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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30. 2021

전문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조율사 이종열 명장 이야기 

 오늘 꽤 인상적인 동영상을 시청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조율사 이종열 씨(83)에 대한 이야기다. 피아노 조율 경력만 무려 65년이다. 조율만 4만 회 이상을 했고, 지금은 예술의 전당 전속 조율사로 일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의 거장이 될 때까지 오랜 기간 동안 인연을 맺을 정도다. 

 “선생님이 조율해주시면 피아노 음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 피아니스트 조성진 


 평생을 피아노 조율에 몰입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조율사 명장 1호’의 칭호까지 얻었다. 사회자 유재석 씨가 이런 질문을 했다. 이제 “65년 조율을 하셨으니, 조율은 눈 감고도 하시겠네요” 그러자 이 분은 이런 뼈 때리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지 않아요. 작년보다 금년에 더 발전하는 것 같아요. 학문에는 끝이 없습니다.” 


 이미 80을 훌쩍 넘기셨지만,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해가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회사 생활을 10년 이상 하면 불 끄고 떡을 예쁘게 썰 수 있는 한석봉 어머니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그냥 타성에 젖어서 일하는 것이 아닌가? 시키는 일에만 익숙하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이 아닐까? 


 더 중요한 것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는 것보다 회사를 떠났을 때다. 나름대로 한 분야에서 20년, 길게는 30년을 일했지만 퇴직을 하면 다시 제로가 된다. 기억은 참 간사해서 불과 한 달 전의 일도 마치 1년 전, 10년 전으로 여겨지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평생 배운 한 분야의 노하우를 그냥 사라지게 할 것인가? 


 비단 회사원뿐만 아니라 전업 주부, 사업가,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모든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일을 하는가? 왜 일을 하는가? 


 가정의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아껴서 집을 사고 재테크를 하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큰 목적일 것이다. 결국 편안하게 잘 살고, 잘 죽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학창 시절, 사회생활 초년기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으면 조금 여유가 생긴다. 더군다나 마흔이 넘으면 회사에서 관리자가 되고, 일에 조금씩 요령이 생긴다. 사업을 해도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긴다. 


 사실 이때가 제일 중요하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면 안 된다. 늘 궁금증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란 쉽지 않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만 시간을 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런데 자신을 전문가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반복적인 일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나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 도전하거나 노력했는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어떠한가? 1년 전의 나와 지금은 나는 어떠한가? 10년 전의 나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누군가는 “현재를 즐기면서 살면 되지, 왜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나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생업에 충실하고, 번 돈으로 여행을 다니고, 아이들 교육비 대고, 취미 활동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되는데, 왜 힘들게 공부를 해야 되는지 궁금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행복’의 정의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베풀 때, 인정을 받을 때 행복을 느낀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나만의 노하우를 갖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준다는 것이다. 남들에게 내가 아는 무언가를 전달해 주고, 도움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면서 행복한 일이다. 물론 열에 아홉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한, 두 명에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의 철학자 공자는 어린 시절 온갖 고생을 하고, 결국 ‘공부’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세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을 위해서 혼자 공부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깨닫고 배운 것을 제자들에게 아주 저렴한 학비를 받고, 신분의 차별 없이 제공했다. 결국 그의 위대한 사상은 수십 억 명 이상에게 전해졌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마흔이 넘으면, 적어도 어느 분야든 10년 이상의 경험을 갖게 된다. 나도 얼마든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호기심을 갖고 공부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전업주부라면 나만의 요리 노하우가 있을 것이고, 아이를 가르치면서 배운 노하우도 있다. 맛집을 좋아하면 맛집에 대한 기록을 남겨도 된다. 요새는 이런 경험들을 각종 SNS를 통해서 접할 수 있다. 


 이렇게 내가 배운 것을 나누어주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고, 학습이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른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서른, 마흔, 오십, 육십은 언젠가 다가온다. 나도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곧 오십을 바라보고 있다. 여전히 믿기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내가 10년 이상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취미는 무엇인지 돌아보자.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도 된다. 누구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종열 명장처럼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흐른다.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내가 80살을 먹었어?” - <유 퀴즈 온 더 블록>, 조율사 이종열 씨 


  배움을 멈춰서는 안 된다. 잠시 나의 80대를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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