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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14. 2020

모두가 나의 스승이다.

'나쁜 사람'도 나에게 스승이다. 

 子曰 :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自省也
 자왈 : 견현사제언, 견불현이내자성야


 공자가 말했다. “현인을 만나면 그를 본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자를 만나면 스스로 그와 같은 잘못이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본받을 만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 좋겠지만 사실 어렸을 적 우리의 인간관계는 수동적이다. 가족과 학교를 쳇바퀴 돌 듯이 다니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 이루어진 관계가 대부분이다. 특히 학교 선생님은 우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인생이 바뀐 사람들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이 입시 위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참교육을 설파한 선생님은 거의 없다. 당연히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보면 칭찬을 받고, 아니면 벌을 받는 것이 당연시 여겨졌다.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과 같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예술성을 살려주는 분을 만나기는 정말 힘들다. 만약 내 인생에서 키팅 선생님과 유사한 분을 만났다면 정말 복받은 것이다. 물론 요새 선생님들은 예전의 권위적인 교육 방식보다는 보다 창조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일은 재주나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 -《국어사전》


 보통 회사원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결국 운이 70%라는 말이다. 그런데, ‘운’이라는 것이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자신이 불러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의 노력 30%를 더해서 운을 불러오는 것이다. 만약 내가 평소에 노력하지 않고,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한다면, 들어올 복도 걷어찰 수 있다. 


 ‘운칠기삼’을 뜬금없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릴 적이나 젊었을 때(20대 초,중반)는 주로 인간관계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좋은 선생님이나 학우를 만나면 운이 좋은 것이고, 아니면 그것도 나의 운명인 것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업을 하면 다르다.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나의 결정이고, 어떤 사업을 하는 지도 나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나의 ‘안목’에 따라서 결정된다. 

출처 : Pixabay

 물론 회사를 선택한 것은 나의 결정이지만 직장 상사를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즉, 나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정말 운이 좋아서 좋은 상사를 만나면 복이고, 그렇지 않다면 이 또한 운명이다. 


 예전에 아주 똑똑하고 총명한 후배가 있었다. 그 후배의 별명은 ‘오버스펙’이었다. 한 마디로 업무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칭찬이었다. 나도 후배 옆에서 업무 스킬을 많이 배웠다. 일처리가 아주 똑 부러지고, 머리도 비상했다. 그런데 내가 다른 부서로 떠난 후 이 후배는 아주 악질 상사를 만났다. 천사 같은 후배는 그 상사의 폭언을 못 견디고 회사를 떠났다. 다들 후배를 위로하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아니다. 그 후배는 오히려 외국계 회사에 취직해서 자신의 ‘오버스펙’을 마음껏 발휘해서 회사의 사장에게도 인정받고, 결국 아주 잘 나가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전 세계를 주유하고, 해외에서 잘 살고 있다. 오히려 그 상사에게 고마워할 지경이다. 


 나의 중심을 잡고, 내가 따르는 길(道)을 가면 점차 나쁜 사람(겉으로 쉽게 티가 나지 않지만)보다는 선한 사람들과 더 어울리게 된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인仁’으로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면 나에게 더 좋은 사람들이 모이게 마련이다. 


 반면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도 있다. ‘먹’을 가까이하면 나도 검어진다. 내가 아무리 착하고 선하더라도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내가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다면(거의 불가능하지만) 떠나야 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는 그것이 녹녹치 않다. 이 사람이 나쁜 것인지 내가 잘못된 것인지 구분이 안 가기 때문이다. 아직 나만의 가치관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인간경험을 통해서 성숙하게 되고,이제는 떠날 때와 아닐 때를 잘 구분한다. 

출처 : Pixabay

 완벽한 사람이란 세상에 없다. 언제나 존경할 만한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위인들도 결점이 있게 마련이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워커홀릭으로 회의 때는 다들 긴장하게 만드는 깐깐한 사람이다. 엑셀을 띄워놓고 잘못된 숫자가 있는지 따질 정도다. 전기 자동차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18년 8월 테슬라의 상장폐지를 언급했다가 시장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결국 미국 증권 거래소에서 소송을 걸어서 막대한 벌금을 내야했다. 그는 지금도 가끔씩 트위터에 뜬금없는 이야기로 구설수에 오른다. 세계 제 1위 부자를 경쟁하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경쟁사들을 잔인할 정도로 짓밟으면서 유명세와 악명을 동시에 떨친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배울 점도 많다. 팀 쿡으로부터는 일을 신성하게 받드는 그의 경건한 정신을 배울 수 있고, 일론 머스크에게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의지와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제프 베조스는 고객 우선의 철학으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 자신을 바르게 하고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그 사람의 안 좋은 점이 나한테도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꼭 그 사람과 함께할 필요는 없지만 함께 해야 한다면 배울 점은 배워야 한다. 그래서 늘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의 가치를 찾고, 나의 길을 가면 된다. 젊었을 때는 그 사람의 나쁜 점이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쁜 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러날 때와 아닐 때도 알게 된다. 결국 ‘모두가 스승이다’라는 마음을 잊지 않으면 된다. ‘나쁜 사람도 나에게는 스승’이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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