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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Sep 25. 2020

성공할수록 겸손한 마음을 잊으면 안 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의 진정한 의미

子曰 : 貧而無怨難 富而無驕易

 자왈 : 빈이무원난 부이무교이

 공자가 말했다. “가난하면서 원망이 없기는 어렵지만, 부자이면서 교만이 없기는 쉽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어렸을 적부터 귀가 아프게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막상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어렵거나 힘들 때는 당연히 고개를 숙이고 살지만 형편이 나아질수록 점차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에서 내가 모은 ‘부’와 ‘명예’를 칭송하고, 용비어천가를 부른다면 더욱 그렇게 된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뻣뻣하게 들어서 도무지 굽혀지지가 않는다. 그만큼 겸손함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는다. 나에게 돈이 모이고 유명해진다면 불나방처럼 나의 곁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이때 착각을 하기 쉽다. 이러한 ‘부’와 ‘명예’는 나의 노력 덕분이기 때문에 마음껏 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칭송받아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주변에서 버터처럼 달콤한 말을 하면 더욱 그렇다. “정말로 대단하신 능력입니다.”, “뛰어난 통찰력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돈을 모을 수 있을까요? 존경합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드는 말도 점차 익숙해진다. 그렇게 익숙해지면 나의 생각과 태도도 점차 바뀐다.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고 내가 대단하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무대 위에 조명이 꺼진다면 어떠한가? 내가 받던 화려한 조명은 사라지고 무대 위에 홀로 남는다. 관객들은 모두 집으로 가고 나는 혼자 무대 위에 서서 옛날의 명성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원망한다. 그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명예와 부를 쟁취해서 코를 납작하게 만들 것이라고 다짐한다.


 진정 ‘도道’를 깨우치거나 ‘덕德’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지 않는다. 늘 자신이 부족함을 알고 상대방이 누구든지 겸손한 마음을 유지한다. 항상 배우려고 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어디에든 있다고 생각한다. 돈과 명예가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결과물일 따름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주변에 따르는 사람들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만큼 정신적, 물질적으로 많이 베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덕’이 있는 사람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고, 이를 또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준다. 마치 물처럼 끊임없이 흐르고 멈추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가 즐겨서 보는 피트니스 관련 유튜브 채널이 있다. 거기에서 강사님이 제공하는 스트레칭은 아주 유용해서 시간이 될 때마다 동작을 따라서 흉내 낸다. 그녀는 구독자만 수십 만 명에 이를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이 이런 내용을 올렸다. 본인이 유명해지면서 광고 제안과 함께 콘텐처를 유료화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몇 달을 고민을 거듭하다가 전부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앞으로 맞는 광고가 있다면 할 계획이고 돈을 벌고 싶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가치를 버리기는 싫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영상을 여전히 무료로 제공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이 배운 것을 따라 하면서 건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그분이 말씀하신 것 중에서 이 말이 제일 인상 깊었다.


 “돈에도 성격이 있습니다.”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버리면서까지 돈에 목매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한 이 분은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겸손함을 잃지 않고, 꾸준히 도움이 되는 트레이닝 영상을 무료로 업로드하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주변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고, 금전적인 혜택을 누리라고 권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고,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것은 자신이 유명해진 이유가 결국 다른 분들한테 좋은 가치를 제공했다는 믿음 때문이다. 즉,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에 여전히 자신이 믿는 바를 지키고 나아갈 수 있었다.


 공자가 말씀하신 바와 같이 가난할 때는 세상을 원망한다. 적어도 세상에 감사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가난이 사라지고, 나에게 부와 명예가 온다면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내 안의 어딘 가에서는 이러한 행운이 다른 사람들 덕분이라고 외치지만, 결국 주변의 칭송하는 소음에 묻혀서 나도 모르게 큰 착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깨어있어야 한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온 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선배, 동료, 후배, 스승, 가족, 친척, 친구, 각 종 사회적 시스템 등 혜택을 얻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에 마주치는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어떤 분은 광고 전화가 오더라도 함부로 끊지 않고, 양해를 구하고는 한다. 물론 보이스 피싱에는 조심해야 되지만 말이다.


 만약 누군가와 미래를 약속할지 고민이 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식당이나 서점, 놀이동산 등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예전에 나와 친구들은 만화  가게에서 주인에게 호통을 치는 20대 젊은이를 본 적이 있다. 그 옆에는 그의 여자 친구가 안쓰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젊은이는 부당하게 대우를 받아서 항의를 한 것이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주인에게 그런 식으로 함부로 소리를 지르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그보다 그 여자 친구 분을 동정했다. 만약 그 사람이 자신보다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이라면 여자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로 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 젊은 친구는 부모가 누군가에게 갑질 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을지 모른다.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나는 이들을 소중하게 대하고 있는가? 나의 지위와 명예를 위해서 군림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얕보고 있지 않은가? 겸손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주변에 나를 칭송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더욱 그렇다. 따라서 나의 길(道)을 같이 가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하고, 따끔한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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