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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08. 2021

Think out of the box

 마흔이 되면, 주관이 보다 뚜렷해진다. 그동안 스물, 서른 살에 겪었던 좌충우돌 같은 경험이 나의 생각을 더 굳고 단단하게 만든다. 


 확실한 가치관을 갖는 것은 좋은 면도 있지만 반대로 나쁜 면도 있다. 한 마디로 머리가 굳어 버린다. 웬만해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다. 과거의 실수와 실패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서 소위 ‘체면’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된다. ‘이 나이에 무슨?’, ‘무슨 창피를 당하려고?’. 


 이러한 습관이 굳어 버리면 문제가 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마치 갈수록 단단해지는 껍질에 갇힌 것처럼 그것을 뚫고 나오기 힘들다. 


 그냥 그렇게 사는데 만족한다면 할 수 없지만, 만약 변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다면 어떻게든 그것을 깨뜨려야 한다. 이를  ‘Think Out of the box’라고 한다. 직역을 하면 ‘상자 밖으로 생각을 한다는 의미’다. 즉, 기존의 생각의 틀을 깨고,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시도를 하고, 마음가짐도 바꿔야 한다. ‘마흔’이라는 숫자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스승이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아이들이 화상 영어를 하기 위해서 미국에 있는 선생님과 사전 화상 인터뷰를 했다. 선생님은 미국 유타 주에 거주하시는 젊은 여성분이었다. 밝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내가 1997년에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고 하니,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Oh, that’s when I was born.” 


 세월의 변화는 너무 빨랐다. 내가 대학생 때 선생님은 이제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고, 그렇게 선생님과 친구가 되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가끔씩 안부 인사도 하고 소식도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들다. 나와 10살,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이에 집착하다 보면 인간관계의 범위와 깊이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나의 생각도 잘 바뀌지 않는다. 나만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이슈가 터질 때마다 나의 ‘프레임’을 통해서 이미 필터링을 한다. ‘흑과 백’이 명확하다. 그렇다 보니,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대화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을 열지 않고 있으니,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종 ‘관계’와 ‘사상’에 대한 선입관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다. 남의 의견은 아예 듣지 않고 ‘불통’을 하게 된다. 결국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물론 오랜 시간의 경험과 지식, 직감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이러한 자산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발을 담그면서 터득한 나만의 노하우다. 다만, 그 노하우를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죽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자신의 부족한 면을 메꾸려고 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이야기한 것도 결국 나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의미였다. 중국의 철학자 공자도 평생을 걸쳐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도’를 닦았다.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내가 습득한 경험과 지식은 무조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나도 업무를 하면서 내가 분석하는 기법이나 시장을 보는 방법이 옳다고 늘 믿었다. 누군가 새로운 분석을 하거나, 외부 컨설팅 업체의 의견을 들으라고 해도 먼저 색안경을 끼고 봤다. ‘외부 사람이 어떻게 알겠어? 나보다 경험이 없는데 잘 알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마음 자세가 결국 나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우려는 자세보다 내 체면과 경력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동안 나의 방식이 정말로 맞는 것인지 스스로 ‘Why’라는 질문을 했어야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누구보다 생각의 틀을 깨는 ‘창의성’을 강조했다. 그가 제일 싫어한 것은 한 곳에 고여 있는 생각이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그는 회의 시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것보다는 상호 간에 깊은 대화를 통해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회의 시간은 5~6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그가 애플을 창업한 후 경영분쟁으로 회사에서 쫓겨난 후 임시 CEO로 복직한 것이 마흔 초반일 때다. 이미 그는 신화적인 존재였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마침내 50대에 들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선보여서 애플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었다. 당시 그가 아이패드를 기획했을 때,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특히 키보드가 없는 컴퓨터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때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아이패드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을 했고, 키보드가 달린 저렴한 노트북, 넷북을 지지했다. 하지만 넷북은 실패하고, 아이패드는 성공했다. 


 이제 마흔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자. 이미 과거, 현재, 미래의 마흔이 될 수 있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내가 믿는 가치는 무엇인가? 정말 그것은 맞는 것일까? 스스로 질문을 하고, 마음의 문을 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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