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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29. 2021

행복하자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 <양화대교> Zion.T 


 우리의 인생에는 ‘행복’과 ‘불행’, 늘 두 개의 사이클이 함께 한다. 누군가에게 왜 사냐고 물어보면, ‘행복하기 위해서’라는 답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우리는 정확히 행복의 실체를 아는 것일까? 


 행복이란 무엇인가? 마치 구름에 떠있듯이 늘 기분 좋고, 마음이 충만한 상태인가? 얼굴에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한 가지 감정만으로 살 수 없다. 웃으면 울 때가 있고, 울고 나서 웃음을 보일 때도 있다. 행복과 불행은 늘 동전의 양면이다. 오늘 행복해도 내일 불행할 수 있다. 행복과 불행은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어느 순간 불쑥 나에게 찾아온다. 


 마흔이 넘어서야 깨달았다. 돈과 지위가 행복과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돈’은 필요조건은 된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더군다나 가난하게 살면서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내일 무엇을 먹을지 끼니를 걱정하면서, 지금 어떻게 행복을 느낄 수 있겠는가? 


 다만, ‘돈’과 ‘지위’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 행복 = 돈, 지위의 공식이 맞다면 회사에서 직급과 연봉이 올라갈수록, 가게가 잘 될수록, 사업이 번창할수록 행복도 비례해서 올라가야 한다. 물론 어느 수준까지는 그럴 수 있지만 적정 수준의 ‘부’와 ‘지위’를 갖게 되면 성취감이 예전보다 크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대신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더 커지고,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10년 이상 하면서 더 그런 기분이 들 것이다. 승진 통보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떨까? 당장 기분은 좋겠지만, 곧 당장 끝내야할 업무가 생각날 것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욱 그렇다. 그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임원이 되신 상사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임원 진급하면, 딱 하루 기분 좋아.” 


 임원 승진을 하면 당일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으면서 스스로 뿌듯한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바로 다음날, 아니면 그날부터 매년 계약이 갱신되는 임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오죽하면 요새는 임원보다는 만년 부장을 더 선호하겠는가? 


 하지만 예전에는 임원이 회사의 꽃이었다. 비록 임원은 10명 중에 한 명이 될까 말까하지만 다들 그 목표를 향해서 달렸다. 물론 마흔을 넘기고, 회사 생활을 10년 이상 하다보면 어느 정도 미래의 윤곽이 드러난다. 내가 어느 정도까지 승진할 수 있을지 말이다. 이 때 임원 승진을 포기하고, 오히려 장기전을 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흔이 되면, 나만의 ‘행복 공식’을 찾아야 한다. 행복이 일을 통해서 올 수 있고, 일이 아닌 다른 취미 활동이나 관계를 통해서 올 수도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정도나 방법은 제각각이다. ‘정답’은 없다. 


 행복은 막연한 허상이 아니다. 늘 우리 곁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람마다 그 해답은 다양할 것이다. 사회에 공헌을 하기 위해서, 가정의 안녕을 위해서,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마음껏 여행을 다니기 위해서 등등.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주인공 이자영은 “비리가 있는 회사를 왜 다니는지” 질문을 듣자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 곳의 일이 의미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 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고...”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중에서


 결국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거기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취미 생활을 할 때, 아이들을 가르칠 때, 영업을 할 때, 보고서를 쓸 때, 기획을 할 때, 무엇을 하든지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마흔이 되면, 사회 경력이 적어도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산전수전 공중전은 다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앞으로 향해서 달리기 보다는 내 마음을 돌아봐야 한다. 적어도 행복은 목표가 될 수 없다. ‘행복의 정의’를 살펴보고, 내가 하는 일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나에게 행복은 무엇인가? 나는 왜 행복해야 하는가? 나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나의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의미를 찾게 되면, 불행이 오더라도 회복탄력성이 좀 더 빠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이다. 


 나는 10년이 훌쩍 지나서야, 마흔이 되어서야 그 의미를 찾고, 발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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