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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Sep 01. 2020

어려울 때 나의 곁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진정한 친구의 의미 

 子曰 :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자왈 : 세한여후 지송백지후조야
 공자가 말했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 


 인생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그 누구도 평생을 아무 걱정 없이 화려하게 살기는 힘들다. 만약 그렇게 세상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행복한 인생이 아니다. 인생에는 결국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어른이 되고, 무엇보다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말은 그럴싸하지만 막상 곤경에 처하거나 슬픔에 빠지면 정말 힘이 든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고 외롭기 그지없다. 그럴 때 옆에서 조언을 해주거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큰 힘이 된다. 내가 벼랑 끝에 서있더라도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상가 집에서 보다 진솔하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고마운 사람들은 평소에 알기 힘들다.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내가 곤경에 빠졌을 때 외면하거나 모른 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내가 절벽 끝에 서있을 때 손가락으로 나의 등을 밀어서 떨어뜨리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인간관계란 알 수 없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뒤에서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고 말한 이유도 이와 같다. 내가 평소 가깝게 지내고 절친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배신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성숙하게 된다.

출처 : Pixabay

 지금도 동화를 읽으면 많은 교훈을 얻는다. 그중에 ‘진실한 관계’에 대한 동화가 있다. 《아들의 깨달음》이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적 이 동화를 읽거나 들었을 것이다. 

 어느 부잣집의 아들이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흥청망청 돈을 쓰면서 놀았다. 당연히 아들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늘 구름같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아버지는 이런 아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이런 제안을 했다. 

 “친구들에게 네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고 너를 과연 숨겨주는지 시험해보자” 


 아들은 이러한 아버지의 황당한 제안이 웃겼지만 이번 기회에 아버지에게 자신과 친구들의 우정을 과시하고 싶었다. 그래서 죽은 돼지의 시체를 사람인 것처럼 꾸며서 지게에 이고 친구를 찾아갔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는 단번에 그를 외면했다. 두 번째 친구를 찾아가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은 자신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호소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아들은 결국 크게 상처 받고 말았다. 


 마침내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친구 집에 찾아갔다. 그 친구 분은 두말하지 않고 아버지와 아들을 받아주고 따뜻한 밥과 이부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아들의 결백을 믿어주면서 관아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이러한 우정에 아들은 감격했고, 아버지는 죽은 돼지로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해피엔딩이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드는 내용이다.


 공자는 정치에 몸을 담았고 대사구(형조판서)라는 높은 벼슬에 올랐다. 하지만 국정을 쇄신하려는 노력이 모두 좌절되자 쉰여섯에 벼슬을 그만두고 유세를 떠났다. 그는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는 대신 푸대접을 받고 너무나 고달픈 시간들을 보냈다. 


 이미 학문의 대가이고, 높은 관리까지 지낸 공자였지만 환갑이 넘어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수모를 당하고 생명에 위협도 받았다. 심지어 후대의 사마천이 《사기》에서 그를 ‘상갓집 개’와 같은 처지였다고 기술했다. 전 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공자에게는 치욕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봤을 때 상갓집 개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그에 대한 대우가 결코 좋지는 않았다.


 “상갓집 개 : 수척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얻어먹을 것만 찾아다니는 사람” - 《두산백과》


 한 때는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가 ‘상갓집 개’와 같은 대우를 받은 공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비록 ‘도덕정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출처 : Pixabay

 하지만 제자들은 그를 믿고 따랐다. 일부는 가르침을 열심히 받아서 정계에 진출하기도 했다. 또한 제자 중 자공은 공자의 유세 기간 동안 재정적으로 뒷받침했고, 또 다른 제자 자로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었다. 공자를 험담하는 사람들을 손봐주고,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공자가 베푼 ‘인仁’ 덕분이다. 공자가 세상을 떠날 때도 제자들은 그의 곁을 지켰다. 그의 제자 자공은 공자가 세상을 떠나자 6년 상을 치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현한 것이다.


 부와 권력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그것을 잃게 되면 ‘모래알처럼’ 주변의 사람들은 빠져나간다. 예전에 이런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 꽤 높은 직책에 있었다가 물러난 분이 다. 어느 날 누군가 도서관에서 그분을 봤는데 어떻게 도서관에 들어가야 할지 몰라서 도와줬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높으신 분은 택시를 혼자 타본 적도 없어서 어떻게 타는지 그리고 돈을 내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 사람의 지위를 보고 왕처럼 떠 받들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들의 주변에는 더 이상 수족처럼 부릴 사람들이 없다. 철저히 혼자가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하는가? 그리고 베풀었는가? 단지 내가 가진 것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아닌가? 내가 힘들거나 어려울 때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한탄하지 말고, 그동안 내가 한 일을 돌아봐야 한다. 덕을 쌓는 것은 결국 복리이자와 같다. 쌓으면 쌓을수록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 이자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선행, 따뜻한 말 한마디, 심지어 댓글조차도 덕을 베푸는 행위다. 반면 남을 비난하고 나의 욕심만 챙기는 사람은 세상에 ‘빚’을 지게 된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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