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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Oct 26. 2020

호기심을 갖고 배우자

스티브 잡스와 이건희 회장의 생을 돌아보며 

 子夏曰 : 日知其所亡 月無忘其所能 可謂好學也已矣 
 자하왈 : 일지기소무 월무망기소능 가위호학야이의   

 자하가 말했다. “날마다 모르던 것을 알아 가며, 달마다 배운 바를 잊지 않으면 가히 학문을 잘 익히고 있다고 할 만한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삶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 스티브 잡스가 남긴 말, 〈위키미디어〉

 애플의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는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삶을 회고하면서 여러 가지 명언을 남겼다. 그가 젊은 시절 “I’m still hungry”라고 성공에 대한 강한 열정을 내비쳤다면, 말년에는 오히려 과한 ‘부’보다는 적당한 부를 이룬 후에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만큼 아니 그보다 더 심한 ‘독한 승부사’였던 잡스가 이러한 말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잡스가 생전에 간과한 것은 ‘건강’과 ‘행복’이었다. 그는 가장 비싼 침대는 ‘병들어 누워있는 침대’라고 말했다. 누구도 나를 위해서 침대에 누워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나를 대신해서 아파줄 사람이 있다면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다. 그만큼 ‘건강’은 중요하다. 

 또한 그는 병상에 누워서 결국 자신이 이룬 부는 어디에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에 중독되어서 모든 열정을 거기에 쏟아부었지만 업무를 떠나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부자라는 사실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이미 그가 생전에 말한 것처럼 ‘죽음은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는 죽음 앞에서 ‘돈’과 ‘명예’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부’ 외에 사람과의 관계, 예술, 젊었을 때의 꿈을 추구할 것을 주문했다. 


 그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가 좀 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사랑을 나누면서 살았으면 어떨까 싶다. 이기적인 천재인 잡스가 그런 삶을 살지 상상이 잘 안되지만 만약 그가 병상에서 다시 일어났다면 아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을 것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는 매일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배운 바를 잊지 않으면 제대로 학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갑자기 학문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배움의 즐거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잡스는 생전에 요트에 관심을 보였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요트를 디자인했을 정도다. 아마 자신이 디자인한 요트로 가족과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지 모른다. 비록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요트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는 요트를 만들면서 큰 행복을 느꼈다. 그것이 그가 말한 진정한 즐거움이 아니었나 싶다.

  


 스티브 잡스가 2011년 10월 5일에 세상을 떠났다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그로부터 10년 후 2020년 10월 25일에 영면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도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유명한 명언을 많이 남겼는데, 그중에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잡스는 56세에 세상을 떠났고, 이 회장은 78세에 세상을 떠나서 잡스보다 건강하게 더 오래 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20년 전부터 폐암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시가총액 400조 원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공로자이지만 한 가족의 할아버지, 아버지, 남편으로서 병마와 싸워야 했다.  


 이건희 회장도 평소에 호기심이 많았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에도 조예가 깊어서 국보급 문화재를 사들여서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덕분에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재를 보존할 수 있었다. 그는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지론도 갖고 있었다. 전문가 수준의 안목을 자랑할 정도로 도자기 공부에 심취했다. 


 잡스 회장의 요트에 대한 관심,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와 예술에 대한 관심, 이러한 것이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겠지만 우리도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업무나 내가 하는 일을 떠나서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공부하는 삶은 즐거움 그 자체다. 한 마디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다. 


 특히 COVID-19으로 인해서 우리는 바깥보다는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 쇼핑, 게임 등을 더 많이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오히려 삶이 더 피폐해진다. 가뜩이나 집안에 갇혀있어서 우울증이 생기려고 하는데, 가상의 공간에서 이를 메꾸려고 한다면 오히려 마음의 허전한 구멍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한 분야를 정해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독서에 관심이 많다면 경제, 역사, 에세이, 인문 등 분야를 정해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거나 간단히 느낀 점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화나 드라마에 관심이 있다면 하염없이 시청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자제를 하고, 관람 후 나의 느낌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그 외에 악기, 그림, 요리, 부동산, 주식, 게임, 미용 등 나만의 관심 분야를 정해서 책이나 온라인을 통해서 공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만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당연히 지금 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너무 빠져서 일중독이 되어서 ‘건강’과 ‘행복’을 간과하면 안 된다. 영국의 한 요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요양원의 노인 분들에게 화이트보드로 좋은 조언을 남겨달라고 주문했더니, 많은 분들이 젊은 시절에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하고 즐기라고 말했다. 사실 젊을 때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즐기는 삶이 중요하다. 

 “젊을 때 즐겨라” - 영국의 요양원 노인들의 조언, 〈연합 뉴스〉


 그런데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먹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골프를 치거나 등의 차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위도 즐거움을 주지만, 무엇보다 인생을 알차고 즐겁게 사는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찾고,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사는 것이다. 이러한 꾸준한 공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즐거움을 알려준다. 


 지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우리의 인생은 결코 길지 않다. 나중에 ‘비싼 병상’에 누워서 후회를 하는 것보다 지금부터라도 나의 즐거움을 찾아보자.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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