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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Dec 03. 2020

사소한 매너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매너는 사람을 만든다” - 영화 <킹스맨> 중에서

 요새 매일 물건을 정리하면서 당근 마켓을 통해서 물건을 판매하거나 ‘드림’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기타 받침대와 스피커 받침대를 ‘드림’했다. 기타 받침대는 기타를 처분하고 나서 방안에 괜히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멋은 있었지만 처분하기로 했다. 스피커 받침대도 약 15년 이상 함께한 물건이지만 떠나보내기로 했다. 사실 폐가전으로 내놓으면 몇 천 원을 써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드림’이 더 경제적이다. 


 기타 받침대를 공짜로 드리니, 받으신 분이 감사의 표시로 마스크 한 장을 주셨다. 아무래도 빈손으로 그냥 받기는 미안했던 것 같다. 15년 된 보조 책상을 드렸을 때는 무려 파리바게트의 애플파이를 선물로 주셨다. 스피커 받침대를 드리니 2개의 맛있는 음료수가 왔다. ‘드림’을 통해서 굳이 무언가를 요구한 것은 아니고, 나도 목적(폐기물 스티커 비용 아끼기)이 있었기 때문에 상호 간에 경제적 교류가 성립된 것이었다. 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들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이러한 따뜻하고 사소한 배려는 얼었더 마음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만든다. 


 가끔씩 서운할 때도 있다. 지금 사는 아파트에는 출입문을 열면 엘리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그런데 그 거리가 애매해서 조금 빨리 걷지 않으면 문이 닫힐 수도 있다. 문제는 나보다 누군가 먼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다. 이때 뒤따라오던 다른 사람이 아파트 출입문을 열면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이 바로 열린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엘리베이터 문이 최대한 빨리 닫히도록 버튼을 빠르게 누른다. 


 얼마 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러 나갔다가 아파트로 들어가는데 어떤 분이 나보다 조금 앞서서 아파트에 들어갔다. 나도 서둘러서 따라갔지만 내 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혔다. 물론 급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면 문을 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분이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왠지 사람들의 마음이 ‘닫힌 것’ 같다는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도 그랬던 것이 아닐까?’


 엘리베이터 문을 서둘러 닫기 위해서 버튼을 급하게 누르지 않았던가? 그 이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나보다 앞서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가 먼저 아파트에 들어갔다. 나도 아이를 따라갔지만 아이가 먼저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내가 올 때까지 ‘열림’ 버튼을 누리고 있었다. 


 “고마워~” “네~”


 아이의 작은 배려심에 감사함을 느꼈다. 비록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동안 별 얘기는 못했지만, 내가 먼저 내릴 때 아이는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응, 너도 잘 가, 고마워.” 


 사소한 아이의 배려심을 느끼면서 그동안 ‘닫힌 마음’을 조금 열었다. 그 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열림’ 버튼을 누르고 다른 분들이 먼저 내리도록 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으면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약 3초 ~ 5초 정도만 더 기다리면 된다.


 며칠 전에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열림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는데,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던 남자분(내 또래) 2명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들은 그냥 아무런 말도 없었다. 속으로는 고마운 마음이었겠지만 어쩌면 표현에 너무 서툰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다. 


 미국에서 중고 물건을 처분했을 때 느낀 점이다. 약 80~90%의 사람들은 돈을 잘 준비해서 깔끔하게 거래를 했다. 심지어 10~20%의 분들은 현금을 봉투에 잘 넣어서 가져오신다. 또 그런 분들은 나중에 문자로 “물건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보냈다. 정말로 사소하지만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수의 분들은 물건의 금액이 얼마인지 잘 인지 못해서 금액을 낮춰달라고 하고, 또 어떤 분은 돈을 안 가져왔다고 혹시 앱을 사용하는지 질문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소한 매너를 지키는 분은 인생관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남을 배려하고 예의가 있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존중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한 번 보고 그만 볼 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은 의외로 좁다. 또한 내가 주는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은 매너, 사소한 매너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거나 또는 문을 잡아준 적이 있는가? 아니면 그냥 ‘닫힌 마음’으로 나만 생각하고 있는가? 


 회사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하는 사소한 행동이 고객에게 감동과 실망을 줄 수 있다. 얼마 전에 주문한 건조기를 설치해주시는 기사님은 부엌문에 말발굽을 자청해서 설치해 주셨다. 굳이 안 해주셔도 되는데 말이다. 

 반면 가구점에서 영업하시는 분은 사소한 주문을 실수해서 우리는 한 주를 더 기다려야 했다. 설치 기사님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말이다. 자동차 영업을 하시는 분은 처음에 극도로 친절함을 보이다가 계약을 하니 연락이 잘 안 됐다. 나중에 그분을 다른 분에게 소개하려는 마음도 사라지고, 회사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아졌다. 


 물론 영업을 하시는 분도 진상 고객을 만나면 피곤하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좋은 고객을 만나면 최선을 다하고, 사소한 감동을 줘야 한다. 회사에서는 그런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고객이고, 다시는 안 볼 사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만약 그 고객이 인플루언서라면 어떨까? 그나 그녀는 감동받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돈도 안 받고 광고할 수 있고, 이는 기업에서 지출하는 수백억 원의 광고 효과보다 낫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더 소중함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내가 지켜야 할 사소한 매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고객에 대한 사소한 매너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고객도 갑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영업 사원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시는 분들께 매너를 갖고 대해야 한다. 사소한 매너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충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 


 “매너는 사람을 만든다” - 영화 <킹스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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