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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20. 2020

남을 돕는 것은 나를 돕는 길이다.

'장사의 신'이 성공한 비결 

 子曰 :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자왈 : 부인자, 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
 공자가 말했다. “인자는 자기가 서고자 하여 다른 사람들을 도와 함께 일어서는 사람이다. 또 자기 일을 잘하고자 하여 다른 사람들을 도와 함께 잘하게 하는 사람이다.” - 《논어》옹야


 무언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공부를 잘하는 수재들의 비결을 보면 바로 이런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친다. 그러면서 더 공부를 하게 된다. 내가 당연시 여기던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예전 학창 시절 때 누구보다 똑똑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인기가 좋았던 이유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그리고 알기 쉽게 잘 설명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덕德을 베풀고, 또한 자신의 길道을 잘 개척해 나갔다. 


 남을 돕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오히려 내 안에 갖고 있으면 빛이 나지 않았던 것이 남들과 같이 공유하면서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다. 그 유명한 3M의 포스트잇 탄생 비화도 이와 같다. 어떤 연구원이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다가 실패를 했는데, 그것을 몇 년 후 아서 프라이라는 연구원이 발견해서 포스트잇을 개발했다. 초반에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이 연구원은 포스트잇을 대기업의 비서들에게 보내서 제품을 알렸다. 마침내 대박이 났다. 지금 어디에서든 우리는 포스트잇을 볼 수 있다. 하지만 1970년 포스트잇의 접착력을 선보인 스펜서 실버 연구원이 없었다면 우리는 좀 더 뒤늦게 포스트잇을 알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3M이라는 회사는 1900년대에 설립되었는데 본래 숫돌 제조업체였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15% 규칙이라는 문화를 만들어서 근무 시간의 15%를 개인 아이디어 구상에 사용할 수 있다. 구글도 마찬가지로 20%의 법칙이 있어서 자신의 시간 중 20%를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사내 발표회를 통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이때 서로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어느 회사에서든 마찬가지다.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따로 있다. 전문가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더 많이 알려줘야 한다. 나 혼자만 알고 있다면 그 정보는 죽게 된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특히 회사 생활을 오래 하면서 관리자나 선임 연구원이 된다면 더욱 그렇다. 횡적인 관계가 넓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정보를 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용도로 쓰면 안 된다. 나만 알고, 나만 빨리 보고하는 것이 좋은 능력이 아니다. 같이 공유해서 검증하고, 더 좋은 설루션을 찾는데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배 양성이다. 나의 경쟁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나만 정보를 갖고 있으면 안 된다. 후배들을 양성해서 이들의 역량을 키운다면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 때도 많다. 나의 주변에 사람들의 수준이 오르면 나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을 단지 톱니바퀴처럼 이용한다면 나도 성장할 수 없다. 마음 놓고 휴가를 갈 수도 없고, 늘 이메일을 쳐다보고 내가 모든 일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한다. 나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고 팀의 발전을 위해서도 하면 안 되는 일이다. 


 예전에 팀장이었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넘버 2,3,4 등을 정했다. 그래서 내가 휴가를 가거나 유사시에는 넘버 투(Two)가 나의 자리를 대행하고, 넘버 투가 다른 일이 있다면 넘버 쓰리가 일을 대행하게 했다. 처음에는 다들 농담이라고 생각했으나 계속 그렇게 이야기를 하자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게 되었다. 정말로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역할을 인지해서 잘 처리했고, 나에게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팀원들을 믿으니 나도 편했고, 팀원들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주도권을 갖게 되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의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후계자들을 육성해서 ‘패밀리’를 더 늘려가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세계관을 더 확장시켜가는 길이다. 진정한 ‘장사의 신’은 자신이 갖고 있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서 같이 일하던 직원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영철학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다. ‘장사의 신’이라고 불리는 일본 이자카야의 대부 우노 다카시도 수백 명의 직원들이 자신의 가게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들이 다시 길러내는 사장들까지 합치면 아들, 손자 수만으로도 몇 백 명, 그 모든 이들일 그를 ‘아버지’라 부른다.” - 《장사의 신》소개 글 중에서 


 그는 책에서 꼭 ‘내 가게’를 갖겠다는 각오부터 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직원들에게 강한 목표 의식을 제공했기 때문에 이들은 내 가게를 낸다는 목표로 열심히 일했다. 그 직원들이 다른 가게를 내면 그 가게에서도 또 가게를 내기 위해서 목표로 일하는 직원들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선순환을 거치면 기업은 좋은 에너지를 갖고 성장하게 된다.


 내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혼자만 묵혀서는 안 된다. 반드시 아낌없이 나눠주고, 나도 더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실무자가 해야 할 일에 관리자가 끼어들면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직원은 발전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관리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또는 직원들을 믿지 못해서 손수 나서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자신이 쌓은 인맥도 공유를 안 하고 혼자 움켜쥐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있는 회사는 발전할 수 없다. 단기적인 성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서로 나만 살아남기 위한 정치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예전의 마이크로 소프트가 그랬다고 한다. 현명한 경영자라면 그런 사람들을 관리자로 쓰면 안 된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발전할 수 없다. 자신이 배운 것을 마음껏 나눠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정보와 지식, 경험이 물처럼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그 물은 남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된다. 남을 돕는 것이 결국 나를 돕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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