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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Jan 28. 2021

마흔, 나이를 인정한다는 것

 이미 마흔을 훌쩍 넘어서 곧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면서 지난 마흔을 돌아본다. 마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어떻게 살았는가? 앞으로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선 지금까지 무사하게 살아남은 나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숱한 생존의 경쟁을 뚫고, 위험을 겪으면서 여기 이 자리에 있다. 그동안 내 또래의 사람들이 허망하게 죽는 소식을 들었다. 아는 선배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후배의 동서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친구인 의사는 개업을 한 당일 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또 부모님 친구의 아들은 지방 출장 중에 사소한 시비에 휘말려서 폭행을 당해서 죽었다. 


 살다 보면, 이렇게 나의 주변에 죽음이 지나다니는 것을 목격한다. 마흔에 접어들면 이전보다 더 많은 죽음이 보인다. 가족이나 주변 친척 중에서도 병이나 노화로 세상을 떠난다. 이전보다 결혼 소식보다는 장례 소식을 더 많이 접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 한창인 나이지만, 언제든지 죽음의 신은 나를 찾아올 수 있다. 


 인생은 알 수 없다. 마흔까지 무사히 살아남은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하지만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외부적인 것이든, 내부적인 것이든 이유는 다양하다. 다행히 아직 나의 신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맥주나 와인도 즐길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흔이 되면 술이 약해진다. 물론 서른이 되었을 때도 그랬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특히 젊은 시절 과음을 즐긴 사람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예전에는 한없이 마실 수 있을 것 같던 맥주의 양도 차츰 줄어든다. 대신 양보다는 좀 더 맛을 추구한다. 좋아하는 맥주가 생기고, 그 맥주를 마시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요새는 ‘제주 위트 에일’ 맥주에 꽂혀서 동네 슈퍼에 가면 꼭 2캔을 사 온다. 아무래도 한 캔은 아쉽다. 

 한 동안 10,000원에 4캔 맥주 이벤트에 꽂혀서 500ml의 외국 맥주를 한 번에 마셨지만, 이 또한 이제는 힘들다. 심지어 요새는 4캔에 9,000원으로 파는 곳도 있다. 강력한 유혹이 들지만, 다음 날을 생각하면 자제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다음 날은 괜찮고, 그다음 날이 힘들어진다. 알코올 분해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마흔이 되면, 나이가 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음은 젊더라도 나의 몸은 그렇지 않다. 물론 운동을 통해서 근육 양을 유지하고, 좋은 몸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몸 안은 다르다. 나의 장기는 서서히 늙고 있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장기의 노화는 제각각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확히 노화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좋은 음식’과 ‘건강한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과식도 피하고, 적정하게 몸무게를 유지해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유전학자 마이클 스나이더는 우리의 몸을 ‘자동차’에 비유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량의 전체 기능이 저하되지만 일부 부품은 다른 것보다 빨리 마모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스탠퍼드 대학의 유전학자 마이클 스나이더, <BBC News> 코리아


 이전보다 신경 쓸 것이 더 많아졌다. 겉으로 진행되는 노화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하겠지만(염색이나 각종 피부 관리), 안에는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를 어떻게 관리하겠는가? 


 마흔이 되면, 나의 몸에 대해서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하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 ‘몸’과 ‘마음’ 중에서 우선순위를 선택한다면 ‘몸’이 먼저다. 아무리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해도 몸이 아프면 마음은 방해를 받게 마련이다. 


 나의 ‘몸’은 답을 알고 있다. 내가 어떤 음식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패스트푸드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이 지나니, 내 몸은 이전보다 피자나 햄버거를 원하지 않는다. 고소한 밥에 김치, 김만 먹어도 맛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식보다는 적당한 식사가 더 편하다. 물론 가끔씩 아이들과 치킨과 피자, 햄버거를 즐길 때도 있지만, 이전보다는 그 빈도가 훨씬 줄어들었다. 


 마흔임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변해야 한다. 마음은 20대라도 몸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몸은 스포츠카에서 세단으로 바뀌고, 언젠가는 클래식 차가 된다. 물론 자동차는 바꿀 수 있지만, 몸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80세까지 건강하려면 마흔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 닦고, 기름 치고, 조이고 늘 나의 몸을 돌봐야 한다. 마흔이 분기점이다. 물론 마흔에 몸 관리를 잘 못했다면, 오십에 관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나의 나이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마흔이 아니라면, 마흔을 대비하고, 오십이 넘었다면 더 늦기 전에 신경 써야 한다. 누구에게나 마흔은 찾아오고, 마흔은 지나간다. 마흔을 어떻게 보낼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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