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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Sep 06. 2020

덕德은 사소한 곳에서부터 생긴다

나는 '인'과 '예'를 지키고 있는가? 

 廐焚 子退朝曰 傷人乎 不問馬 
 구분 자퇴조왈 상인호 불문마 
 “마구간에 불이 났었는데 공자는 퇴조하여 ‘사람이 다쳤느냐?’하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가끔씩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만큼 인품이나 격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대외적으로는 대의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명예와 지위를 더 중요시한다. 한 마디로 믿음을 배신하는 경우다.


 ‘말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와 같이 말은 나의 ‘가치’를 지키면서 ‘가치관’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나의 명성과 지위에 현혹되어서 내가 믿지도 않는 가치를 마치 믿는 양 자신을 ‘코스프레’한다. 실제로 그렇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분명히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사실이 아니고 사기였다. 설사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를 오해했거나 착각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미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지위’와 ‘행동’이 어긋나는 경우다. 그런데 이들이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이유는 사람들이 여전히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사실과 관계없이 맹목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정치인, 종교인, 철학자, 강연자, 교육자 등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 깨달음을 주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러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위를 이용해서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다. 결국 이들은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나쁜 짓을 저지른다. 


 물론 누군가 자신을 찰떡같이 믿어주고 ‘신’처럼 숭배한다면 나의 가치와 다르게 나쁜 행동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럴 때 나 자신의 ‘욕심’을 경계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극기복례’라는 가르침이 제일 중요하기도 한 이유다


 그런 면에서 공자는 자기 관리를 잘한 편에 속한다. 그도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이 구름처럼 있었지만 늘 몸가짐을 조심했다. 물론 공자도 대하기에 쉬운 스승은 아니었다. 비록 제자들을 아끼고, 인자하면서 자상한 스승이었지만 추구하는 바가 높았고, 제자들이 따라가기에 너무 높은 경지에 있었다. 음식을 먹는 것부터 행동거지, 걸음걸이, 잠자는 것까지 ‘예’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니 제자들로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또한 공자는 도덕정치를 추구하면서 당시 현실정치에 눈을 뜬 제자들과 일부 마찰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도 ‘인仁’과 ‘예禮’의 정신을 놓지 않았다. 당시 마구간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불이 났을 때 사람의 안위를 먼저 걱정할 정도였다. 마치 부잣집의 차고에 불이 났는데 가정부에게 럭셔리 자동차의 상태보다는 사람의 안위를 먼저 걱정한 것과 마찬가지다. 


 “벗이 세상을 떠났는데 거둬줄 친척이 없으면 공자는 ‘상사喪事는 내가 책임지리라.’고 하였다.” 
 “고을의 술 모임이 끝났을 때에는 반드시 나이 든 사람을 먼저 가도록 하고 그 뒤에 나왔다.” 


 이와 같이 공자는 ‘인仁’과 ‘예禮’를 몸소 실천했다. 제자들에게 사람을 사랑하고, 예를 갖추라는 말을 단지 말로만 끝내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제자들이 이를 보고 따르도록 했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명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인’과 ‘예’를 실천한다는 것은 아주 단순하면서 사소한 곳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문을 열었을 때 상대방이 먼저 지나가도록 하고, 운전할 때 급한 차에게 길을 양보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서 문을 열어준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앞에서 욕이나 경솔한 말을 삼간다. 식당에서도 종업원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손님은 왕’이라는 말을 굳이 실천하지 않는다. 그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과 딸이고, 부모이기 때문이다. 식당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손님에게 예의를 갖추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의미를 찾는다. 


 이렇게 덕德은 아주 사소한 곳에서 실현된다. 이를 제대로 실천하면서 그 가치를 설파하는 사람이 진정한 지식인이고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우리는 이러한 속담을 잘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듯이 내가 오른 지위가 결국 다른 사람들의 덕이라는 것을 잊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갈수록 ‘인’과 ‘예’를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뛰어난 연설, 명언, 책, 미디어 등을 통해서 역설하는 것보다 먼저 나 자신이 나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누군가에 대한 정보나 구설수가 실시간으로 SNS에 오른다. 굳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몸에 ‘인’과 ‘예’를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나의 ‘덕’에 거짓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 알아채거나 실수로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다. 한마디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한 이유다. 


 공자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예절은 꽤 까다롭게 따지고 제자들의 수행을 위해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많이 했다. 당시 상황을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신분제를 옹호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언행일치’를 제대로 실현한 사람이 공자였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성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행한 행동과 말은 ‘사소한 배려’에서부터 시작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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