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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26. 2020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子釣而不網 弋不射宿 자조이불강 익불석숙
 “공자는 낚시질은 하되 크고 작은 물고기가 모두 잡히는 그물은 사용하지 않았고, 새를 활로 사냥하기는 했지만 잠을 자는 새는 잡지 않았다.” - 《논어》술이


 우리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비록 인간의 과학이 발전해서 하늘에 로켓을 쏘고, 손안에 작은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고 해도 우리는 역시 나약한 존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을 두려워하고, 바이러스 때문에 너무나 쉽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봤다. 온갖 자연재해 앞에서도 무기력하다. 예전보다는 훨씬 더 발전한 인프라 덕분에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약한 존재는 맞다.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가 됐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자연의 분노가 더 커졌다. 이미 자연은 여러 차례 우리에게 경고를 날렸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그 분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데스벨리 화씨 130도(54.4도)... 107년 만에 최고치” - 《헤럴드 경제 미국판》


 전 세계 이상 기온으로 일부 지역에서 온도가 40도를 훌쩍 넘고, 홍수, 폭우 등 자연재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 사막의 데스밸리는 무려 섭씨 54.4도로 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거대한 댐은 넘치는 물을 담기에 위태위태하고, 남극도 이상 기온 현상으로 녹고 있다. 남극에 있는 세종 기지도 눈 대신 땅이 보일 정도다. 전문가들은 남극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무려 60미터나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무더위가 계속되니 에어컨을 더 쓰고 에너지를 더 쓰니 화석연료도 마찬가지로 더 많이 쓰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도 매년 2%씩 증가하고 있다. 지구는 열 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좀 더 편리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 제품을 개발했다. 거의 100~150년 이상 개발에 치중했다. 인류는 발전했지만 자연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무분별한 개발을 자행했고, 숲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건물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전 세계에 달리는 자동차 수는 이미 10억 대를 넘었고,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대고 있다. COVID-19으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자 오히려 공기가 좋아지고, 자연이 기력을 회복하는 당연하지만 씁쓸한 결과가 나타났다.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그야말로 우리가 행한 대로 자연은 그대로 돌려주고 있다.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나도 사실 환경주의자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분리수거 열심히 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보호를 외치는 것이 어쩌면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이 더 그리워지고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는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던 나무와 풀을 바라보면서 소중함을 느끼고, 한 번씩 만져보게 된다. 흙냄새가 좋고, 가끔씩 기어 다니는 달팽이를 보면 반갑다. 거미가 열심히 거미집을 만드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옆에 서서 몰래 관찰하고 사진도 찍는다.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다. 인생의 마지막도 자연 속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한다.


 정말 아쉬운 것은 우리가 주거하거나 일하는 공간에서 자연을 느끼기 힘들다는 점이다. 간혹 조그마한 공원이 있거나 나무, 꽃이 심어져 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멋진 인테리어를 갖춘 집이라고 해도 10층, 20층, 30층의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 땅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 그렇다. 물론 우리 집도 30층의 높이에 있기 때문에 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자연이 없다면 자연을 끌고 와야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는 임시 방책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흙, 나무, 돌 등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재료를 쓸 때 집 안 에너지의 유통기한이 더 늘어난다.” - 《운을 만드는 집》


 부모님 세대나 나이가 드신 분들은 어릴 적에 자연과 함께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함께 산이나 들에서 뛰어놀거나 곤충들을 채집했다. 밤에는 하늘에 무수히 뜬 별을 보고, 낮에는 풀밭에 누워서 구름들을 쳐다봤다. 집 밖을 나서면 늘 뛰어다닐 곳이 많았다.


 선인들은 자연의 지혜를 갖고 있었다. 공자가 말한 바와 같이 작은 물고기는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물을 만들었다. 작은 물고기까지 무분별하게 포획한다면 결국 먹을 수 있는 물고기가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새도 마찬가지다.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새를 잡아서 자연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거미는 웬만하면 죽이지 말고 놔주라고 했다. 해충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거미를 잡으면 최대한 살려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아주 무서운 거미면 나도 모르게 살의를 느끼지만 말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놀이동산이나 키즈 카페를 좋아하기는 해도 역시 흙을 갖고 놀거나 모래성을 쌓을 때 제일 행복해 보인다. 몸이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도 개의치 않는다.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다 그런 것 같다. 어릴 적에는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나 나이가 들면서 이를 잊고 지내고, 결국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아버지도 은퇴 후 시골집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여생을 즐기고 계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밭일을 하고 오후에는 휴식을 취한 후 저녁에 일을 마무리하신다. 한 마디로 자연의 흐름과 함께이다. 자연은 스트레스를 예방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리더들도 산책이나 달리기를 즐긴다. 자연의 기운을 받으면서 ‘회복 탄력성’을 높인다. 인공의 도시에서 인공의 공간에 있다가 자연을 만나면 확실히 몸에 활기를 느끼게 된다.


 그만큼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었다. 자연을 잘 이용해서 그동안 인류는 많이 만들고, 쓰면서 발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편리함을 위해서 무리하게 개발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공자뿐만 아니라 수천 년간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이 지구는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하고 있다. 화성 탐사도 좋고 달 탐사도 좋지만, 우선 지구를 살려야 한다.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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