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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Aug 27. 2020

나의 수준에 맞춰 살면 된다

만원의 행복 

 子曰 奢則不孫 儉則固 與其不孫也 寧固 
 자왈 사즉불손 검즉고 여기불손야 영고
 공자가 말했다. “사치하면 본분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검소하면 고생하게 된다. 본분을 지키는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생하는 편이 낫다.” 


《논어》에서 공자는 기본적으로 ‘부富’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거친 밥을 먹고 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의롭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찢어지게 가난해도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안회를 총애했다. 오히려 안회의 정신은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공자도 한 때는 입신양명의 꿈을 꿨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제후들에게 ‘인仁’의 정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점차 속세를 멀리하게 되었다.  


 비록 ‘부’를 뜬구름과 같은 것으로 묘사했지만 공자가 꼭 이를 부인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가 60대에 떠난 14년간의 유세 기간 중에 ‘부자’ 제자인 자공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가 재정적으로 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국외를 여행할 수 있었다. 결국 공자는 ‘부가 도道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돈이 많더라도 인간으로서 도리를 잘 지킨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리나 본분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내가 부자이더라도 보다 큰 가치인 ‘인仁’을 위해서 사용한다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즉 내가 번 돈을 오직 나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사랑을 베풀라’는 의미다. 

출처 : Pixabay

 “Jeff Bezos Becomes the first person ever worth $200B” - 《포브스》
 “제프 베조스, 사상 최초로 $2000억 달러 가치의 사람이 되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물론 아마존 주식 가격의 변동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는 있지만 어쨌든 240조 원 이상의 재산을 넘긴 인물이 되었다. 이전에 IT 업계에서 가장 큰 부자는 닷컴 버블이 한창이었던 1999년에 빌 게이츠의 재산인 $158B(현재 가치로 환산 시)이었다. 베조스의 재산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GDP의 1/10 수준이다. 또한 대한민국 1년 예산(469조 원, 2019년)의 5배가 넘는다. 


 진시황제 수준의 부를 쌓은 베조스는 거칠 것이 없다. 당장 주식을 팔아서 섬을 몇십 개 정도 사서 ‘베조스’ 왕국을 만들어도 될 수준이지만 그는 기업 경영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청문회에서 정치인들에게 수모를 당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치는 황제처럼 사는 것보다(물론 호화저택에 살고 있지만) 보다 큰 미래를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우주 사업에 뛰어들어서 블루 오리진이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2017년에는 무려 10억 달러 가량의 자신의 주식을 팔아서 우주회사에 투자했다. 어떻게 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일 수 있지만 그는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그의 꿈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연설 때 우주에 수백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황당한’ 선언을 했다. 그의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는 전기 자동차 테슬라의 창업주이면서 Space 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와 궤를 같이 한다.   


 그가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주커버그 등이 참여한 ‘기부 선언’(자신의 생전이나 죽은 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한다는 서약)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전처인 맥킨지 베조스는 이 기부 선언에 참여했지만 말이다. 독자행보를 이어가던 그도 $2B(약 2.4조 원)를 노숙자의 생활과 교육에 기부했다. 또한 2020년에 Bezos Earth Fund를 통해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 $10B(약 12조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물론 사람들은 더 많은 기부를 기대하고 있다.


 베조스뿐만 아니라 기부 행렬에 동참한 부자들은 훨씬 더 많다. 전 세계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가 세운 게이츠 재단은 이미 약 50조 원이 넘는 기금으로 질병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질병 퇴치에 대한 투자도 COVID-19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앞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이러한 투자는 계속 필요할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몇 조, 몇 십조 원을 이야기하다가 우리의 삶으로 돌아오면 한없이 초라하다. 단돈 만원에도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주머니 사정이다. 반면 부동산은 수억 원을 오락가락하니 삶에 회의가 들만도 하다. 하지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돌아보자. 돈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자. 여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을 바꿔보면 어떨까? 단돈 천 원, 만 원이라도 기부를 한다면 마음에 평화를 느낀다. 굳이 기부를 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하다못해 무료로 나의 재능을 기부해도 된다.  


 결국 나의 수준에 맞춰서 살면 된다. 베조스와 같이 전 세계 1위의 부자는 아니더라도 마음은 부자가 되면 어떨까? 한 달 용돈이 많지 않더라도 만원에 맥주 4캔에 행복을 느끼면 된다. 수십만 원의 비싼 와인이나 위스키를 마시지 않더라도 나에게 맞는 술을 마시면 된다. 막걸리 한 잔도 얼마든지 행복을 줄 수 있다. 결국 취하는 것은 똑같다. 술을 안 마신다면 다른 행복도 많다. 신선한 샐러드, 과일을 먹으면서 행복을 느껴도 된다. 백만장자가 먹는 샐러드나 내가 먹는 샐러드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먹거나 마실 수 있는 용량은 한정되어있다. 제프 베조스나 빌 게이츠도 먹거나 마시는데 한계가 있다. 다 같은 인간이다. 따라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돌아보자. 나의 자산은 얼마인가? 저축이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제외하고 내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얼마인가? 굳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공자는 돈을 모아서 사치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고생하면서 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생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공자나 안회처럼 위대한 철학자가 될 수 없다. 지금 삶에 감사하고 거기에 맞춰 사는 것은 나쁜 태도가 아니다. 그렇다고 정체하라는 말은 아니다. 발전을 해야 한다. 공자가 말한 것처럼 ‘부’를 나의 ‘도(길)’에 맞게 쓰면 된다. 그것이 진정 나의 수준에 맞춰 사는 삶이다. 결국 내가 ‘부’를 이루더라도 나의 ‘도’를 잊지 말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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