabay

 혁신(Innovation)이라는 말은 16세기 중반에 생겨난 단어다. ‘in(into) + novate(make new)’라는 말의 결합으로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종(異種), 즉 다른 종류의 것을 서로 합쳐야 한다. 


 “애플의 DNA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의 기술은 인문학과 결합했다.” - 애플의 iPad2 발표 중에서  


 애플의 혁신이 다른 종류의 학문과 만나서 새로운 것을 창조했듯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관계의 폭을 넓혀야 한다. 퇴근 후에 같은 부서의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그래서는 발전이 없다. 최소한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이질감을 느끼고, 무언가 배워야 한다. 또한 회사를 벗어나야 한다. 학교 선, 후배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의 모임에도 참여해야 한다. 


 그러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포용’ 해야 한다.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닫아버리면, 세상을 보는 눈도 좁아지게 마련이다. 너무 시간이 없고 바쁘다면 온라인상이라도 동호회나 카페에 가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론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가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 곳을 찾아서 나의 삶의 스코프를 넓히도록 하자.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찾아봐도 되겠지만 그러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부터 나를 더 넓혀보자. 편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 말자. 나만의 ‘편한 껍질’에서 벗어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자. 그러면 나의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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