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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Feb 13. 2021

설렘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있는가? 

 “요새는 딱히 재미있는 일이 없어. 취미로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서 읽지만 그것도 예전 같지 않고, 술 마시거나 영화 보는 것도 그렇고.” 


 오랜만에 아는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선배의 고백(?)을 들으니 왠지 마음이 짠했다. ‘비혼’인 선배는 직장 생활도 20년을 훌쩍 넘기고, 연애도 해볼 만큼 하고, 해외여행, 각종 취미 활동을 즐기면서 인생을 살았는데, 이제는 뭔가 큰 즐거움을 못 느끼는 듯했다. 


 대화의 말미에 “선배님, 그러면 책이라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도 잘 가고, 재미있어요.”라고 말했지만, “아냐, 그것도 별로 댕기지는 않아.”라고 퉁명스럽게 답을 했다. 


 선배는 아직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마치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불꽃이 꺼진 촛불처럼 더 이상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다. 


 문득 마흔 이후의 인생을 생각해 본다. 적어도 20년, 30년 가정을 위해서 또는 나의 성공을 위해서 한 분야(직장, 사업, 가정일)에서 일을 하다가 어느 순간 목표를 잃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설렘’이 사라진다. 


 집을 마련하거나 차를 사거나 명품 가방을 마련하거나 해외로 여행을 가는 등 나만의 목표를 갖고 살면서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그러한 꿈을 달성하고 나면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마흔 이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재 하는 일에 대해서 더 이상 열정보다는 ‘현상 유지’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에서 나의 위치도 어느 정도 정해졌기 때문에 승진의 동기 부여도 없다. 그렇다 보니 퇴근 후 동료들과 한 잔 하고 서로를 달래거나 누군가를 험담하는 것이 루틴이 된다. 그렇게 쳇바퀴처럼 살다가 퇴직을 하면 어느 산에선가 또 예전 동료를 만나서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것이다.


 무언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진정으로 ‘축복’ 받은 인생이다. 책을 읽거나, 재능을 기부하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요리나 다른 취미를 시작하는 등,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큰 기쁨이다. 멈춰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의 마음이 다시 설렐 수 있을까? 십 대, 이십 대의 열정을 되살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또한 나만의 ‘자유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남들이 다 그곳으로 간다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데미안》에서도 ‘자유의지’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애란 각자가 자기 자신이 지향한 바에 도달하기 위한 길, 다시 말해서 ‘자기 자신’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길인 것이다.” - 《데미안》중에서 


 그 가치는 다양할 것이다. 누구에게는 ‘남을 돕는 것’이 중요한 가치이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자아실현’이 제일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상상’을 하고, 그 모습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처절하게 살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야말로 배가 부른 소리다. 하지만 스스로 의문을 갖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남는 것은 겉껍데기 밖에 없다. 


 언젠가 우리에게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 여행을 다니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워도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바쁘게 살거나 또는 느긋하게 살더라도 뭔가 공허함이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그야말로 자신만의 ‘대하소설’을 완성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사람마다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기쁨과 슬픔이 있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평생을 힘들고 절박하게 사는 비극의 이야기를 쓸지, 아니면 힘들더라도 즐거운 인생의 해피엔딩을 쓸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구에게나 ‘희로애락’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영원한 기쁨, 행복은 없다. 행복 뒤에는 늘 슬픔과 절망의 그림자가 함께 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또다시 행복의 그림자도 있다.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인생에서, 행복을 더 많이 느끼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찾아서 나의 열정을 쏟아야 한다. 무미건조한 스토리를 쓰는 것보다 기승전결이 있는 나의 이야기를 쓰는 편이 훨씬 낫다.


 오늘 나의 하루는 어땠는가? 아이들 밥 챙겨주고, 빨래하고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었는가? 아니면 하루 종일 넷플릭스의 드라마를 보면서 게으름을 만끽했는가? 오늘 나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한 적이 있는가? 한 편의 시를 읽고 두근거렸는가? 아니면 음악을 듣고 옛날의 불꽃이 다시 살아났는가? 


 마흔은 시작이다. 쉰도 시작이고, 예순도 시작이다. 다만 마흔에 꺼진 불꽃이 다시 살아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이라도 나에게 소중한 가치를 찾고, 가슴 두근거리는 일을 찾아야 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또는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찾고 그것이 실현되는 상상을 해보자. 


 선배에게도 다시금 불꽃이 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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