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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19. 2020

멈출 때와 나아갈 때를 안다는 것

살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중용의 도'

 子曰 : 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民鮮 久矣
 자왈 : 중용지위덕야 기지의호 민선 구의 
 공자가 말했다. “중용中庸의 덕德이 실로 가장 크구나! 사람들이 이러한 덕을 잃은 지 너무 오래되었도다.”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본다. 회사뿐만 아니라 세상사를 봐도 그렇다. 그중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사람들은 좋은 경우도 있지만 안 좋은 경우가 더 많았다. 주로 이런 유형이다. 업무에 열정이 너무 넘쳐서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도 열심히 일하기를 원한다. 엄청나게 직원들을 쪼아댄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다. 여기서 성공은 승진을 말한다. 정치를 잘했기 때문이다. 반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 기진맥진해져서 병에 걸리거나 번아웃이 된다. 


 예전에 중요한 보고를 할 때가 있었다. 그때 상사는 “밤새워서라도 끝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정말로 밤을 새우라기보다는 그만큼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는 막차를 타기 위해서 밤 11시까지 일하고 퇴근하고, 다음날 일찍 출근해서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은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정말로 밤을 새웠다. 그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후배들도 어쩔 수 없이 밤을 새웠다. 다음날 보고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냥 그 상사는 홧김에 이야기한 것뿐이었다. 결국 애꿎은 사람들만 고생했다. 후배들의 원망이 자자할 수밖에 없었다. 


 손실이 더 컸다. 만약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멈췄으면 그렇게까지 힘을 뺄 필요가 없었다. 회사 생활은 적어도 10년, 20년, 길게는 30년이다. 강약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집중할 때는 집중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한다. 평소에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내가 제일 집중이 잘 될 때 생산적인 일을 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회사에서 주어진 시간이 8시간이라면 적어도 3시간은 온전히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은 회사에서도 저녁이 있는 삶을 주기 때문에 더 집중력이 중요한 때이다. 


 또 어떤 사람은 기분이 극과 극을 오간다. 기분이 좋을 때는 그야말로 천사인데 나쁠 때는 그냥 데몬(악마)이다. 근처에 갔다가 무슨 날벼락을 맞을지 모른다.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사람은 위기 때 큰 문제다. 위기가 있을 때 냉정하게 현상을 파악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오히려 남 탓하기 바쁘다. 과중한 숙제를 주면서 잘못된 길로 직원들을 안내한다. 이미 직원들은 위기 상황임을 알고 있는데 이를 안정시키지 않고, 오히려 불난 집에 더 불을 붙인다. 직원들의 피로는 급속히 올라가고, 머리 회전은 더 되지 않는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CEO인 사티아 나델라에 대한 리더십이 계속 이야기되고 있다. 그는 COVID-19의 위기 속에서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얻는다. 누구보다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사소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근본적인 것까지 모두 해결해 주려고 했다. 무엇보다 나델라 회장은 ‘실패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누구든지 실수나 실패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용기를 심어줬다. 이러한 ‘배려’와 ‘공감’의 리더십을 보여줬지만 무엇보다 극단으로 치우치지는 않는 ‘중용’의 자세가 마이크로 소프트 회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즉 그는 리더로서 위기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팀장들은 CEO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했고, 팀원들은 회사에서 진행 중인 일과 보도된 뉴스에 대해 질문했다.” - MS 커뮤니케이션 총괄 책임자 존 시론,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계속 ‘위기 경영’을 외치면 피로감만 더 커질 뿐이다. 특히 위기 경영이 1~2년이 아니라 10년 이상 지속된다면 그것은 큰 문제가 있다. 그 조직은 항상 긴장감 속에 묻혀있고, 혹여 실수라도 하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누구든 몸을 사리게 된다. 건전한 토론은 없고, 서로에 대한 비방으로 얼룩지고, 창조적인 생각은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에서는 더욱 문제다. 


 회사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처음에 너무 의욕을 갖고 달려들면 금방 지키게 마련이다. 100m를 뛸 생각을 하지 말고, 42.195km를 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어떤 일을 시도해서 잘 안 됐다고 너무 일찍 포기하면 안 된다. 특히 처음에 열정적으로 일에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변에 유튜버 분들을 보면 구독자 수가 적다고 실망하는 분들이 꽤 있다. 하지만 성공한 유튜버 들은 대부분 몇 년 동안 무명이었다. 그들은 꾸준히 콘텐츠를 개발하고 시도해서 마침내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에너지를 잘 안배해서 임해야 한다. 쉽게 불타고 쉽게 꺼지면 안 된다. 그렇다고 대충 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내가 작가의 꿈을 꾸고 있다면 하루키 작가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4~5시간씩 글을 쓸 것이 아니라, 하루 1시간이라도 매일 글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적어도 한 달을 지속하고, 나중에는 몇 년간 이러한 습관을 유지하게 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매일 몇 시간씩 글을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중용 :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이 ‘중(中)’이며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이 ‘용(庸)’이다.” - 《표준국어대사전》


 ‘중용’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어야 한다. 멈출 때를 알고 또한 나아갈 때를 알아야 한다. 이러한 ‘중(中)’을 통해서 적절히 조절함을 알았다면 ‘용(庸)’을 통해서 그것이 변하지 않고 일상화되도록 해야 한다. ‘중용의 도’는 어디에서나 중요하다. 부부간의 사랑, 친구 간의 우정, 가족 간의 사랑, 회사 업무, 직원과의 관계 등 모두 해당한다. 부부 사이도 뜨거운 열정 못지않게 시간이 지나면서도 관계가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직원들도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은 중요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서 부담을 주면 안 된다.


 ‘중용’은 개인, 국가, 사회, 회사 등 모든 분야에서 꼭 생각하고 지켜야 할 도리다. 강대국들도 ‘중요의 도’를 지켰다면 이렇게까지 갈등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강대국의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내 나라가 최강이고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용의 도’는 결국 평화에 이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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