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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Oct 27. 2020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군자가 있는가? 

 子夏曰 : 百工居肆 以成其事 君子學 以致其道 
 자하왈 : 백공거사 이성기사 군자학 이치기도


 자하가 말했다. “다양한 공인工人들은 작업장에서 자신의 일을 완성하고, 군자는 학문을 통하여 도에 이른다.”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군자(君子)란 무엇인가? 덕(德)과 학식이 높은 사람을 군자라고 일컫는다. 덕을 쌓고, 인(仁)을 실현하면 된다. ‘인’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을 베풀고, 나와 남을 위하는 사람은 군자가 될 수 있다. 학식(學識)의 의미는 배워서 얻은 지식이고, 학문과 식견을 모두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학식과 학벌은 상관이 없다. 삶의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도 결국 학식이다. 좀 더 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책에서 저자 바바 하리 다스는 “완전한 자유를 얻으려면 욕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이제 평화의 바다에서 마음을 쉬리라.”라고 자신의 깨달음을 전달했다. 그는 성자이면서 군자다. 이 책에는 청소부, 감자 농사꾼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기술한다. 주인공 자반은 천민 출신으로 청소부라는 계급을 대대로 물려받았다. 그는 부지런히 일해서 번 돈으로 장가를 가지만 친구의 유혹에 빠져서 마약 담배를 피우고, 이를 더 피기 위해서 도둑질도 한다.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를 하고, 나중에는 깨달음을 얻어서 성자가 된다.  


 이와 같이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군자가 되거나 가방끈이 길다고 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이를 실천하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군자가 되는 것이다. 


 공자의 제자 자하는 ‘다양한 공인들은 작업장에서 자신의 일을 완성’하고, ‘군자는 학문을 통해서 도에 이른다’고 했다. 당시에는 신분제가 존재했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바가 정해졌다. 공인은 물건을 만들고, 상인은 물건을 팔고, 선비는 공부를 통해서 출세하거나 자신의 도를 닦았다. 하지만 지금은 신분과 직업의 경계가 사라졌다. 따라서 자하가 이야기한 ‘작업장에서 자신의 일을 완성한다’는 것은 나만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는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아니면 지금 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가? 아니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부끄럽고, 억울한 느낌이 드는가? 


 지금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이 일을 통해서 ‘도道’의 경지에 이를 준비가 되었는가? 그 일이 지금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느냐가 중요하다. 


 자하는 또 이렇게 이야기했다. 


 “배우기를 널리 하고 분명하게 기억하며, 내게 절실한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유한다면 인仁은 곧 그 가운데에 있다.” - 《논어》자장 편 중에서


 즉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능숙해질 수 있도록 배우고, 또한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한다. 그 일을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청소부 자반이 성인이 경지에 이르게 된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어느 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한다고 해보자. 직장에서 배운 대로 매뉴얼에 따라서 커피를 만든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눈을 감고도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커피를 만들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또는 더 맛있게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화두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을 하는 사람은 행동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생계를 위한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나는 최고의 커피를 만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뀐다면 당연히 내가 만든 커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나중에 우수 직원이 되거나 또는 창업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에 대한 사랑’이다. 이 커피 한 잔이 고객에게 줄 기쁨을 잊지 않는다. 단순히 기술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고, 커피 한 잔에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다. 커피를 만들면서 ‘도’를 터득한다는 것도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바리스타도 성인이 되고 군자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면, 결국 나 자신이 행복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선순환’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만약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불만을 갖고, 커피를 만드는 행위가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은 재미없고 따분할 것이다. 자꾸만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당연히 커피에도 그러한 마음이 들어가고, 고객도 행복하지 않고, 나도 행복하지 않다. 


《논어》에서 ‘군자’라는 용어는 무려 107번이나 등장한다. 그만큼 공자는 군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군자는 당시 ‘지위가 높은 남자’라는 용어였지만 공자는 이를 ‘덕’으로 전환시켰다고 한다. 군자는 자신의 인격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군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군자는 유명인이 아니다. 유명인 중에서 군자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군자는 우리 생활 곳곳에 더 많이 있다. 나의 친구, 동료가 군자일 수 있고, 나의 부모, 형제, 친척 등 중에서 군자가 있을 수도 있다. 군자는 자신만의 경지, 즉 ‘도道’에 이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남을 사랑하는 ‘인仁’의 마음을 잊지 않는 사람이다. 


 누구나 군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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